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을 벌인다면

입력 2025. 05. 27   15:13
업데이트 2025. 05. 27   15:15
0 댓글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인 최근의 무력충돌은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정체불명의 무슬림 무장세력이 20여 명의 관광객을 살해한 테러가 도화선이었지만, 실제론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인도·파키스탄·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상충하는 가운데 임시국경선 격인 통제선(LoC)으로 3국이 분할 통제하는 카슈미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영토분쟁 성격도 있다. 또한 이 지역 내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의 종교분쟁이기도 하며, 동시에 3차례나 큰 전쟁을 치른 인도와 파키스탄 간 뿌리 깊은 자존심 대결의 재연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제사회 중재와 당사국들의 결정으로 ‘어정쩡한 휴전’에 들어갔지만, 충돌은 언제든 재발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사회는 ‘양국 간 자존심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양쪽 모두가 핵보유국이란 점에서 핵전쟁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이런 맥락에서 북핵을 머리맡에 두고 있는 한국에도 ‘피안(彼岸)의 불’이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날 때 종교적 갈등으로 따로따로 독립했지만 이후 잦은 전쟁과 무력충돌을 겪었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여 왔다. 인도는 자와할랄 네루 총리 주도로 중국에 앞서 핵 잠재력을 발전시켰지만 ‘가난 극복이 먼저’라는 이유로 핵무장 시점을 늦추는 인내심을 보였다.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직후 핵무장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을 때도 이를 자제했고, 1974년 핵실험 직후에는 ‘평화적 용도의 핵실험(PNE)’이었다며 핵무장과 선을 그었다.

인도와의 3차례 전쟁에서 모두 패배한 파키스탄은 “인도가 핵을 가지면 풀뿌리를 먹더라도 핵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던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의 의지로 핵 개발에 나섰다. 그의 지시로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네덜란드 회사에서 농축기술을 빼내 파키스탄의 카후타에 농축시설을 세운 것은 지금도 국제정치학도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핵 보유시기를 저울질하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마침내 1998년 나란히 핵실험을 실시하고 핵보유국이 됐다. 일찍부터 강대국의 꿈을 꿨던 인도는 중국과의 경쟁과 강대국 부상이라는 정치적 동기로 핵을 개발하면서 줄곧 ‘파키스탄의 핵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안보적 동기를 내세웠다. 또 파키스탄은 인도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핵 개발을 지속했다. 현재 인도는 약 180개, 파키스탄은 약 160개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국 모두 지상 발사, 해상 발사, 공중 발사가 가능한 ‘핵 3축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두 나라가 핵전쟁에 돌입한다면 히로시마·나가사키 이후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이후로는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는 ‘암흑의 세상’이 될 터. 먼저 핵 공격을 받은 쪽의 대응 여부·방법과 상대편의 재대응 여부·강도 등에 따라, 극소수 최고결정권자의 ‘인식과 결단’에 따라 수십·수백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사국들의 공멸 우려와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더 큰 핵전쟁으로 확전되기 전 멈출 수도 있지만 수천만 명이 희생되고, 양국의 주요 도시들이 질서도 치안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파괴와 생존 본능만이 득실되는 학살장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핵전쟁이 국제사회에 미칠 여파도 불투명하다. 도처에 핵 확산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고, 반핵운동이 퍼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핵전쟁은 쉽게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지만,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