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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기록…50년 전 편지 속 가족이 그립다

입력 2025. 05. 07   15:31
업데이트 2025. 05. 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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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 80주년 기념 공동기획전
7월 6일까지 ‘기록, Memory of you’
고려~일제강점기 일기·공문서 등 전시

 

베트남전쟁 당시 바나나잎에 쓴 파병 장병의 편지.
베트남전쟁 당시 바나나잎에 쓴 파병 장병의 편지.



“은경 엄마! 염원해 주는 가운데 월남에 있는 아빠는 무사하오! 훗날 부끄럼 없는 생활이 되기를. 1972.11.1 월남에서 아빠가.”

50여 년 전 베트남전쟁 당시 고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쓴 파병 장병의 편지가 공개됐다. 밀림에서 구했을 법한 바나나잎에 써내려간 이 편지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투 현장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전해진다.

6·25전쟁 중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떠나야 했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일기도 시민들을 만났다. 빛바랜 공책 위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일기를 보노라면 서글픈 피란민 생활 속에서도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흔들림 없는 배움의 의지가 눈에 띈다.

이처럼 기록을 통해 시대를 조망하고, 그 당시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전하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7월 6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는 광복 80주년 기념 공동기획전 ‘기록, Memory of you’는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순간과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기록’을 통해 조명한 전시다.


1947년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광복 이후 태극기를 달고 처음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 서윤복(왼쪽)과 1950년 같은 대회에서 1·2·3위를 휩쓴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
1947년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광복 이후 태극기를 달고 처음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 서윤복(왼쪽)과 1950년 같은 대회에서 1·2·3위를 휩쓴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

 

6· 25전쟁 당시 인형을 매단 소총을 든 군인이 글을 모르는 아버지에게 사진으로 안부를 전하는 모습.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다음 날 그는 전사했다.
6· 25전쟁 당시 인형을 매단 소총을 든 군인이 글을 모르는 아버지에게 사진으로 안부를 전하는 모습.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다음 날 그는 전사했다.

 

6· 25전쟁 당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간 초등학교 6 학년 학생의 일기
6· 25전쟁 당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간 초등학교 6 학년 학생의 일기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립청주박물관·국가기록원 세 기관이 소장한 일기, 문학작품, 공문서 등 100여 점의 근현대사 기록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고려시대의 한 어머니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사후에도 글을 지으며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덤에 묻었던 ‘단산오옥 명먹’은 깊고 아픈 모성애를 느끼게 한다.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붙이고 출전한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챔피언에 올랐지만, 조국 없는 설움이 북받쳐 기쁨의 세리머니조차 할 수 없었던 마라토너 손기정의 시상식 영상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경제부흥기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뜻을 품고 독일로 건너가 광부와 간호사로 일한 조국의 아들딸들의 사연도 소개됐다. 지하 탄광과 병원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그들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월급을 송금하고, 편지를 쓰며 이국땅에서 향수를 달랬을 것이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기록을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가 만나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많은 관람객이 기록이 품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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