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헤스 대령이 ‘블랙이글스’ 공연을 본다면

입력 2025. 05. 28   16:02
업데이트 2025. 05. 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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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 뉴스핌 군사방산전문기자
오동룡 뉴스핌 군사방산전문기자


불모지나 다름없던 공군 일군
‘신념의 조인’ 딘 헤스 대령
세계 5위권으로 급성장한
한국 공군 보면 무엇이라 할지 궁금


고(故) 딘 헤스(1917~2015) 미 공군대령의 10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22일 제주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렸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개최된 추모식에는 헤스 대령의 로런스·에드워드·로널드 헤스 씨 등 세 아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이튿날인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아버지를 기리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둘째 아들인 유족 대표 에드워드 헤스(74) 씨는 “아버지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셨고,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일생을 헌신하셨다”고 말했다. 

헤스 대령은 6·25전쟁 발발 직후 ‘바우트 원(BOUT-1)’ 부대를 편성해 우리 공군 조종사의 역량 향상에 이바지한 한국 공군의 ‘초대 고문관’이었다. 그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간 250여 차례나 출격해 북한군과 맞섰던 조종사였을 뿐만 아니라 F-51 무스탕기 조종 교육으로 항공작전의 불모지였던 초창기 한국 공군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헤스 대령과 함께 출격했던 김두만(예비역 대장) 전 공군참모총장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헤스 대령은 1951년 1·4후퇴 당시 중공군이 내려오자 미 공군 군목이던 러셀 블레이즈델 대령과 함께 15대의 C-54 수송기를 동원해 1000여 명의 전쟁고아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수송했다. 그는 이후에도 수시로 방한해 고아들을 돌보며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렸다. 특히 6·25전쟁 당시의 경험을 쓴 그의 책 『전송가(Battle hymn)』는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5년 6월 20일, 기자는 세계 최대의 엔진 제작사 제너럴일렉트릭(GE)을 취재하고자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갔다가 그곳에서 차량으로 50분쯤 떨어진 데이턴의 헤스 대령 묘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신시내티는 라이트 형제가 항공기를 제작한 곳이고, 데이턴은 ‘라이트 형제’로 잘 알려진 오빌 라이트와 윌버 라이트 형제가 태어난 곳이다.

그해 6월 24일, 기자는 헤스 대령의 둘째 아들 에드워드 헤스 씨와 절친한 홍성표 아주대 교수의 주선으로 헤스 대령의 묘소를 찾았다. 그는 그해 3월 3일 98세로 오하이오에서 세상을 떠났다. 헤스 대령은 데이턴국제공항 앞에 있는 포레스트힐 메모리얼 가든에 1996년 작고한 그의 부인 메리와 함께 잠들어 있었다. 에드워드 헤스 씨는 부인 바버라 여사와 기자·GE 관계자들이 참배하는 것을 지켜봤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 행사 때 방한해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던 ‘신념의 조인(信念의 鳥人)’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영수 총장은 추모사에서 “헤스 대령이 대한민국 공군에 보여 준 신뢰와 애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KF-21 운용을 앞둘 만큼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 공군의 모습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국산 초음속 전투기 T-50으로 편성된 최정예 비행팀 ‘블랙이글스’가 5분간 행사장 상공을 날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공군을 일군 헤스 대령이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제5위권의 공군력을 보유한 오늘날의 한국 공군을 보면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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