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무기의 세계 - 튀르키예 최초 항공모함 ‘무젬’
길이 285m·폭 72m·배수량 6만 톤
프랑스 R91샤를 드골보다 20% 크고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과 비슷해
방어 장비부터 함재기까지 국산화
1월 건조 시작 완성에 5년 이상 소요
|
항공모함(항모)은 대양해군(大洋海軍)을 지향하는 해군이라면 반드시 확보하고 싶은 최강의 해상 무기체계이자 모든 해군이 획득하고 싶어 하는 숙원사업 중 하나다. 원양에서 자체적으로 고정익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항공력의 존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절대적인 가치를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항모 획득은 매우 어렵기에 극소수의 국가만 가지고 있다. 현재 항모에서 고정익 함재기를 운용 중인 국가는 8개국에 불과하다. 일본이 곧 F-35B 수직이착륙(STOVL) 항공기를 배치해 9번째 보유국이 될 예정이다.
항모를 보유한 해군이 적은 이유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 항모 보유 국가들은 본토와 아주 멀리 떨어진 해외 파견과 식민지 방어를 해야 했던 과거의 강대국이고, 넓은 대양이 작전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세계 10번째로 항모 보유를 선언한 국가는 이런 예상에서 벗어난 곳이다. 흑해와 에게해를 끼고 바다 건너 그리스와 대치하고 있는 튀르키예다. 그러나 에게해의 면적은 우리 서해보다 약간 넓은 수준이다. 이번 ‘최신 무기의 세계’에서는 튀르키예의 차세대 항모 프로젝트, ‘무젬(MUGEM)’을 살펴본다.
F-35B 도입 대안으로 무인기 선택
튀르키예 해군의 항공력을 먼저 알아보자. 현재 튀르키예 해군은 스페인의 나반티아 조선소의 기술협력으로 아나툴루(Anadolu)급 강습상륙함 2척을 건조 중이다. 아나툴루급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 상륙함의 경우 AV-8B 해리어Ⅱ(Harrier Ⅱ)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리어는 이미 생산이 중단돼 퇴역을 앞둔 상황이라 구매가 어렵다. 해리어를 대체한 F-35B 라이트닝Ⅱ의 경우 해리어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돼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 해군은 사실상 획득이 불가능해진 유인 전투기를 대체할 수단을 찾고 있었다. 마침 튀르키예의 무인기 제작회사인 바이카르(Baykar)가 적극적으로 함상 무인공격기 개발을 추진했다.
1984년 설립된 바이카르는 2007년부터 튀르키예군에 무인항공기를 공급한 무인기 전문회사다. 2014년 첫 비행한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무인공격기는 무려 34개국에 수출돼 여러 번의 실전을 치른 튀르키예 방위산업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바이카르는 바로 이 바이락타르 TB2를 항모에 이착륙시키는 것을 튀르키예 해군에 제시했고, 2021년 7월 함상 운용이 가능한 바이락타르 TB3를 공개했다. 바이락타르 TB3는 기존 TB2의 주익을 접이식으로 개조해 공간을 절약할 수 있게 만들었다.
3년여의 지상 비행시험과 테스트 끝에 바이락타르 TB3는 2024년 11월 아나툴루 강습상륙함에 이륙과 착륙에 성공했다. 경쟁 기종인 미국 GA-ASI의 그레이 이글(Gray Eagle) STOL과 비교해 최대이륙중량이 가벼워 200m 미만의 상륙함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장점으로 해외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
2024년 공개 후 1년 만에 건조 시작
하지만 아나툴루급 강습상륙함은 말 그대로 강습상륙함이기 때문에 가벼운 무인기라도 고정익기 운용에 적합한 함선은 아니었다. 이에 이착륙이 동시에 되는 효율 높은 항모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이것이 튀르키예 해군 최초의 정규 항모 ‘무젬(MUGEM)계획’이다. 정식 이름은 아니고 ‘국가항모계획(Milli Ucak Gemisi)’의 줄임말이다. 2024년 1월 건조 계획이 알려졌다. 예상과 달리 지난 1월 튀르키예 해군 최초의 방공구축함 TF-2000, 최초의 국산 잠수함 MILDEN과 동시에 건조가 시작됐다.
터키 해군 발표에 따르면 MUGEM 항공모함은 길이 285m, 폭 72m, 배수량 약 6만 톤의 대형 항모로 아나툴루급 상륙함의 두 배 크기다. 프랑스의 원자력추진 항모 R91 샤를 드골보다 20% 크고,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급과 비슷하다.
퀸 엘리자베스가 사용한 통합전기추진 IPS 대신 우리 해군 함정에도 적용하는 제너럴 일렉트릭의 LM2500 4기를 추진기관으로 사용한다. 최신 기술 대신 기존 함선의 건조에 사용된 기술을 최대한 사용해 현실적인 건조 일정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대신 가능한 한 거의 모든 장비가 국산으로 채워진다. 대공레이다는 같이 건조하는 TF-2000 구축함의 능동위상배열(AESA)을 활용한다. HISAR-D 함대공미사일 32기, 고크데니즈(GOKDENIZ) 근접방어시스템(CIWS) 4문을 탑재한다. 이외에 어뢰 방어 시스템과 어뢰 기만기, 전투체계 등이 모두 국산 장비로 채워진다.
유인기보다 작고 정비성 좋은 무인기 사용
MUGEM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무인기 중심 항모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유인비행기는 탑재되지만 핵심 전력은 아니다. S-70 대잠헬기와 휴르젯 경공격기가 탑재된다. 다만 휴르젯은 항모에 앉은 모형이 공개됐을 뿐이다. 제작사인 TAI와 튀르키예 정부는 아직 개조 개발비 조달 및 체계개발 시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탑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MUGEM 항모에 탑재될 두 종류의 무인공격기는 이미 실용화됐거나 비행시험을 진행 중이다. 앞서 설명한 바이락타르 TB3와 함께 탑재되는 바이락타르 크즐엘마는 바이카르에서 개발한 최초의 제트엔진 장착 무인공격기(UCAV)다. 우크라이나산 AI-25TLT 엔진을 탑재하고, 카나드-델타익 날개와 저피탐(VLO) 설계를 적용했다. 최신형 유인전투기와 같은 AESA 레이다와 전자광학 추적장비(EOTS)를 갖춰 공대지·공대공 임무에 투입될 수 있다.
유인전투기보다 작고, 정비성이 좋은 이 두 무인공격기를 사용하는 MUGEM은 약 50대 이상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여 대의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급과 비교하면 성능상 일장일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해군과 국방부는 MUGEM 항모가 언제 완성될지 정확한 시간을 밝히지는 않았다. 항모 크기와 복잡도를 고려했을 때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UGEM이 완성되면 튀르키예 해군은 에게해와 흑해, 더 나아가서는 지중해에서 그리스·러시아 해군을 압도하는 전력을 갖출 것이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