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이 ‘힙’해지는 곳, 경기 이천시

먹GO…이천 쌀밥 기본에 블루베리 디저트
놀GO…복합문화공간 즐기다 밤엔 조명쇼
만들GO…도자 직접 빚고 그리며 '추억 쌓기’

경기 이천시는 예부터 임금님에게 쌀을 진상하는 지역이자 한국 도자예술의 본고장으로 손꼽힌다.
역사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조금 지루한 여행지일 수도 있을 터. 
최근 들어 이천시 곳곳에 흥미로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간이 ‘힙’하게 변한 모습들, 새롭게 등장한 핫플레이스, 맛집까지 한데 모였다. 
이번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근교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시몬스 테라스-침대회사가 선사하는 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는 국내 유명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8년 문을 열었으며, 5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해 이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침대를 테마로 한 공간답게 곳곳이 감각적으로 꾸며져 SNS 사진 명소로 인기가 높다.

시몬스 테라스는 크게 3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주차장과 바로 연결된 지하 1층은 실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테라스 스토어’다. 다양한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까지 가능한 쇼룸이다. 1층으로 올라가면 ‘매트리스 랩’이 등장한다. 시몬스 침대에 적용된 기술력을 여러 방식으로 소개하는데,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2층 ‘헤리티지 앨리’로 올라가면 미국에서 시작된 시몬스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건물 외부 잔디광장에서는 다양한 행사, 공연 프로그램, 파머스마켓 등이 기획되기도 한다. 자세한 정보는 시몬스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예스파크 도자예술마을 & 사기막골도예촌-현대와 전통의 도자기 마을

이천은 오랫동안 도자기 문화가 이어진 지역으로 유명하다. 청동기 시대부터 토기 제작이 활발했던 흔적이 있으며, 조선 중종 시기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천도호부 특산품으로 도기를 꼽았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사기막골 주변에는 가마터가 5곳이나 발견됐을 정도로, 이 일대에서 도기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오늘날에도 이천에는 수많은 도공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온 사기막골도예촌, 2008년부터 도자예술마을로 조성된 예스파크가 그 중심지다.

사기막골도예촌은 1980년대 도예가들이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다. 골목 사이로 크고 작은 도자공방 50여 곳이 다닥다닥 자리 잡고 있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 도예촌 풍경을 자랑한다.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전통가마에서 직접 구워 낸 청자와 백자부터 평소에 쓰기 좋은 생활자기, 세련된 디자인의 접시, 앙증맞은 도자 소품까지 작가나 매장 주인장의 성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스파크는 이천시 신둔면에 조성된 예술인 마을이다. 현재 300여 개의 공방과 갤러리가 입주해 있다. 도자기는 물론 회화, 목공, 한지, 섬유공예 등 여러 분야의 공방이 가득해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전시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부 공방에선 사전예약 시 도자 빚기, 물레 체험, 초벌 도자기 페인팅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단순히 도자기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이 아닌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반올가닉-블루베리농장 카페에서 즐기는 브런치

더반올가닉은 유기농 블루베리농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다. 1987년부터 무려 40년 가까이 운영하는 유기농 블루베리농장으로, 신선한 블루베리를 활용해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모든 블루베리 관련 제품은 특허받은 저장방식으로 보관하고, 특별한 노하우를 담아 직접 가공한다고. 10종이 넘는 블루베리빵과 디저트, 블루베리주스, 에이드, 블루베리콤포트 등을 곁들인 브런치 메뉴가 준비돼 있다. 블루베리피자, 브런치 플레이트 등이 인기 메뉴이지만 잼을 발라 즐기는 베이글과 스콘, 블루베리가 듬뿍 들어간 케이크도 놓치지 말 것. 1층부터 3층까지 통유리 너머로 드넓게 펼쳐지는 블루베리밭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블루베리 수확철이 다가오고 있다. 6월부터 7월까지는 농장 체험 프로그램, 시즌 한정 메뉴 등을 출시하기도 한다. 관심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채널(@thebarnorganic)에서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자.

설봉공원-호수 산책과 문화가 공존하는 시민 휴식처

설봉공원은 이천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대표 쉼터이자 각종 축제의 무대다. 설봉산 기슭을 배경으로 약 10만㎡ 규모의 설봉호수가 조성돼 있으며, 그 둘레를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가 이어진다. 벚꽃이 피는 봄이면 호수 둘레길을 따라 만개한 꽃터널을 걸을 수 있고, 여름이면 음악분수와 야외공연이 더위를 식혀 준다. 가을엔 단풍 든 산과 잔잔한 호수 풍경이 어우러져 사진 동호인들이 찾고, 겨울엔 호수 일부가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돼 사계절 내내 즐길거리가 넘친다.

공원 한쪽에는 이천시립박물관과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경기도 세계도자센터가 모여 있어 문화예술공간으로서 면모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이천의 역사와 설봉산성 등 지역 유적자료를 전시하고, 월전미술관에선 수준 높은 동양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계도자센터는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설립된 곳으로, 야외에 세계 30여 개국 도예 작가들의 조각품이 설치돼 있는 조각공원도 공원 산책길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설봉공원의 음악분수는 이천시의 대표적인 야간 명소다. 75m 길이의 분수시설에서 음악에 따라 최대 60m 높이로 솟구치는 분수쇼를 감상할 수 있다.

별빛정원우주-밤하늘 별빛을 담은 환상 정원

해가 진 뒤에도 이천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면 ‘별빛정원우주(OOOZOO)’를 추천한다.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 뒤편에 조성된 이색 테마파크로, 이름처럼 수만 개의 별빛 조명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야경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4만6000㎡ 부지에 달과 토끼, 우주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과 정원이 꾸며져 있다.

별빛정원우주는 주간과 야간 관람방식이 다르다. 밤에 방문할 경우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낮에는 휴게소 이용객을 위해 일부 시설을 무료 개방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잘 가꿔진 정원이어서 산책하기에 좋다. 그러나 아름다운 야경은 어두워져야만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조명 연출이 시시각각 색을 바꾸며 정원을 수놓는다는 점이 특징. 빛터널을 지나면 LED 장미꽃밭과 반딧불 정원, 동화 속 달토끼 마을 등 테마별로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이어진다. 정시마다 음악과 어우러진 라이트쇼가 펼쳐져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임금님쌀밥집-‘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 쌀밥’ 정식

조선시대 왕에게 쌀을 진상했던 지역답게 곳곳에서 ‘쌀밥 정식’을 내세우는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천의 품질 좋은 쌀로 지은 솥밥에 여러 반찬을 곁들여 먹는, 일종의 한정식이다. 임금님 수라상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임금님쌀밥집’은 2002년 6월 문을 연 이래 20년 넘게 가마솥밥 짓는 연기를 올리고 있는 쌀밥 정식 전문점이다. 대한민국 한식조리기능장이 주방을 진두지휘해 매일 엄선한 식재료로 정갈한 한 상을 차려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천쌀 솥밥과 함께 10가지가 넘는 반찬이 한꺼번에 차려진다. 직접 다진 고기로 빚어낸 떡갈비, 비린내 제거를 위해 정성껏 손질한 보리굴비, 알이 꽉 찬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 등 차림 하나하나가 호텔 한정식 부럽지 않은 품격을 자랑한다. 장류 하나까지 기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손수 담가 내는 게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이자 원칙이다.

제철 재료로 만드는 요리가 많아 언제든 매력적인 한 상 차림을 받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