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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의 중동 안보·끝 ④ 시리아 내전 종식과 미국의 대중동 정책
2024년 12월 9일부로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 1971년 이후 2세 세습을 거쳐 유지된 아사드 정권의 독재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동시에 2010년 말의 중동 민주화 시위를 배경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도 반군의 승리로 종식됐다. 내전 초기에는 반군의 공세로 아사드 정권이 실각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에 호의적인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바탕으로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압도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따라서 반군의 승리와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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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마무리된 핵심 원인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약화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시리아 반군에 공습을 지속하면서 정부군의 우세를 뒷받침했다. 이란 역시 ‘시아파 연대’ 차원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특작 부대와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등을 활용해 반군 토벌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교전의 여파로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이 급감하면서 시리아 정부군의 역량 약화를 초래했다. 여기에 반군의 역량 강화 및 경제난에 따른 시리아 정부군의 사기 저하가 맞물려 전세가 극적으로 전환되면서 반군의 승리로 귀결됐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면서 레반트해방기구(HTS)가 주도한 시리아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HTS의 지도자로서 과도정부의 수반을 맡은 아흐메드 알샤라는 원래 폭력적 극단주의 성향으로서 알카에다의 방계조직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알카에다 및 이슬람국가(IS)와 절연하면서 시리아 민족주의 지도자를 자임했다. 2017년에는 시리아 북부 반군 일부를 통합해 HTS를 창설했으며, 이들리브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적 통치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HTS는 정부군 공세로 수세에 몰린 반군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시리아의 정치적 과도기를 거쳐 지난 3월 말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제사회의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전자 관점에서는 신정부의 모태인 HTS가 이슬람 근본주의와 절연하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면 후자의 관점에서는 HTS가 내전 과정에서 독자적 통치체제를 구축해 국가 운용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정부 내각 역시 국가 통합 기치에 따라 포용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둔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리아는 지중해와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동시에 중동 내 민족·종파 갈등의 중심지역이다. 시리아 내전의 종식과 정권 교체가 중동의 지정학적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사건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중동 시아파 연대에서 시리아의 이탈을 의미한다. 따라서 역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동 진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아사드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온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특히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함께 러시아군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가 있는 시리아 타르투스 지역 상실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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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중동 정책도 도전받게 될 것이다. 중국은 아사드 정권과 꾸준히 우호 관계를 다져왔으며,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번번이 무산시켰다. 2023년 9월에는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시리아는 중요한 국가다. 시리아 서부 해안지역을 통해 지중해 진출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외교·투자 등 전반적 측면에서 양국 관계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반면 시리아 내전에 따른 중동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튀르키예의 존재감은 커졌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정부군 공세로 반군이 수세에 처하면서 북부 지역으로 후퇴하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핵심 행위자로 부상했다. 특히 주요 반군 세력인 HTS와 시리아국민군(SNA)의 연대에 주도적으로 관여해 반군 공세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아사드 정권 붕괴에 일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튀르키예는 시리아 재건과 경제난 해결을 위해 신정부 및 이웃 국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군과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면서 내전에 관여했다. 그 연장선에서 반군의 내전 승리 선언 직후에는 골란고원 점령지를 넘어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진입했다. 이와 함께 시리아 전역의 군사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시리아 신정부가 자국 내 이란의 거점 재건을 용인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자국 안보의 관점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한 공세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리아 내전 종식으로 중동 질서가 재편되면서 2012년 시리아와 단교한 미국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시기 미국은 IS와 알카에다의 영국 격퇴, 아사드 정권의 대량파괴무기(WMD) 제거, 이란의 영향력 약화 등의 목표를 제시한 시리아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에 주둔해 온 미군을 완전히 철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 세력의 안보 우려 고조와 함께 러시아·이란의 역내 영향력 확장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은 철군 정책을 철회하면서 혼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재선 유세 과정에서 시리아 내전 개입 반대를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의 관점에서 시리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 반군의 승리에 따른 내전 종식과 정권 교체라는 급격한 상황 변화에 따라 미국의 관여 필요성도 커졌다. 시리아 신정부 역시 미국과 관계 정상화 의사를 밝히면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의 기대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의 중동 순방 과정 중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미국이 부과한 제재를 전면 해제했다고 밝혔다. 과거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바 있는 시리아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는 파격적 상황도 연출했다.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동 정세 재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시리아 역시 자국 경제 재건에 필수적인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환영하면서 상호존중, 신뢰, 공동 이익에 기반해 미국과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관계 정상화의 청신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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