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연고지는 팀의 존립을 위한 근간이다. 대개 한 시즌을 보내는 동안 연고지에서 전체 경기의 절반 정도를 치른다. 당연히 연고지를 중심으로 팬덤이 결집한다. 다른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가더라도 한 번 응원했던 고향 팀을 향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세월이 흘러 세대를 거치며 팬덤은 대물림이 되며 더욱 두터워진다. 당연하게도 연고 팀의 승리와 우승은 지역의 자랑으로 연결된다. 팀 성적이 좋을 때만 응원을 지속하는 건 아니다. 성적이 나쁠 때는 비판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여전히 ‘우리 팀’이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보면 초창기 축구 리그의 주축은 공장 노동자들이었다. 일터를 중심으로 팀이 만들어지고 경기할 때는 가족·동료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렇게 축구팀은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사회의 일부가 됐다.
잉글랜드에서는 웬만한 축구팀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긴다. 그 세월 동안 쌓아 온 팬덤의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면적이 서울의 2.5배인 영국 런던엔 축구팀이 몇 개가 있을까. 최근 종료한 2024-2025시즌 기준으로 보면 최상위 프리미어리그에 런던 연고 팀은 무려 7개였다. 2부인 챔피언십에도 3개 팀이 출전하는 등 하위 리그까지 포함하면 대략 15개 이상의 프로축구팀이 런던에 밀집돼 있다고 한다.
연고지와 스포츠구단의 관계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민구단과 달리 기업구단의 경우 보다 넓은 시장과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연고지를 찾기도 한다. 지원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겪다가 결별하는 경우도 있다.
연고지 이전은 때론 새로운 경쟁구도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빚어내기도 한다. 프로축구 K리그1의 FC서울과 FC안양의 관계가 그러하다. 원래 안양에는 LG 치타스라는 축구팀이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방 축구 활성화를 명목으로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을 추진했고, 원래 서울이 연고지였던 LG 치타스는 1996년부터 안양에 자리 잡았다. LG 치타스는 우여곡절 끝에 2004년 FC서울로 간판을 바꿔 달고 서울에 재입성했다. 하루아침에 팀을 잃은 안양시민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팀을 출범시켜 2013년부터 2부 리그에 참여했다. FC안양은 창단 10여년 만인 올해 1부 리그로 승격해 FC서울과 역사적인 대결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NC 다이노스의 연고지 이전 이슈가 불거져 나왔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모기업인 NC 다이노스는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2011년 창단해 2013년부터 KBO 리그에 출전한 팀이다. 짧은 역사에도 2020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는 등 일찌감치 챔피언의 자부심을 지역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올 3월 말 홈구장인 창원NC파크 내 시설물이 떨어져 팬 1명이 세상을 떠나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NC 다이노스가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 비극적 사고와 관련한 창원시 측의 대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NC 다이노스 측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그동안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고, 최근엔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2년 전 프로농구팀 KCC 이지스가 22년간 안방으로 삼던 전북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옮겨 갔던 때가 떠오른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팀을 응원하던 팬 입장에서 팀의 연고지 이전은 날벼락이다. NC 다이노스와 창원시가 팬을 ‘볼모’로 잡는 게 아니라 팬을 ‘최우선’으로 놓고 앞으로 많은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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