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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앞에…이러지도, 국익 앞에…저러지도 '흔들리는 산업지도'

입력 2025. 05. 19   16:10
업데이트 2025. 05. 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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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 구글 정밀지도 반출 요청 놓고 고심

구글 ‘5000 대 1’ 한국 축적 지도 해외 반출 요구 
관광 활성화 기대에도 안보·산업 주도권 상실 우려도
정부협의체, 8월 11일 2차 통보 기한 앞두고
‘안보 수호와 여행 편의’ 사이 균형점 찾기 분주



구글이 시작한 지도 전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정밀 국가기본도 데이터를 국외로 가지고 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구글 요청에 대해 정부기관이 결정을 유보하면서입니다. 구글은 왜 우리나라 초정밀 지도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구글이 해외 반출을 원하는 지도는 정확히 5000 대 1 축적 지도입니다. 실제로는 50m인 거리를 지도상에는 1㎝로 표현합니다. 건축물 모양과 골목길 형태까지 식별이 가능합니다. 구글은 지도 기능 고도화와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정밀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구글은 2만5000 대 1 축척 지도를 사용 중이거든요.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지닌 만큼 고정밀 지도 데이터 활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의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싶다며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안보시설을 비공개하면 허가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를 구글이 거부하면서 무산됐고요.

그러던 구글이 지난 2월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에 재차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안보시설 가림 처리 조건을 따르고, 정보 보안 관련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책임자를 지정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여전히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리원은 내부 심의를 거쳐 협의체에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여부는 국토부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산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뤄진 협의체가 결정하거든요. 협의체는 국가안보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협의체는 구글의 지도 반출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합니다. 이 기한은 1회에 한해 60일 연장할 수 있어요. 1차 통보 기한이 지난 15일까지였으니 2차 통보 기한은 오는 8월 11일이 됩니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 지도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중국, 북한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글 지도로 도보 경로, 자전거 경로, 실시간 경로 등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해외 여행·출장에서 든든한 나침반이 돼 주던 구글 지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무용한 상태인 겁니다.

구글은 구글 지도의 핵심 기능이 구동되면 심리적 허들이 완화돼 한국 관광 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득 중입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도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 구글 지도가 활성화된다면 2027년까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약 680만 명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네이버·카카오 지도의 외국어 서비스가 미흡한 부분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어 검색과 영어 검색 결과가 다른 것이 대표적입니다.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대다수가 구글 지도에서 목적지 주소를 확인한 뒤 다시 네이버·카카오 지도로 접속해 여로를 확인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네이버·카카오 지도는 사용자 경험 지원에 주력하고 있거든요. 관심장소정보(POI)에 기반해 탐색-예약-이동-리뷰로 이어지는 플랫폼적 역할과 프로그램연결인터페이스(API)를 내세워 이종산업과 협력하는 비즈니스적 역할을 강조합니다.

산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구글 지도 사용성 업그레이드는 2만5000 대 1 축적 지도만으로도 가능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네이버·카카오 지도의 고도화가 거듭되는 만큼 외국어 서비스 개선도 어렵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구글 지도의 대체재가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정보기술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이 원하는 지도는 보통 국가가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거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립할 때 사용되는 종류”라며 “관광객이 지도 앱을 선택할 때는 정밀도가 아니라 최신화와 편의성을 따져본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구글의 목적은 국가의 핵심 자산을 유용해 첨단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트윈 시장은 2030년까지 한 해 평균 3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황금 광맥입니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토대로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 증강현실(AR), 자동예약·결제, 자율주행 등 다양한 공간정보산업에 진출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과 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 공간정보기업은 지리정보시스템(GIS), 지형 공간 측량, 위치기반서비스(LBS), 블랙박스·내비게이션 사업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99%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입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등장은 위협적이거든요.

법적 의무를 다하는 우리나라 기업과 달리 구글이 국내 규제를 준수할지도 의문입니다. 2021년 국방부가 구글에 안보시설이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도 요지부동입니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주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로 반출된다면 수정 여부는 더욱 불확실해집니다.

우리 정부는 1966년부터 수조 원의 세금을 투입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구축해 왔습니다. 구글은 서버가 해외에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을 과소 상계해 세금을 줄이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의 감사보고서상 매출은 3870억 원이지만 학계에서는 12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이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는 170억 원에 불과합니다. 네이버가 3900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수준입니다. 구글이 싱가포르와 일본, 대만에도 설치한 데이터센터를 우리나라에는 짓지 않는 것도 이유로 꼽힙니다.

협의체가 시간은 벌어뒀습니다. 국가안보 수호와 여행 편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 국익에 기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 이가람 기자는 매경닷컴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포털·통신·게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IT업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필자 이가람 기자는 매경닷컴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포털·통신·게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IT업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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