오피니언 조명탄

레이건의 ‘스타워즈’와 트럼프의 ‘골든돔’

입력 2025. 06. 09   16:26
업데이트 2025. 06. 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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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소련은 건국 69년이 되던 1991년 12월 26일 해체됐다. 거대한 소련연방이 15개 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하면서 러시아가 소련을 계승했다. 옛 영토의 4분의 1을 잃었으나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육지의 8분의 1을 차지하는 영토대국이자 군사대국이며, 수십 개의 공화국과 자치구를 거느리는 다민족 연방국이다. 

소련 해체의 원인으론 레닌식 통제경제의 실패,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후유증, 체르노빌 원전사고, 연방 내 공화국들의 자결권을 무시하는 탄압정치, 개혁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의한 전격적인 언론자유 허용 등을 들 수 있지만 미국과의 핵 경쟁이 초래한 경제적 파탄이 핵심적 이유 중 하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1983년부터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추진했던 ‘스타워즈(Star Wars·별들의 전쟁)’, 즉 전략방위구상(SDI)은 소련 해체와 냉전 종식을 가져온 일등공신이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전쟁 피로에 찌들어 있는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별들의 전쟁’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돔(Golden Dome)’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은 1991년을 재현하고 싶은 걸까?

레이건 대통령이 들고 나온 SDI는 소련의 모든 핵 공격을 우주·공중·지상·해상에 배치될 무수히 많은 소형 위성, 레이저 무기, 요격미사일 등으로 탐지·추적해 무력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즉각 ‘공상과학’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기술·재정적 타당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었고 ‘악성 기술혁신(malign technological breakthrough)의 위험성’ 이론에 입각한 반론도 있었다. 미국의 SDI 완성으로 소련만이 일방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을 막고자 소련이 선제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핵전략 이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레이건은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고, 소련은 SDI를 돌파할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골몰했다. 그것이 부추긴 경제 파탄이 연방 해체를 가속화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은 소련 붕괴 후 SDI를 중단했다.

지난 5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골든돔은 1750억 달러(240조 원)를 들여 우주에 수백 기의 감시위성과 공격위성을 띄워 핵무기와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한 현재·미래의 모든 공중 공격을 막아 낸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물론 회의론도 존재한다. 여전히 기술·재정적 타당성 문제가 존재하며, 3년 이내에 완성한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지금은 러시아에 더해 중국, 이란, 북한 등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 수단을 보유한 나라도 늘고 있어 완벽한 미 본토 방어를 담보할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SDI 이후 40여 년간 미국이 이룬 기술혁신을 감안한다면 또다시 골든돔을 ‘공상과학’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미국이 골든돔 계획을 발표한 시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종전 거부로 다시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양상인 데다 러시아가 허점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다윗 우크라이나가 골리앗 러시아에 맞서 과감한 종심 공격을 감행하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전차와 항공기를 포함한 군사장비 손실도 엄청나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가 예산 3분의 1을 전쟁비용으로 써야 하는데 서방의 경제·외교 제재, 석유 가격 하락,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입국을 향한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등으로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리고 외교적 고립도 깊어지고 있다. 종전 후 전쟁 특수까지 소멸하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이런 시기에 골든돔 계획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 미 본토 방어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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