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중동의 전운

입력 2025. 05. 09   16:02
업데이트 2025. 05. 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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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수차례에 걸친 직간접 대화가 있었지만, 타결의 실마리는 아직 없다. 미국은 예멘의 후티 반군을 때리면서 이란을 겁주는 살계경후(殺鷄儆?) 작전을 계속하는 한편 2개의 항모전단, B-2 및 B-52 폭격기, F-35 전폭기, 수송기, 공중급유기, 지하관통탄 등 공격무기들을 디에고가르시아섬을 비롯한 미군기지에 집결시키고 있다. 이란의 반격에 대비해 사드(THAAD) 등 방공무기도 반입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연합 공군훈련도 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핵시설들을 초토화하겠다는 기세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도 “공격받으면 강력한 보복으로 맞설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이란의 핵 문제는 북핵만큼이나 긴 우여곡절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핵 대화를 하거나 합의한 뒤에도 핵 개발 야망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북핵을 빼닮았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팔레비 왕정 시절 추진됐다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중단된 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때 부활했고, 2002년 망명 반정부세력이 신정(神政) 정부의 핵 개발실태를 폭로함으로써 국제 문제로 부상했다.

이후 유럽 3국(영국·프랑스·독일), 중국, 러시아 등에 미국이 가세한 6개국이 이란과 지루한 협상을 이어 갔다. 결국 2013년 온건 중도 하산 로하니가 이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실마리가 잡혔고, 2015년 7월 14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 탄생했다.

이 핵 합의에 따라 이란은 2031년까지 포르도 농축시설 사용 중단, 농축도 상한선 3.67%, 농축우라늄 비축량 300kg 이하, 나탄즈 농축시설의 운용 제한, 이라크 원전의 성능 변경 등에 합의하고 서방은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하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게 시한부인 데다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내용도 없다는 이유로 2018년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재개했다. 이듬해 이란도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핵 활동을 가속했다. 이란은 핵시설을 확장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활동을 크게 제약했고, 새로운 원심분리기도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올 3월 현재 이란이 275kg의 60%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해 6~7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런 상태에서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력 결집이 계속되고 있다.

큰 그림에서 보면 현 이란 핵 위기는 이스라엘과 온건 수니파 국가들이 주도하는 중동 질서를 원하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헤즈볼라, 후티, 하마스, 시리아 독재정권 등 대리세력을 키워 2023년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작전’을 뒷받침하면서 중동 질서 재편을 주도해 온 이란의 야망이 충돌하는 현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금이 이란을 길들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이 구축한 ‘시아파 벨트’가 상당 부분 허물어지고, 2024년 4월과 10월 2차례의 미사일 교전으로 이란 방공체계의 상당 부분을 파괴한 지금이 이란 핵 능력을 결딴 낼 절호의 기회로 본다.

물론 이란이 핵 야망을 완전히 버린다면 원유 수출 봉쇄, 환율 및 물가 폭등, 경제 침체 등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전운도 사라질 것이다. 현 대결구도에서 이런 쾌도난마식 해결을 기대하기는 무리지만, 그렇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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