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육사)는 단지 전투에 능한 인재가 아닌 통찰력과 인품, 용기를 두루 갖춘 전인적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육사의 교육이념은 ‘지(智)·인(仁)·용(勇)’으로 요약된다. 이 세 덕목은 오늘날 다국적 협력과 문화적 다양성이 일상화된 군 환경 속에서 더욱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첫째, ‘지(智)’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핵심을 꿰뚫고,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최선의 판단을 끌어내는 지적 역량이다.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는 해적 퇴치와 항해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긴박한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요구받는다. 특히 2011년 ‘아덴만의 여명작전’ 당시 피랍된 선박 내부에서 민간인을 구출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현장 정보, 선박 구조, 해적의 문화적 특성, 국제법적 기준까지 종합 판단한 결과였다. 이처럼 여러 요소가 긴박한 상황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전략적이고 정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둘째, ‘인(仁)’은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할 줄 아는 인격이다. 자이툰부대는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서 의료지원, 도로·학교 건설, 직업훈련 등을 통해 지역사회 재건과 발전을 도왔다. 군사작전이라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인간적 교류와 상호 존중의 힘으로 주민들과 신뢰를 쌓아간 것이다.
신념과 배경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군 조직의 단결은 물론 다국적 협력의 바탕이 된다.
셋째, ‘용(勇)’은 위기 앞에서 신념을 지키는 용기다.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는 동명부대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불발탄 제거, 민·군 협력, 의료지원 등 고위험 작전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눈앞의 안전만을 추구했다면 피했을 법한 임무를 평화를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감당해온 모습은 진정한 ‘勇’의 실천이다. 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가치와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는 군인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智·仁·勇’은 서로 분리된 덕목이 아니다. 문화적 다양성과 국제 협력이 당연한 시대에, 세 덕목은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할 줄 아는 강한 군인’을 만드는 하나의 리더십 모델로 통합돼야 한다.
“가슴엔 조국을, 두 눈은 세계로!” 이 슬로건은 생도뿐만 아니라 육사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구성원에게 실천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조국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세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며, 세계와 협력할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을 갖춘 ‘문화적 전략가’를 길러내고 있다. 문화적 전략가란 낯선 문화를 낯설지 않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며,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소통과 신뢰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능동적 리더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은 강의실에서 책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군 수탁 생도들과 함께 생활하며, 우리 생도들은 다문화적 감수성과 상호 이해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간다.
이들은 공동 과제와 전술 토론, 합동훈련을 통해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는 팀워크와 포용적 리더십을 체득하게 된다.
지금 이곳, 육사의 교육 현장에서는 그 미래가 매일의 실천과 훈련 속에서 조용히 빚어지고 있다. 교수와 교관, 생도가 함께 호흡하며 쌓아가는 이 여정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다음 세대 군 리더에게 깊고 단단한 뿌리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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