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경북 의성에서 경남 하동까지 번지며 2주 넘게 이어졌던 산불이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전북 전주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의성은 이미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경찰은 차량을 통제했지만, 지휘통제본부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엉켜 무질서했다. 부식을 받으러 온 같은 부대원과는 악수 대신 눈인사로 안부를 전해야 했다.
지상 투입요원들의 겉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엔 피로와 긴장이 역력했다. 본부 역시 무거운 분위기에서 분주히 움직였고, 주변 주민들도 평생 처음 겪는 재난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작전 때 본부에서 군 항공기 투입현황을 공유하고, 담수지역과 작업구역을 조정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중심엔 언제나 ‘안전’이 있었다. 산불은 거세게 번졌고 기상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모든 결정은 현장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이뤄져야 했다. 특히 항공기 운용과 관련된 부분은 작은 실수도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임무를 이행하는 내내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내는 역할이야말로 군이 재난현장에서 담당해야 할 본질적 책무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전 임무 완수 후 먹은 점심은 식은 밥에 차가운 계란국, 투박한 김밥 한 줄이었지만 비지땀을 흘렸을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불평 없이 식사를 마치고 담수지로 향했다. 담수는 연신 이어졌다. 주변 고압선과 태양광패널은 자칫 방심하면 위험할 수 있었다. 작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대원 모두가 가슴에 새기며 작전을 전개해 나갔다.
2022년 경북 울진 산불 때의 조종 경험이 있어 그 위험성과 긴박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좁은 공역에 다수의 항공기, 수시로 바뀌는 바람 방향, 담수 시 항공기를 당기는 장력, 연기 등은 눈을 뜨기도 어려울 만큼 시야를 방해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안전에 유의해 작전을 이어 나갔다. 지난 4월에는 대구에서 발생한 산불에 수리온 헬기 2대가 야간비행에 최초로 투입돼 큰 역할을 했다. 임무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평소 철저한 훈련과 안전에 이상이 감지되면 과감히 임무를 중단할 줄 아는 현장 중심의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에서도 본부와 현장 간 상호 신뢰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응으로 이어졌다.
국방의 의무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이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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