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에 철벽부대가 있는 강원 삼척시에 오게 됐다. 관사 문제로 결혼식보다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한평생 서울에서 가족과 살았는데 ‘삼척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군인가족의 삶은 어떨까’ 등 걱정이 많았다. 이사한 뒤 직장을 새로 구하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신랑과 함께 사회 등 예식과 관련해 의논했는데, 신랑은 여단장님께 주례를 부탁하자고 했다.
여단장님께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곳에 온 지 몇 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너무 부담스러워하시지 않을까. 심지어 우리의 결혼식은 서울이었다. 삼척에서 서울까지 오시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듯했다. 이런 걱정과 달리 여단장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결혼식 전 함께 식사를 하게 됐는데, 여단장님께서 부대 간부와 가족을 정말 식구처럼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 머문 기간은 중요치 않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그동안의 편견이 깨지며 마음이 놓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총책임자의 태도 하나가 그 기업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철벽부대의 첫 이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여단장님이 부대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곳, 이런 곳이라면 신랑 걱정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리 결혼식은 여단장님의 주례로 재미있게 마무리됐다.
군인과 결혼하면 배우자가 희생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는 걸 자주 듣곤 했다. 군인 남편을 따라 계속 이사하다 보면 한 직장에 정착하기 어렵고, 짧은 근무기간이 반복되는 경력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채용을 꺼려 커리어 유지가 힘들다는 점, 아이를 낳았을 때 ‘독박육아’를 할 수도 있다는 점, 심하면 출산할 때 신랑이 옆에 없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은 얼추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고 군인의 아내가 됐다.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신랑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만났을 때 다들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군인 아내를 둔 분들은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신랑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잘해 줘야 한다”고 한마디씩 거들어 주셨다. 군인의 배우자가 된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의 배우자여서 자긍심을 느낀다. 남편과 함께 출근할 때 군복을 보고 경례하는 아파트 경비원분들을 볼 때, 남편의 직업을 군인이라고 밝힐 때, 어린 조카들이 남편이 군인이라는 것을 알고 멋있다고 말할 때 등. 그 외에도 많지만, 어떤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보다 자랑스럽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군인의 배우자로서 단점은 감내할 수 있다. 남편이 군인인 것이, 그 군인의 배우자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