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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도 무게도 더 가볍게…진짜 안경으로 보는 가상현실

입력 2025. 06. 08   11:09
업데이트 2025. 06. 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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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트렌드 - 메타, 디지털 미래를 향한 대담한 도전 

내년 출시 예정인 헤드셋 ‘로마’
세련된 디자인·1000달러 미만 가격
VR 경험 풍부하게 할 콘텐츠 전략도
자체 AI 칩 개발에도 적극 나서
광고 생성~집행 자동시스템 목표
중소기업 마케팅 ‘게임체인저’ 예고

 

메타의 레이밴 글라스. 사진=메타
메타의 레이밴 글라스. 사진=메타


메타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의 융합으로 디지털산업의 미래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이 빅테크 기업은 SNS 플랫폼을 넘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담한 베팅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된 메타의 전략은 2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프리미엄 VR 헤드셋 ‘로마(Loma)’를 통한 하드웨어 혁신과 할리우드와의 제휴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AI를 활용한 광고 생성과 집행의 완전 자동화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콘텐츠 제작, 유통, 광고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야심 찬 시도로 전 세계 기업에 새로운 기회·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VR 하드웨어의 진화: 접근성과 혁신의 균형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는 2026년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VR 헤드셋 ‘로마’로 VR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 제품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혁신적 디자인과 전략적 가격 정책이다.

‘로마’는 기존 VR 헤드셋의 투박한 고글 형태에서 벗어나 대형 안경과 유사한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했다. 디스플레이 부분은 안경처럼 착용하고, 처리장치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별도의 퍽(puck) 형태로 분리했다. 메타가 이미 200만 대 이상 판매한 레이밴 AI 글라스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의 착용성을 극대화한 결과다.

가격 전략 역시 치밀하다. 1000달러 미만으로 책정해 애플 비전 프로(3500달러)와 자사의 퀘스트(300달러)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대중화 가능성을 열어 두는 절묘한 포지셔닝이다. 애플 비전 프로가 높은 가격과 무게, 킬러 앱의 부재로 판매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메타는 이러한 실패요인을 면밀히 분석·대응하고 있다.


콘텐츠 생태계 구축: 할리우드와 전략적 제휴

하드웨어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메타는 콘텐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즈니, A24 같은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물론 중소 제작사와도 광범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메타는 유명 IP 기반의 에피소드형 콘텐츠와 단독 몰입형 비디오 제작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메타의 콘텐츠 전략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유명 IP를 활용한 독점 몰입형 콘텐츠 제작이다. 디즈니와는 이미 스타워즈 VR 경험을 개발 중이며,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끄는 라이트스톰엔터테인먼트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둘째는 기존 콘텐츠의 VR 변환이다. 이미 제작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VR 환경에 맞게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풍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메타의 유연한 독점권 정책이다. VR 버전은 일정 기간 독점권을 갖되 이후에는 2D 버전을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더 넓은 관객층에 도달할 수 있게 해 파트너십의 매력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제작사 입장에선 VR이라는 새로운 포맷에 도전하면서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다.


AI 광고 혁명: 완전 자동화를 향한 여정

메타의 AI 투자는 광고 부문에서 가장 극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6년 말까지 광고 생성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AI가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는 광고산업의 근본적인 재편을 의미한다.

현재 메타의 AI 광고 도구는 기존 광고의 변형을 생성하거나 사소한 수정을 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광고주가 제품 이미지와 예산 목표만 제시하면 AI가 콘셉트 개발부터 이미지, 비디오, 카피라이팅까지 모든 창작 과정을 수행한다.

더 나아가 타깃 오디언스 선정, 예산 배분, 성과 최적화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가장 혁신적 기능은 실시간 개인화다. 같은 자동차 광고라도 사용자의 위치, 날씨,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른 버전을 보여 준다. 눈 내리는 지역에선 설산을 달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도심에서는 세련된 도시 주행 장면을 자동으로 생성해 노출하는 식이다. 이는 기존의 일괄적 광고 방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를 저커버그는 “광고 카테고리의 재정의”라고 표현했다. 그의 비전에 따르면 미래에는 기업이 목표(신규 고객 확보, 매출 증대 등)와 예산만 설정하고 은행 계좌를 연결하면 나머지 모든 과정은 AI가 알아서 처리하게 된다. 이는 특히 마케팅 예산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투자와 도전 : 미래를 위한 대담한 베팅

메타의 이러한 비전 실현에는 막대한 투자가 뒤따른다. 리얼리티 랩 부문은 2023년 한 해에만 21억 달러의 수익에 177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메타 전체 수익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사업의 수익으로 메우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메타는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는 미래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메타가 자체 AI 칩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메타도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을 개발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게 아니라 AI 서비스의 성능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윤리적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광고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는다.

특히 유럽의 GDPR, 미 캘리포니아의 CCPA 같은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규제하에서 메타는 사용자 동의를 얻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쟁구도와 산업생태계의 변화

메타만이 이 시장을 노리는 건 아니다. 구글은 ‘100 Zeroes’ 이니셔티브로 VR·증강현실(AR)·AI를 통합한 영화와 TV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의 비디오 생성 도구 ‘Veo3’는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짧은 비디오를 생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5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접근법은 메타와는 대조적이다. 비전 프로 출시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 대신 위켄드(The Weeknd) 콘서트 같은 독점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애플의 전통적 수직 통합 전략의 연장선으로, 완전한 품질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마존도 조용히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알렉사와 연동된 음성 기반 광고, AWS를 활용한 AI 광고 솔루션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이커머스와 연계된 광고 자동화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방대한 구매 데이터는 광고 타기팅과 효과 측정에서 독특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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