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호국보훈의 달] 영웅이 미소 짓도록 ‘품격’을 짓습니다

입력 2025. 06. 05   16:54
업데이트 2025. 06. 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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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5보병사단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

베트남 참전용사 임길춘 옹 집 준공…거주공간 넘어 ‘감사의 약속’
“우리 손길 닿지 않은 곳 없어” 선배 전우 삶 지키는 마음으로 구슬땀


육군35보병사단 장병들이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임길춘 옹의 낡고, 위험한 집을 허문 뒤 새집을 짓고 있다. 장병들은 조국의 발전을 위해, 자유수호를 위해 싸운 선배 전우의 헌신과 희생을 가슴 깊이 새겨 넣고 ‘나라사랑 보금자리’를 쌓아 올리고 있다. 선배 전우의 보다 나은 여생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현장을 다녀왔다. 글=박상원/사진=양동욱 기자

 

육군35보병사단 장병들이 지난달 29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나라사랑 보금자리사업 현장에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임길춘 옹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35보병사단 장병들이 지난달 29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나라사랑 보금자리사업 현장에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임길춘 옹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우처럼 함께 짓는 집 

“평생 낡은 집에서 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새집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달 29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의 한 주택 신축 현장. 구순을 앞둔 임옹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인 그는 새로 짓는 집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감회를 전했다.

임옹의 집은 지난 3월 4일부터 육군인사사령부의 ‘나라사랑 보금자리사업’ 덕분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었다. 이날은 지역방위사단인 35사단 장병들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기존의 집터에는 새로운 벽체가 올라섰고, 공병대대와 익산대대 장병들이 막바지 구조물 설치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준공 후 집 전체 모습이 기대될 정도였다.

현장에서 작업 중인 장병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자재를 옮기고, 화단에 꽃을 심기도 했다. 강준서 상병은 “임옹이 나라를 위해 싸우셨던 것처럼 저희도 이분의 삶을 지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의 집을 짓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옹의 딸과 마을 주민들도 현장을 찾아와 공사 진척을 살폈다. 가족들은 “군이 먼저, 직접 나서 새집을 지어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찬모(대위) 공병대대 3중대장은 “건축물 철거부터 폐기물 정리, 일일 공사 감독까지 전 과정에 우리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군 생활 중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일이 선배 전우의 집을 짓는 거였다. 참전용사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집 내부 길이를 측정하는 모습.
집 내부 길이를 측정하는 모습.

 

장병들이 집 앞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장병들이 집 앞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화단을 만들기 위해 흙 파기 작업 중인 장병들.
화단을 만들기 위해 흙 파기 작업 중인 장병들.



육군 장병 헌신에 감사

임옹의 주거환경 개선에는 김용태(중령) 익산대대장의 정성과 노력이 더해졌다. 김 대대장은 지역 기업과 단체에 일일이 연락해 후원을 요청했고, 건강검진도 지원했다.

김 대대장은 “참전용사들의 헌신 덕분에 지금의 군이,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참전용사의 안위와 지역수호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라사랑 보금자리사업’은 2011년에 시작된 국가 차원의 헌신 보답 프로그램이다. 군,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노후 가옥을 개·보수하거나 신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올해 3월 기준 총 416가구에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해외로도 확대돼 멕시코·태국·튀르키예 등지의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육군은 단순히 집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참전용사의 삶을 보듬는 ‘국가의 실천’을 실현하고 있다. 주택 신축뿐만 아니라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참전용사에게는 임대료도 지원한다. 현재까지 810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대한민국을 위한 헌신에 보답

공사 막바지 현장을 지켜보던 임옹은 조용히 말했다. “전쟁은 멈췄지만, 마음속에선 힘든 기억이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이 집에서 좋은 것만 기억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장병들이 쌓아 올리는 ‘보금자리’는 평범한 거주공간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한 공동체의 약속이자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품격의 증명이다. 육군과 지역방위사단이 함께 짓는 나라사랑 보금자리. 현장에서 본 35사단 장병들은 주택 신축을 넘어 공동체가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감사의 약속’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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