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작가와의 만남

[작가와의 만남] 서천규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예비역 육군준장

입력 2025. 05. 28   16:39
업데이트 2025. 05.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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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감동을… 전쟁사의 교훈을…


클래식과 전쟁사 / 북코리아 펴냄
클래식과 전쟁사 / 북코리아 펴냄

 

서천규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예비역 육군준장
서천규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예비역 육군준장



이스라엘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은 금기 대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를 선전하는 데 이용했기 때문이다. 바그너는 히틀러가 태어나기 전에 사망했는데도 그렇다. 청중과 함께 박수 치는 것으로 유명한 ‘라데츠키 행진곡’도 북부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공연 금지다. 요제프 라데츠키 장군이 당시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북부 이탈리아의 독립운동을 진압해서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전쟁에 승리한 뒤 ‘호엔프리트베르크 행진곡’을 작곡했다.


30년 클래식 애호가…다년간의 정성 담아

서천규(예비역 준장·육사 44기)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이 최근 펴낸 『클래식과 전쟁사』는 이처럼 흥미로운 전쟁과 음악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대위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클래식에 관심을 둔 애호가이자 재야의 숨은 고수다.

“음식도 스토리텔링과 함께하면 더 맛이 나듯이 음악도 당시의 배경과 스토리를 알고 들으면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전쟁사를 읽을 수 있다면 그 느낌은 크게 달라질 것이고, 거꾸로 전쟁사를 접하면서 그 전쟁이 소재가 된 음악을 듣는다면 훨씬 재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쏠쏠하다. 아기자기 읽는 재미가 있다, 다년간의 정성이 숨어 있는 듯. 아니나 다를까 책을 쓴 계기를 물으니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전역 이후 건양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게 시작이었다.


대학 전쟁사 강의 계기 음악과 접목

“전쟁사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은 관심이 없고, 그러다 보니 조는 경우도 있더군요.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흥미를 갖고 강의에 집중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여러 방안을 강구하다가 당시의 전쟁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을 접목하면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나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2022년 말에는 현 직위에 임명돼 새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바쁜 가운데도 자료는 차곡차곡 쌓여 갔다.


전쟁사 읽으며 음악 감상…추후 여행도 연계 

“사실 내용을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죠. 역사적 사건의 경우 전후 맥락을 알아야 하고, 음악도 예술사조 등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군사학적 관점에서 분석도 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요. 상황을 제대로 알고 설명해야 독자들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전쟁과 음악은 나름 흥미 있는 분야입니다.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게 발간한 『클래식과 전쟁사』는 전쟁사를 시대적으로 풀어 가면서 그 전쟁을 소재로 한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시기는 11세기 십자군전쟁부터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이 일어나게 된 전후 배경과 작전계획·상황, 관련된 사진이나 전투 장면을 다룬 그림 등을 골고루 담았다.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도 작곡 배경과 구성, 작품 내용과 저자 감상 등을 두루 수록했다. 이와 함께 소개된 음악은 QR코드화해 전쟁사를 읽으면서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책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호평받고 있다. 물론 전문성 있게 클래식 음악을 분석하지 못하고 음악사조별로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점은 있다. 전쟁의 관점과 군사적 측면에서의 깊이 있는 해석, 각 전투현장을 더 깊게 다루지 못한 점도 아쉽다.


지휘관·간부 교육에 정서적 부분 함양해야

“기회가 된다면 여기에 여행을 더하고 싶습니다. ‘클래식과 전쟁사가 있는 테마여행’이 되겠죠. 각 지역을 찾아가 전쟁사와 관련된 현장을 보고, 음악도 느껴 보는 거죠. 다시 말해 눈과 귀, 가슴으로 감동을 채우는 이런 것들을 여행과 연계하는 걸 구상 중입니다.”

서 단장은 지휘관이나 간부 교육에 문학·미술·음악 등 정서적 부분도 함양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전쟁터뿐 아니라 고난과 역경, 긴장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는 정서적 안정과 여유 속에서의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다는 이유에서다.

책을 덮고 나니 ‘재미있게 전쟁사를 읽고 맛나게 클래식을 즐기라’는 그의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다. 클래식 음악에는 선율과 감동이 있고, 전쟁사에는 역사와 교훈이 담겨 있다. 글=이주형/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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