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가다 서다 반복 안 하게…병력, 지체와 정체 벗어나게
군 혁신 방향 잡는 ‘내비게이션’
한국군 군사혁신의
비전과 전략
플래닛미디어 펴냄
조화롭고 통합된 관점에서 기술
이전 군사혁신 서적과 차이 보여
초연결·초지능·초고속 시대 전장 대응
전력·병력 구조 개혁 방법론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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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북한은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이전 조 바이든 정부와는 다른 북핵 인식과 동맹정책 변화를 곳곳에서 감지케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또한 전쟁 양상이 급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같은 복합 안보 위기 시대를 맞아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군사혁신의 비전과 전략을 담은 책이 나왔다. 정연봉(예비역 육군중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펴낸 『한국군 군사혁신의 비전과 전략』을 통해 미국의 지능정보전 준비 동향,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 최신 군사이론을 바탕으로 2040년대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군사혁신의 최종상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국가안보 전략, 군사전략, 지휘 구조, 전력 구조, 병력 구조, 부대 구조별로 최종상태에 이르기 위한 분야별 비전과 전략도 함께 포함됐다.
“사실 책이 나오기까지는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985년 동두천에 주둔한 미 2사단에서 대위로 복무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당시 미군과 생활하면서 경험한 지적·문화적 충격은 너무나 컸습니다. 이후 미 육군지휘 및 참모대학, 한미연합사 을지연습장교, 미 육군대학원, 육군참모차장 등의 교육과 보직을 거치면서 ‘선진 강군’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지고 깊어졌습니다. 전역 후 육군 정책연구위원장으로 육군의 혁신 자문을,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으로 국방혁신을 자문하면서도 계속 생각했습니다. 책은 그 결과물입니다.”
오래 고민과 연구 끝에 나온 책은 덕분에 이전의 군사혁신 관련 서적과 다른 특징을 지녔다. 외국의 경우를 소개하거나 어떤 한 분야의 것들을 부각해 다른 분야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국가전략과 군사전략,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상부지휘·전력·병력·부대 구조 등을 망라해 조화롭고 통합된 관점에서 기술했다. 그러면 이 가운데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정 부원장은 전력·병력 구조 혁신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전력 건설은 북한이 어떤 무기체계를 개발하면 그것에 대응하는 개념의 무기체계 개발, 그러니까 따라잡는 식으로 진행됐다. 육·해·공군 또한 유인·대형·고가로 대변되는 전투기·함정·전차 등 각군 고유의 임무 수행에 따른 무기를 우선 획득하려 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 때문에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력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초연결·초지능·초고속’의 기술환경 속 새로운 전장(戰場)에 대한 대응이 핵심입니다.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목표와 목적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적의 선택을 통한 전력 건설을 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방향 또한 재검토해 소요를 줄일 것은 과감하게 줄이면서 무인·소형·저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현대전에 부합한 능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병력 구조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총체 전력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가방위를 위해 상비군, 예비군, 민간인력, 민간군사기업(PMC), 동맹국 지원 등 모든 가용한 인적 요소를 통합해 운영하는 개념이다. 인력관리를 군인이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벗어나 국방인력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장해 운영하는 것이다.
“군은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PMC를 부대시설관리 등에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달라져야 합니다. 신속하게 민간의 우수한 기술 인프라, 필요하면 자본 시스템과 같은 것들도 도입해 민·군이 협력해 군을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도 전체 병력 비율을 보면 각각 40%, 28% 정도를 민간 부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 부원장은 군사혁신을 위한 조직문화의 변화도 당부했다. “군사혁신은 새로운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미래의 전투 방법과 무기체계·전장운영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하는 장이 열리고, 그것에서 나온 제안을 탐구하고 시험해 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죠. 그리고 이에 걸맞은 보상 시스템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책에 담긴 새로운 의견들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다만 우리 군의 혁신에 이 책이 도움을 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이주형/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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