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몰랐던, 이제는 알아야 할… 전쟁 흐름 바꾼 공군력
미 항모 17척 투입 각종 전투서 맹활약
‘6·25전쟁 항공작전 비사’ 완결판 펴내
지상전 위주 기록 벗어나 군사사 재조명
자료 수집 쉽지 않았지만 결과 뿌듯
“관련 연구·교육 확대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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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75년 전 발발한 6·25전쟁. 그 기간에 항공모함(항모) 24척이 유엔군 소속으로 참전해 각종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은 밸리포지(CV-45)를 시작으로 포인트크루즈(CVE-119)까지 17척의 항모를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장진호전투에서도 항모는 맹활약했다. ‘바둥 스트레이트(CVE-116)’ ‘필리핀시(CV-47)’ ‘레이테(CV-32)’ 등의 함재기와 원산·연포기지에 대기하던 미 1해병사단의 해병대 항공기가 근접항공지원으로 철수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장호근(예비역 소장·공사 17기) 전 국방대 부총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 해군의 한국전쟁 항공작전』을 펴냈다. 2년 전 그가 출간한 『미 공군의 한국전쟁 항공작전』에 이은 후속작이자 6·25 당시 항공작전의 완결판이다.
“6·25전쟁사는 이 땅에서 가장 최근에 벌어진 최대 규모의 전쟁 기록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상작전에 관한 전쟁사로, 항공작전 기록은 매우 부족합니다. 특히 미 해군의 항공작전과 관련해선 번역서가 단편적으로 있기는 하나 전체를 분석하고 종합한 한글판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이러한 점에 착안, 우리가 잘 몰랐던 6·25 당시 미 해군·해병대 전투기들의 활약과 참전 기록을 찾아 모두 수록했다. 덕분에 전쟁 발발 직후의 항모 전개 과정, 부산 방어선,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철수작전 때 미 해군·해병대의 근접항공지원작전, 전선 교착과 정전협상 개시 이후 미 공군·해군·해병대의 합동 후방차단작전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미 항모의 활약을 주요 전투별로 요약하고 순차적으로 참전한 미 항모 17척의 소개 및 이들의 참전 기록, 유엔 참전 공군의 전투기·수송기 활동 기록도 부록에 상세히 정리했다.
“자료 수집이 쉽지는 않았죠. 이미 70여 년 전의 기록이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6·25전쟁 때의 미 해군 항공작전 관련 한글 번역서부터 구한 뒤 원문서적을 추적했죠. 인터넷에서 미 해군 역사 연구기관의 정리된 원문도 찾았고요. 힘들었지만 나온 결과를 보니 뿌듯합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공군과 해군의 작전 용어가 상이해서다. 그는 공군 조종사로서 미 공군의 작전 용어엔 익숙했지만 해군 용어에는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해군 항모와 함재기의 경우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만을 갖고 있었다.
이에 논문 형식으로 본문을 서술하면서 주요 내용의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혔다. 각주에 자세한 설명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관련 사진도 게재해 군사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도 군사 관련 역사책을 읽는 지루함을 덜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본문 내용 중 지상군의 전개 과정은 예비역 육군대령인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가, 해상작전은 함대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역임한 원태호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이 검토 및 최초 감수토록 했다.
이후 조덕현 전 해군사관학교 해전사 교수가 최종 감수함으로써 군사사(military history) 학술자료로도 신빙성을 더했다. 육·해·공군 예비역의 합동작전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이제는 ‘한국 공군 전투조종사가 6·25전쟁 항공전사를 모르고 지내 왔다’는 개인적인 자괴감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대학생 손자가 둘 있는데, 즐겁게 이 책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6·25와 항공기를 이해하고, 할아버지가 ‘빨간 마후라’였다는 사실과 그 의미를 알아 줬으면 합니다.”
출간 이후 수많은 이의 칭찬과 격려가 뒤따랐다. 그중 6·25전쟁사 전문가들이 보인 뜻밖의 반응은 그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항공전역(Air Campaign)이 전쟁사에서 거의 빠져 있었는데, 이 책이 많은 부분을 메운 동시에 이 분야를 확대 연구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했다는 평가 덕분이다.
앞으로 군 관련 교육기관에서 6·25전쟁 강의를 할 때 한 시간이라도 이런 항공작전 내용이 들어갔으면 하는 게 그의 소망이다. 아울러 이 책이 공군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글=이주형/
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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