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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으로서 느낀 체력의 중요성

입력 2025. 05. 22   14:58
업데이트 2025. 05.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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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혁 상병 육군12항공단 본부중대
전상혁 상병 육군12항공단 본부중대



대한민국 20대 성인 남성이 대부분 그러하듯, 국가의 부름에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입대를 앞두고 집과 가까운 해군을 지원할지, 복무일수가 해·공군에 비해 적은 육군을 지원할지를 고민했다. 어느 군에 속하는 것과 상관없이 하나만은 명확했다. 간호학 전공을 살리기 위해 ‘의무병’ 입대를 희망했다. 

바라던 육군 의무병으로 입대해 초여름이 시작된 6월, 국군의무학교에서 한 달간 의무병으로서 임무·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평시 부대원들의 건강관리, 상처 소독, 멸균기 사용법 등을 교육받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전투부상자처치를 배우는 동안 흔히 말하는 ‘꿀벌’로 불리던 의무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군의무학교에는 실제 전장을 재현해 놓은 실내 훈련장이 있다. 야심한 밤, 적의 기습을 가정해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탄 밑에서 총구 화염을 재현한 번쩍거리는 불빛에 의존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훈련을 했다.

부상병을 엄폐물 뒤로 옮겨 처치하는 중에도 적의 화생방 공격을 떠오르게 하는 흰색 가스가 새어 나와 방독면을 착용하고 처치를 이어 하는 등 전장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각인시키겠다는 듯했다.

야외훈련에서는 전술적 현장처치를 하던 중 교관의 “적 공습 첩보, 5분 후 현 지역에 포탄 낙하”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치가 끝나지 않은 부상병을 플라스틱 들것을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다시 처치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순간, 교관들의 엄정한 피드백을 받았다. 교관들은 전투 중 발생한 부상을 처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의무병들은 모든 부상자의 예후를 생각해 처치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 가르침을 몸에 새기며 다시 한번 훈련에 임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스러져 가는 생명을 움켜쥐고자 최선을 다하던 국군의무학교 동기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국군의무학교에서 4주 동안 느낀 점은 의무병이 가장 체력적으로 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부상병이 있는 한 의무병의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후 가장 힘을 쏟았던 건 체력단련이다. 육군훈련소에서 처음 체력측정을 한 날 팔굽혀펴기를 겨우 28개 하고도 다음 날 근육통에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이제 특급전사를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향상됐다.

강인한 체력과 숙련된 주특기만이 옆의 전우를 지키고, 나아가 국가를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을 국군의무학교에서 배웠다.

제 몸을 두드리고 깎아 낸 강철만이 날카로운 검이 된다. 설령 검집에서 뽑히지 않고 그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검을 쥔 지휘관에게는 그보다 든든한 병장기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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