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바자회를 통해 전우의 헌신에 작은 보답을

입력 2025. 06. 05   16:11
업데이트 2025. 06. 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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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우철 소령 해군2함대 2해상전투단
탁우철 소령 해군2함대 2해상전투단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우리 233고속정편대는 승조원들의 마음을 모아 바자회를 열었다. 승조원들뿐만 아니라 함대에서 근무하는 전우들이 자율적으로 물품을 기증했다. 그 물품들로 바자회를 해 성금을 모았고,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우리 바다를 지키다가 산화한 영웅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유자녀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음에 뿌듯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우리 해군의 역사에는 바자회와 같은 국민의 정성과 희생이 담긴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그 대표적 예가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 도입이다.

한국 해군의 모체인 조선해안경비대는 해상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변변한 전투함이 없었다. 이에 초대 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은 전투함을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함정 건조를 위한 기금 모금운동에 나섰다. 장교들과 부사관, 수병들이 봉급의 일부분을 갹출했다. 부인들은 삯바느질 등으로 돈을 모았고, 국민도 모금에 동참했다. 그렇게 1만5000달러를 모았고, 정부 지원 4만1000달러를 포함한 6만 달러로 퇴역 초계정 4척을 미국에서 사 왔다. 그중 1척이 백두산함이다. 백두산함은 6·25전쟁에서 북한군 600여 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수송선을 격침했다. 특수부대를 통해 부산을 장악하려던 북한의 계획을 무산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그로부터 약 반세기가 흐른 2015년, 제2연평해전을 주제로 한 영화 ‘연평해전’ 제작비가 모금됐다. ‘연평해전’은 초기 제작비 부족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대국민 크라우드펀딩으로 20억 원을 모금했고, 후원금 등을 합해 80억 원의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국민의 성원과 응원이 아니었다면 영화는 개봉되지 못했을 것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2002년을 그저 한·일 월드컵 4강전이 있었던 날로만 기억할 수도 있었을 터. 이제는 많은 국민이 안다. 그날 북방한계선(NLL)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해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처럼 해군의 역사엔 국민의 따뜻한 손길이 함께해 왔다. 우리 편대는 바자회를 하면서 해군의 중요성과 해양수호 영웅을 향한 감사함, 전우를 사랑하고 NLL을 사수하겠다는 전투의지 고양 및 단합심, 남을 위해 베풀고 나눌 줄 아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 우리가 모은 것은 단순 성금이 아닌 마음이고, 우리가 받은 것 역시 마음이다.

우리 편대의 바자회 개최 소식을 듣고 동참해 준 타 편대 고속정 승조원과 함대 간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바자회를 계기로 서해 NLL 최전방에서 적과 마주하는 우리 233고속정편대 승조원들의 정신적 대비태세 역시 더 확고해졌기에 더 이상 우리 편대 앞에 무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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