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를 만나다 - 독립운동 6대 사업과 6대 방략
전쟁다운 독립전쟁 위한 준비 역설
시국강연·독립신문 통해 방략 설명
병사·지휘관·무기·훈련 갖춰야 개전
전시에는 한 나라라도 더 내 편으로
좋은 서적·교과서 펴내고 학교 설립
법에 복종하는 기강·제도 확립 중요
군비 확보 위한 국민 개납·개업 필수
정부 명령 아래 전 국민 통합 이뤄야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선포
“우리가 오래 기다리던 독립전쟁의 시기는 금년인가 하오. 나는 독립전쟁의 해가 이른 것을 기뻐합니다.” “우리 국민은 대대적으로 일어나 독립 전쟁다운 전쟁은 할지언정 신성한 우리 국민에게 비도(匪徒)나 폭도(暴徒)라는 악명을 씌우지 맙시다. 대규모로 준비 있게 통일 있게 일어나면 독립전쟁이지만 소규모로 통일 없이 일어나면 비도(폭력배)라고 합니다.”
도산은 1920년 1월 3일 중국 상하이 거류민단이 주최하는 신년 축하회에서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선포했다. 대한인국민회를 통해 해외 동포들을 조직화했고, 거족적인 3·1운동으로 전 민족이 깨어났다. 그리고 각지에 산재한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도산은 지금이야말로 독립전쟁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당장 쳐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전쟁론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말로만 ‘나가자, 나가자’ 했을 뿐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산은 전쟁다운 전쟁을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도산은 신년사에 이어 독립운동 6대 사업과 그에 따른 6대 방략을 설명하는 시국 강연회를 3일과 5일 5시간에 걸쳐 설파했다. 그리고 ‘독립신문’(1920.1.13.)을 통해 세계에 산재한 동포들에게 알렸다. 여기서는 그 요지만 소개한다.
우리 국민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
도산은 먼저 ‘정부와 인민의 관계’를 설명했다. “오늘날 황제가 있나요?” 도산은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다. “과거에는 황제가 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이천만 국민이 다 황제요 주권자입니다. 여러분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국무총리와 정부의 직원은 모두 국민의 노복(奴僕)입니다.” 정부의 직원은 국민의 노복이지만 결코 국민 개개인의 노복이 아니요, 국민 전체의 공복(公僕)이다. 그러므로 정부 직원은 국민 전체의 명령에 복종할 뿐 개인 명령을 따라 마당을 쓰는 노복은 아니다. 황제인 국민은 공복인 직원을 잘 부리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명령과 책망만 하지 말고 칭찬과 격려도 해야 한다. 공직자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지만 국민 또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잘 따라야 한다.
이어 도산은 우리 국민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6대 사업과 방략을 설명했다.
첫째는 군사(軍事)다. 병사를 모집하고, 경험 있는 지휘관을 모으고, 무기를 구입하고, 훈련을 해야 한다. 독립전쟁이 공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2000만 남녀가 다 군인이 돼야 한다(국민개병제). 모두가 매일 30분 군사학을 공부하고, 1시간씩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또한 군비와 군량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개전하면 적에게 죽기 전에 굶주려 죽을 것이다. 도산은 “살아서 독립의 영광을 보려 하지 말고 죽어서 독립의 거름이 되자”고 했다.
둘째는 외교(外交)다. 외교는 왜 필요한가? 외국에 의뢰하기 위함이 아니라 독립정신을 가지고 열강의 동정을 끌기 위해서다. 평시에도 그렇지만 전시에는 한 나라라도 더 내 편에 넣어야 한다. 1차 세계대전 중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 각계에 거의 애걸복걸로 외교하던 모습을 보라. 독일이 터키 같은 나라도 애써 끌어넣은 것을 보라. 군사에 지성(至誠)을 다함과 같이 외교에 대해서도 지성을 다해야 한다. 대한 민족의 독립을 요구하는 뜻과 독립 국민이 될 만한 자격, 대한의 독립이 강대국 이익 및 세계평화에 도움이 될 것임을 선전해야 한다.
셋째는 교육(敎育)이다. 독립운동 기간일수록 더 교육에 힘써야 한다. 죽고, 살고, 노예 되고, 독립됨을 결정하는 것은 지식력과 경제력이다.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공부하고, 공부시켜야 한다. 국민에게 좋은 지식과 사상을 주고, 애국정신을 격발하기 위해 좋은 서적을 많이 간행하고, 학교도 세우고, 교과서도 편찬해 해외에 있는 아동을 교육해야 한다.
넷째는 사법(司法)이다. 독립운동 기간일수록 사법제도를 확립하고, 법을 잘 지키는 자에게 상을 주고, 법을 어기는 자에겐 벌을 주고, 반역자는 죽여서라도 기강을 세워야 한다. 무릇 대한민국의 국민 된 자는 대한민국의 법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법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
국민 개병·개납·개업 주장
다섯째는 재정(財政)이다. 독립운동 개시 이래로 죽자 죽자 하기만 하고, 자금(資金)에 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독립전쟁을 말로만 하지 말고 독립전쟁에 필요한 금전을 준비해야 한다. 한두 명의 부자를 끌어오려 하지 말고 남녀를 물론하고 1전, 2전씩이라도 다 내어야 한다. 근본적 재정 방침은 오직 국민 개납(皆納)주의다.
도산은 또한 국민 개업(皆業)주의를 주창했다. 재정을 부담하려면 직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의 남녀는 자기 직업에 힘써야 한다. 무슨 일을 해서든 매일 2전, 3전씩이라도 국가를 위해 내야 한다. “독립운동한다고 하면서 노는 자는 다 독립의 적(敵)이오. 특히 상하이에 있는 이는 개병·개납·개업의 모범이 돼야 합니다.”
여섯째는 통일(統一)이다. 군사·외교 등 모든 것이 다 돼도 재정과 통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사람과 지력과 금력이 아무리 많아도 통일이 부족하면 망한다. 우리 국민은 본래 순수한 단일민족이며, 언어도 문자도 습관도 하나요, 정치적으로도 중앙집권이었다. 그런데 왜 통일이 안 되는가?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통일은 오직 전 국민을 조직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모든 국민은 정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도산은 “대한 국민은 나라를 광복하는 대업의 성취가 오직 의로운 피를 뿌림에 있음을 절실하게 각오하고 독립전쟁을 단행하기로 결심하자”고 동포들에게 호소하고 다짐했다.
도산의 6대 사업 및 방략은 그 뒤 임시정부가 온갖 부침 속에서도 1945년 광복될 때까지 수정·보완하면서 실행한 독립운동의 기본 지침이 되었다(신용하, 『도산 안창호 평전』). 사진=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수난의 민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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