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일할 땐 열심히, 쉴 땐 충분히’…가고 싶은 軍 만들어

입력 2025. 05. 13   17:07
업데이트 2025. 05. 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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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2025 전반기 인사정책 순회교육

장병이 행복해야 군이 행복
금요일 4시 퇴근, 월 하루 이상 휴가
‘나두 운동’으로 일하는 문화 혁신
현장서 소통해야 군이 행복 
‘폭싹 멘도롱수다’ 부대 순회교육
일방향→쌍방향 소통의 장 마련

공자는 “바람이 불면 풀들이 바람 부는 대로 눕는 것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면 아랫사람들은 믿고 따라온다”며 덕치(德治)를 강조했다. 군에도 설득과 소통으로 화합하는 병영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조직의 성과도 극대화되는 법. 해군이 ‘일하는 문화 혁신’에 가속 페달을 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수연 기자

13일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진행된 ‘폭싹 멘도롱수다’에서 장병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희진 하사
13일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진행된 ‘폭싹 멘도롱수다’에서 장병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희진 하사


조직의 성장,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 

#금요일 오후 4시. 부대를 나선 해군○함대 김○○ 대위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각종 업무로 한창 분주했을 시간. 하지만 이제는 배우자와 유치원 앞에서 하원하는 자녀를 마주하고, 다가올 주말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 됐다.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와 포옹하니 한 주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김 대위의 일상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해피 데이(Happy Day)’ 복무제도 덕분에 달라졌다. 한 달(1)에 하루(1) 이상 휴가를 권장하는 ‘리프레시(Refresh) 11’ 제도도 숨통을 틔워줬다. 올해 30분 늘어난 육상부대 전투체육 활동 시간 덕에 일상을 건강하게 보낼 체력도 길렀다.

구성원이 행복해야 조직도 잘 된다는 철학이 담긴 제도들. 해군이 바꾼 것은 규정 몇 줄이 아닌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많은 군인의 삶 그 자체다. 인구절벽 시대를 통과하는 군의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뼈를 깎는 고민으로 탄생했다.

올해는 ‘나두(NAvy DO) 운동’을 추진하며 ‘지속 가능한 해군을 위해 나 자신부터 행동한다’는 의미를 담은 4대 원칙과 10대 행동 요령을 전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군 일하는 문화 혁신 ‘나두(NAvy DO) 캠페인’ 포스터. 사진=해군 제공
해군 일하는 문화 혁신 ‘나두(NAvy DO) 캠페인’ 포스터. 사진=해군 제공



현장 목소리 적극 수렴, 정책 반영 

해군이 일하는 문화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하는 소통 구조가 단단히 한몫했다.

올해 인사정책 순회교육에 ‘폭싹 멘도롱수다’라는 말랑한 이름을 짓고, 각급 부대를 찾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순회교육 방식을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장소도 ‘회의실’에서 ‘카페’로 바꿨다.

‘폭싹’은 ‘완전히·가득히·깊게’, ‘멘도롱’은 ‘따뜻하고 포근한 상태’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해군 구성원들과 따뜻하고 포근한 상태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겠다는 의지다.

현장에선 여군·부사관·간부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솔직하고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다수 제기한다. 소규모로 진행하는 만큼 대표성 우려도 존재하지만, 계급·성별·근무지를 다양하게 구성해 심층적 논의가 가능하고 도출된 방안의 질도 좋다는 점에서 장병들의 호응이 높다.


박태규(준장) 인사참모부장
박태규(준장) 인사참모부장


인터뷰
박태규(준장) 인사참모부장
“핵심은 일과 삶 균형…젊고 유능한 인재가 해군 선택하게 할 것” 


작년 간부 평균 휴가 14.4일

필승해군 4.0 건설 추진 성과
일선 부대 목소리 경청하고
간부 처우 개선에 앞장설 것
박태규(준장) 인사참모부장


“일하고 싶은 해군을 만들겠습니다.”

박태규(준장)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의 한마디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느껴졌다. 박 부장은 창군 이후 병력과 플랫폼 중심의 ‘양적 성장’에 매진해온 군이 인구감소라는 현실 앞에서 ‘질적 성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병들이 행복해야 해군의 매력이 살고, 젊고 유능한 인재가 해군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해군은 지난해부터 ‘일하는 문화 혁신’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간부·군무원 휴가 실시 현황이 전년도보다 2.1일 증가한 평균 14.4일로 집계된 것도 여러 성과 중 하나다.

박 부장은 “해군은 조직문화 측면에서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면을 일소하고, 유연하게 소통하며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필승해군 4.0(Blue Ocean Navy)’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핵심은 일과 개인의 삶이 충분히 균형을 이루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부장은 올해부터 개최 중인 인사정책 순회교육 ‘폭싹 멘도롱수다’에 직접 참여하며 일선 부대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내용은 복무 여건 개선이었다.

그는 “폭싹 멘도롱수다에서 ‘함정 승조원 순환근무제도 시행으로 15일이라는 충분한 휴식 기간을 활용해 가족여행을 떠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장병의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추억이 떠올랐다. 정책과 현장의 연결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정책 추진자로서 보람과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됐다”며 “기동함대 등 전반기에 방문하지 못한 부대를 중심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부장은 ‘일하고 싶은 해군’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일하는 문화 혁신’ 추동력을 강화해 모두가 행복하고 근무하고 싶은 해군을 구현하겠습니다. 현장과 정책 사이의 선순환 구조가 공고히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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