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관리하는 자가 아름답다
‘안티 에이징’ 지고
‘슬로 에이징’ 급부상
노화 늦추기 뷰티 트렌드로
2040 남성 열에 일곱은 ‘홈케어’
피부과 등 에스테틱 관리도 다수
음주·흡연 비율은 꾸준히 줄어
관리에 남녀노소 없는 시대
젊은 피부 ‘경쟁력’ 되다
“30대부터 남자는 둘로 나뉘죠. 관리하는 사람과 관리하지 않는 사람.”
30대 남성 소비자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남성들의 뷰티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남성이 여성보다 외모를 관리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나이가 들수록 관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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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외모를 가꾸는 것은 더는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라 당당한 자기관리로 여겨진다.
남성만의 변화가 아니라 나이, 직업, 국가를 넘어 자기관리로서 뷰티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뷰티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민 겉모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뷰티는 건강한 습관을 실천함으로써 얻는 자기관리의 결과물이다. 이전에 소개한 ‘원포인트업’ 트렌드에서 나답게 점진적인 개선을 지향하는 뷰티 트렌드를 언급했다. 이번에는 최근 뷰티 트렌드에서 주목할 특징을 살펴보려 한다.
첫째, 누구나 일찍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20년 이상 미용·의료 분야에 종사한 전문가들은 관리 목적으로 피부과를 찾는 고객층의 나이대가 최근 몇 년 새 20대까지 낮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나이부터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얼리케어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 뷰티업계에서는 이에 빗대어 ‘얼리뷰티’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베이비 보톡스’가 인기다. 일반적인 보톡스와 달리 주로 젊은 여성들이 피부 결을 아기 피부처럼 매끈하게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일찍부터 노화를 관리해야 한다는 ‘저속노화’ 열풍을 이끄는 것도 2030세대다. 뷰티업계에서는 ‘슬로 에이징’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에는 얼굴에 탄력을 잃고 주름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노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안티 에이징’을 강조했다면 현재 ‘슬로 에이징’은 노화가 시작되기 전, 젊은 시절부터 관리해 최대한 노화를 늦춰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서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언제 안티에이징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는지 질문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약 35세’로 응답했으나 Z세대 응답자는 절반 이상이 ‘약 23세’로 답했다고 한다. 그만큼 노화에 대한 인식이 빨라지고 있다.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남성들에게 외모는 중요한 자산이다. 외모 관리에 투자한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따라서 남성 소비자가 추구하는 뷰티 역시 메이크업보다는 ‘관리’에 초점이 있다.
오픈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20대에서 40대 남성 응답자의 76.9%가 평소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피부과 등 전문시설을 이용하는 비중도 전체의 16.3%에 해당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서는 Z세대 남성이 매일 쓰는 화장품 1위로 선크림이 선정됐다. 자외선 차단이 피부 노화 방지에 핵심인 만큼 남성들이 꾸준한 관리의 필요성을 높게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뷰티 트렌드의 두 번째는 내적 건강을 통해 외면의 아름다움까지 추구하는 총체적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너 뷰티(inner beauty)’, 해외에서는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뷰티’라고 부르는데,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다. 종합 비타민과 유산균은 기본이고 저분자 콜라겐·레티놀·글루타치온 등 피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성분, 숙면에 좋다는 성분 등 건강기능식품이 세분화·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영양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너뷰티 관리에는 가공식품을 줄이고, 혈당 및 수면 습관 등 종합적인 관리가 포함된다.
운동이 필수적인 자기관리로 떠오른 것도 건강과 미용을 하나로 생각하는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2030 남성을 대상으로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은 무엇을 관리하는지’를 물었는데 의외로 패션 스타일링은 후순위였고 1위가 운동(61.4%)이었다.
이런 문화는 10대 청소년까지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6만여 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 ‘하루 1시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하는 학생의 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2009년 10.9%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17.3%). 특히 놀라운 것은 축구, 농구가 아니라 몸 관리를 위해 방과 후 헬스장을 다니며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 청소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반면 세계적으로 1020세대의 음주·흡연 등 건강에 해로운 습관은 줄고 있다. 앞서 언급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 음주율·흡연율은 조사 이래 최저치였다.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15~19세 청소년의 음주 경험률이 지역에 따라 최대 30%까지 감소하는 등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무알코올 주류 판매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가 다수 발표됐다. 시장조사업체 IWSR은 2024년까지 전 세계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 판매량이 약 31%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로운 것을 절제하는 소비문화는 다음에 다룰 정신건강 관리 트렌드와도 관련이 깊다.
이러한 뷰티 트렌드의 변화는 두 가지 흐름이 결합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외모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주얼 중심의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메신저 계정 하나를 만들 때조차 자신의 사진을 내걸어 본인이 누구인지 타인에게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예쁘고 멋진 정도를 평가하는 ‘외모지상주의’와 달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외모는 상시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자본이 됐다.
두 번째는 인류가 오래 살게 되면서 HLY(Healthy Life Years·건강수명)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하나의 신체로 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노화를 비롯해 미래에 벌어질 일에 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이에 건강과 미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타고난 생김새가 아니라 꾸준히 관리하는 자가 아름다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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