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군인가족으로 산다는 것

입력 2025. 05. 21   14:34
업데이트 2025. 05. 21   14:36
0 댓글
지상은 육군23경비여단 김영수 대위 부인
지상은 육군23경비여단 김영수 대위 부인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에 철벽부대가 있는 강원 삼척시에 오게 됐다. 관사 문제로 결혼식보다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한평생 서울에서 가족과 살았는데 ‘삼척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군인가족의 삶은 어떨까’ 등 걱정이 많았다. 이사한 뒤 직장을 새로 구하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신랑과 함께 사회 등 예식과 관련해 의논했는데, 신랑은 여단장님께 주례를 부탁하자고 했다. 

여단장님께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곳에 온 지 몇 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너무 부담스러워하시지 않을까. 심지어 우리의 결혼식은 서울이었다. 삼척에서 서울까지 오시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듯했다. 이런 걱정과 달리 여단장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결혼식 전 함께 식사를 하게 됐는데, 여단장님께서 부대 간부와 가족을 정말 식구처럼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 머문 기간은 중요치 않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그동안의 편견이 깨지며 마음이 놓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총책임자의 태도 하나가 그 기업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철벽부대의 첫 이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여단장님이 부대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곳, 이런 곳이라면 신랑 걱정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리 결혼식은 여단장님의 주례로 재미있게 마무리됐다.

군인과 결혼하면 배우자가 희생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는 걸 자주 듣곤 했다. 군인 남편을 따라 계속 이사하다 보면 한 직장에 정착하기 어렵고, 짧은 근무기간이 반복되는 경력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채용을 꺼려 커리어 유지가 힘들다는 점, 아이를 낳았을 때 ‘독박육아’를 할 수도 있다는 점, 심하면 출산할 때 신랑이 옆에 없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은 얼추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고 군인의 아내가 됐다.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신랑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만났을 때 다들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군인 아내를 둔 분들은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신랑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잘해 줘야 한다”고 한마디씩 거들어 주셨다. 군인의 배우자가 된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의 배우자여서 자긍심을 느낀다. 남편과 함께 출근할 때 군복을 보고 경례하는 아파트 경비원분들을 볼 때, 남편의 직업을 군인이라고 밝힐 때, 어린 조카들이 남편이 군인이라는 것을 알고 멋있다고 말할 때 등. 그 외에도 많지만, 어떤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보다 자랑스럽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군인의 배우자로서 단점은 감내할 수 있다. 남편이 군인인 것이, 그 군인의 배우자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