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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 속에서 배우다 ‘교관의 사명’

입력 2025. 05. 14   15:50
업데이트 2025. 05. 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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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만 소령 육군항공학교
서형만 소령 육군항공학교



지난 3월 첫째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 전날부터 아이는 많이 설?는지 아침 7시에 스스로 알람을 맞추고 입학을 준비했다. 성장한 아이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이에게 느꼈던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바로 내가 교육했던 교육생들이 입교 후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수료식을 맞이할 때의 감정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단계 성장하고 수료하는 교육생들을 바라보며 교관으로서 ‘가치 있고 보람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곤 했다. 감사한 만큼 교관으로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명감 또한 깊이 자리 잡음을 느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란 말이 있다. 이는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의 『관자(管子)』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이 국가와 사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한 말이다.

최근 대위 지휘참모과정을 수료한 교육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교관님의 열정적인 교육으로 많이 성장했고, 교관님을 롤모델 삼아 군 생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으며 ‘내가 편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에 잠겼고, 쉽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교관을 보면서 군 생활의 기준을 정하고, 교관의 말 한마디를 마음에 새기는 하얀 도화지 같은 교육생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그리는 도화지에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도록 도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끝은 교육생들에게 정립됐으면 하는 바람 두 가지로 압축됐다. 첫째는 적의 강·약점을 정확히 알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전우와 본인의 생명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군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는 작전적 긴장감과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군 생활을 가치와 보람으로 승화시키는 군 생활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편지를 읽고 교관으로서 처음 다짐했던 ‘2식 1심의 자세’를 다시금 견지해 본다. 대한민국은 현재 종전이 아닌 휴전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 충돌 같은 전쟁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실습 상황이 곧 전장 상황이고 토의하는 교실이 곧 전투 현장이라는 ‘전장의식’, 아무나 할 수 없는 전술을 교육한다는 ‘자부심’으로 교육하겠다고 다짐했던 초심을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편지를 준 교육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너의 편지는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교관에게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더 많은 연구와 준비로 네 편지가 부끄럽지 않도록 교관으로서 사명을 다하마.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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