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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공군 주력 운용…인도 라팔 격추 숨은 주역

입력 2025. 05. 21   16:22
업데이트 2025. 05.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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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무기의 세계 - 사브 2000 에리아이 조기경보기 

사브 340 여객기 개량 레이다 장착
전투기 크기 425㎞ 거리에서 탐지
전자정보 수집·지원 시스템 탑재
적 레이다·통신장비 작동 파악 가능
탈레반·인도 공격받아 파괴되기도 

 

파키스탄 공군의 사브 2000 에리아이 조기경보기 운용 모습. 사진=파키스탄 국방부
파키스탄 공군의 사브 2000 에리아이 조기경보기 운용 모습. 사진=파키스탄 국방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전개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중전에서 단연 주목받은 것은 전투기다. 한 대에 1500억 원이 넘는 프랑스 닷소(Dassault)의 라팔(Rafale) 전투기가 훨씬 저렴한 중국 AVIC의 J-10CE 전투기가 발사한 PL-15E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주장이 점점 신뢰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공중전은 전투기와 전투기의 1 대 1 싸움이 아니다. 수많은 무기체계가 평시와 전시를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적의 정보를 파악하는 총력전이다. 따라서 이번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을 프랑스 라팔과 중국 J-10CE의 싸움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조기경보기(AEW)다. 인도 공군은 3대의 인도산 ERJ145SM 조기경보기와 3대의 이스라엘산 A-50EI 조기경보기를 갖고 있는데, 파키스탄 공군이 8대를 보유한 조기경보기 사브(SAAB) 2000 에리아이(Erieye)와의 싸움에서 완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신 무기의 세계’에서 다룰 것은 바로 파키스탄의 주력 조기경보기, ‘사브 2000 에리아이’다.


연비 중시 여객기 ‘사브 2000’의 파생형 

사브 2000 에리아이는 사브가 1980년대 개발한 여객기 사브 2000에 에릭슨(Ericsson)이 개발한 ‘에릭슨의 눈’이란 뜻을 가진 에리아이 레이다를 결합해 만든 조기경보기다.

현재 사브는 고정익 항공기로 JAS-39 그리펜(Gripen) 전투기만 생산하고 있지만 여러 민항기도 만든 적이 있다. 사브 2000은 1980년대 당시 최신 기술을 사용한 사브 340 여객기를 확대 개량한 것이다.

사브 340에 비해 날개폭이 15% 더 넓고, 동체 길이가 7.55m 길어진 사브 2000은 5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지역 여객기다. 한국으로 치면 국내선 항공기라고 할 수 있다. 첨단 전자장비를 탑재하면서도 터보팬 엔진보다 연비가 좋은 롤스로이스 AE 2100P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해 연비가 저렴한 지역 여객기로 완성됐다.

하지만 사브 2000 여객기는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해 연비가 좋은 터보프롭 엔진 여객기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측이 실패한 것이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불과 63대만 생산되고, 민간 시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사브 2000의 높은 연비와 첨단 항공전자 장비는 군용 항공기, 특히 장거리·장시간 작전이 필요한 해상초계기(MPA)·전자전기(ELINT)·조기경보기에 매우 적합했다. 이에 사브는 1996년 사브 340 여객기에 레이다를 얹은 S 100B 아르고스(Argus) 조기경보기를 개발했다. 이어 수출 목적으로 사브 340보다 더 큰 플랫폼인 사브 2000에 아르고스 조기경보기의 레이다를 장착한 것이 바로 사브 2000 에리아이다.

 

 

지난 10일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 볼라리 공군기지를 공대지미사일로 공격해 1대의 에리아이가 완파됐다. 이날 공습 이후 볼라리 공군기지 내 파괴된 격납고의 위성 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일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 볼라리 공군기지를 공대지미사일로 공격해 1대의 에리아이가 완파됐다. 이날 공습 이후 볼라리 공군기지 내 파괴된 격납고의 위성 사진. 연합뉴스



PS-890 레이다와 HES-21 전자전 장비 

에리아이 조기경보기의 핵심 장비는 ‘PS-890 레이다’다. 1987년 최초로 비행기에 탑재해 비행시험이 이뤄졌고, 1996년 사브 340 조기경보기에 처음 장착돼 실전 배치됐다. 굉장히 오래됐지만 판자(Plank) 형태의 이 레이다는 항공기용으로 실용화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이다.

S밴드 주파수를 사용하는 PS-890 레이다는 전투기 크기 목표를 약 425㎞에서 탐지할 수 있으며, 조기경보기 레이다로는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긴 탐지거리를 가졌다. 다만 송·수신 모듈이 양옆으로 길게 붙어 있고 앞뒤에는 레이다 소자가 없어 좌우 150도, 즉 전방 및 후방 60도의 범위에서는 적을 탐지할 수 없는 사각지대(Dead Zone)가 있다.

PS-890 레이다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소형 순항미사일이나 정지한 헬리콥터 등을 탐지할 수 있으며, 해상 탐색 모드를 사용하면 전투함과 소형 보트까지 탐지할 수 있다. 에리아이 조기경보기에 설치된 내부 콘솔에 탑승한 관제사뿐만 아니라 EGIS를 통해 지상의 방공작전 지휘부와 연결된다.

PS-890 레이다보다 유명하지 않지만 레이다만큼 중요한 것이 전자정보 수집/지원(ELINT/ESM) 시스템 HES-21이다. 이 장비는 레이다처럼 직접 전파를 송신하지 않지만 적 항공기나 장비가 방출하는 각종 신호 정보, 전자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적이 어떤 비행기인지, 어떤 장비를 가졌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적의 레이다 작동은 물론 통신장비 작동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번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파키스탄 공군의 J-10CE 전투기가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해 라팔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었던 것도 파키스탄이 전자정보 수집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테러·미사일 공격받았지만 전장에서 활약

파키스탄 공군은 사브 2000 에리아이 조기경보기 외에 4대의 중국제 ZDK-3 조기경보기를 2011년부터 운용 중이었으나 지난해 1월 모두 퇴역시켰다.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ZDK-3는 에리아이와 달리 회전식 레이다를 장착해 360도 감시할 수 있으나 성능·신뢰성 부족으로 조기 퇴역을 결정하고 개조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공군은 모두 9대의 에리아이 경보기를 도입했으나, 세계에서 가장 자주 피해를 본 조기경보기 역시 파키스탄 공군의 에리아이였다.

2012년 8월 16일 탈레반 분파가 파키스탄 미하스 기지를 공격해 1대가 완파되고 2대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유일한 조기경보기의 지상 공격 피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 10일에는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 볼라리 공군기지를 Su-30MKI에서 발사된 브라모스(BrahMos) 초음속 공대지미사일로 공격, 여러 명의 파키스탄군이 사망하고 1대의 에리아이가 완파됐다. 이 사건은 이틀 앞서 시행된 인도의 ‘신두르 작전(Operation Sindoor)’ 때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포함한 전투기들이 격추된 것을 보복하기 위한 인도 공군의 작전으로 추정된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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