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를 받지 않고 물질적인 것을 남에게 나눠 주는 걸 나눔 또는 기부라고 한다. 오늘은 아주 어린 나이에 작지만 큰 나눔을 실천한 네 살 된 첫째 지우 얘기를 하고 싶다.
육군사관학교(육사)에서 SNS를 담당하는 장교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몇 년 전 첫째를 임신했을 때 우연히 어머나(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의 모발기부 캠페인 포스터를 접했다. 포스터에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해 가발을 만들어 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출산을 앞둔 터라 그 메시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아이의 건강이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함’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를 만나기 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첫아이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 3년 넘게 길러 온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임박한 출산의 두려움과 불안이 컸지만,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위로와 용기를 줬다. 군인으로서 사명감과 또 다른 의미의 나눔을 실천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고, 첫째는 밝고 건강하게 자랐다. 올해 네 살이 되는 아이가 하루는 깜짝 놀랄 말을 건넸다. “엄마, 나도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싶어요!” 지나가듯 얘기한 나의 기부를 기억한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아이의 마음에 싹튼 따뜻한 마음이 감동적이었다.
지우의 생일날, 아이는 생애 처음 미용실 의자에 앉아 머리카락을 잘랐다. 긴장할까 걱정을 했지만 울지도 않고 씩씩했다. 그저 거울에 비친 새로운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낯선 단발머리를 보면서 지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라푼젤 머리는 못 하지만 괜찮아요. 아픈 친구를 도와줄 수 있어요.” 길고 예쁜 머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법도 한데, 그보다 아픈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니 정말 놀라웠다. 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선 나눔과 배려, 용기의 표현이었다.
군인으로서 용기, 책임감,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지만 부모가 돼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깨달음이다.
이번 모발기부로 어린 지우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선물을 했다. 이번에 자른 머리카락 한 가닥이 누군가에겐 큰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린 지우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소망하며 언젠가 다시 머리를 길러 또 다른 기적 같은 나눔의 순간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또한 나의 작은 모발기부에서 시작된 물결이 어린 지우에게 전해지듯이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 넓게 퍼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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