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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행복한家 든든하軍] ‘딸부잣집’ 육아 최전선…나라도 가정도 함께 지킨다

입력 2025. 05. 27   16:55
업데이트 2025. 05.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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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행복한家 든든하軍
난임 극복하고 딸 넷 품에 안은 국방부 박세진 육군소령

출산·육아제도 덕분에 네 배의 행복 얻었죠
시험관 시술로 첫딸·세쌍둥이 출산
매일이 전쟁…‘육아 고수’로 거듭나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두 명 큰 도움
난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에도 만족
“자녀는 축복…건강하게 자라주길”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첫딸과 둘째 세쌍둥이를 품에 안은 군인 가족이 있다. 부부는 육아가 당장은 힘들어도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바라볼 때마다 행복지수가 높아진다고 한다. 저출산 시대, 난임을 극복하고 네 딸을 키우는 ‘딸부잣집’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글=조아미/사진=김병문 기자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실에 근무하는 박세진(뒷줄 가운데) 육군소령과 아내 박예리 씨가 지난달 21일 태어난 세쌍둥이 하은·채은·세은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은 첫째 서현이.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실에 근무하는 박세진(뒷줄 가운데) 육군소령과 아내 박예리 씨가 지난달 21일 태어난 세쌍둥이 하은·채은·세은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은 첫째 서현이.



어마어마한 육아 스케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군인아파트.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실에서 근무하는 박세진(39) 육군소령의 집에 도착했다. 현관 입구에는 유모차 석 대가 줄지어 있고, 기저귀와 육아용품 등이 배달된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어 아이가 많은 집임을 알 수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식탁 위에 소독된 젖병 12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냉장고 문 앞에는 수유 시간과 수유량을 빼곡히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베란다 안 빨래 건조대에 널린 거즈 손수건 수십 장에서 이 가정의 어마어마한 육아 ‘스케일’을 읽을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막 다녀온 첫째 서현(3) 양이 엄마 박예리(40) 씨와 아빠에게 재잘재잘 말을 걸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잠시 후 지난달 21일 태어난 하은·채은·세은 세쌍둥이가 언니 목소리에 칭얼거리며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엄마를 돕기 위해 집을 방문한 산후도우미 두 분이 작고 여린 아기들을 안고 거실로 나와 달랬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지방에 거주해 부부에게는 정부가 지원하는 도우미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세쌍둥이와 한 달, 즐겁게 육아전투

부부는 2017년 교회에서 처음 만나 2년여 연애 끝에 2019년 결혼했다. 결혼 1년 후, 박 소령이 육군37사단 기동대대 작전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부부는 충청도와 서울을 오가며 주말부부로 지냈다. 난임부부였던 부부는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시술 네 번 만에 2022년 첫째 서현이를 얻었다. 서현이는 출생 직후 호흡곤란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 어렵다는 시험관 아기 시술로 첫째를 얻은 부부였지만 이들은 둘째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도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내도 특수학교 교사라 아이들을 예뻐해서 시험관 시술을 해서라도 둘째를 갖고 싶었어요. 둘째도 세 번의 시도 끝에 임신했습니다.”

세쌍둥이는 다태아분만 전문가인 이대목동병원 전종관 교수의 집도 아래 35주 이른둥이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새 생명 탄생의 기쁨도 잠시, 육아 현실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부부의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간다. 박 소령은 아침과 오후 육아시간 제도를 활용해 서현이의 등·하원을 맡고 있다. 산후도우미들은 평일에만 세쌍둥이를 돌봐준다. 아내 박씨는 도우미들이 오면 새벽 시간 아이들을 돌보느라 못 잔 잠을 청하며 휴식을 취한다.

박 소령이 퇴근해서 집에 올 때쯤이면 아이 넷을 부부가 돌봐야 한다. 박 소령이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세쌍둥이들과 자면서 2시간마다 수유한다. 그 시간 아내는 다른 방에서 서현이를 재우고 새벽 4시 이후 남편과 아내는 방을 바꿔 임무를 교대한다.

한밤중 아기들의 울음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날이면 하룻밤을 꼬박 지새워야 한다. 예방접종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할 때면 가족은 물론 도우미분들까지 총동원돼야 하지만 부부는 즐겁게 육아 전투에 임하고 있다.

아내 박씨는 “집에서 아이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면 몸이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방긋 웃어주는 아기들의 모습에 모든 피로가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며 환한 엄마 미소를 지었다.

“자녀는 하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에요. 부모도 자녀를 통해 사랑과 인내, 책임을 배우는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고 잠도 부족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박 소령)

세쌍둥이가 오고부터 육아 초보였던 남편은 자연스럽게 ‘육아 고수’로 성장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이 이제는 아기가 울면 기저귀부터 살피고, 잘 달래서 재운다”면서 “퇴근해서도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며 남편에게 고마워했다.


세쌍둥이가 곤히 잠든 모습.
세쌍둥이가 곤히 잠든 모습.



출산휴가·육아시간 활용해 아이 돌봐

박 소령은 국직부대의 병력 및 부대 구조 혁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저출산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

“저출산에 따른 병력 자원 감소는 이미 정해진 미래입니다. 이에 대비해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최적의 군 구조를 설계하고자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기획하고 추진 중입니다. 저출산은 수십 년간 형성된 가치관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단기적 정책으로 바꾸기 어렵고, 어릴 때부터 가정의 중요성과 세대 간 책임 의식을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 소령이 네 딸을 얻는 데에는 국방부의 출산·육아 정책이 한몫했다. 그는 “난임 시술을 위한 외출·휴가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고, 난임 지원제도를 통해 가까운 병원에서 시술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배우자 출산휴가가 20일에서 다태아의 경우 25일로 늘어났다. 그는 출산휴가, 육아시간을 통해 첫째 자녀의 등·하원과 동시에 세쌍둥이를 보살필 수 있었다.

“현재 정책에 너무 만족해요. 다만 누구나 이 제도를 주저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와 관련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제도와 문화가 함께 가야 하니까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박 소령은 현재 숭실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주경야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올해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국방정책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올봄 새 가족을 맞이한 ‘네 딸 아빠’ 박 소령은 벌써 다 자란 딸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소박한 꿈을 꾼다.

“귀한 생명들을 잘 키우는 것 또한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저에게 맡겨진 군의 과업과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랍니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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