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AI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불평등, 그리고 세계 질서의 재편

입력 2025. 05. 01   16:30
업데이트 2025. 05. 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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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인공지능(AI)이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일상의 효율과 경제적 생산성을 제고하는 동반자가 되고 있다. 이런 확산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불거지는 두려움이 있다. 바로 AI 격차(AI Divide), AI 기술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차다. 

고성능 디지털기기와 유료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들은 과제를 더 빠르고 깊이 있게 수행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점점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데 이는 학교 간, 지역 간 학습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기업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신 기술을 빠르게 업무에 적용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비용과 인력, 기술 이해 부족 등으로 뒤처지고 있다. 국가 간 격차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인재 육성전략으로 ‘AI 패권’을 강화하는 한편 일부 개발도상국은 기본적인 데이터 인프라도 부족해 경쟁에 참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2025년 기술 및 혁신 보고서(Technology and Innovation Report 2025)’는 이러한 우려를 구체적으로 각인시켰다. UNCTAD는 2033년까지 약 4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AI 시장에 이미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연구개발(R&D) 지출의 40%가 미국과 중국에 본사를 둔 100개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또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급속히 증가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가·기업 차원의 AI 시장 지배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많은 개발도상국이 AI 혁신의 혜택에서 소외될 위험을 키우고 있다.

AI 격차는 군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에선 AI의 군사적 사용 시 국제법 준수, 인간의 통제, 테러집단 등 악용 방지를 위한 통제·보안조치 마련을 골자로 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이 채택됐다. 그러나 회의에 참가한 96개국 중 60개국만이 동의했다.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주요 군사강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적인 규제체계 부재가 초래할 위험성을 더욱 부각했다.

AI 가치사슬은 본질적으로 글로벌하다. 책임 있는 개발과 영향 관리를 위해선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각국이 AI를 국가경쟁력과 안보 핵심으로 인식, 기술 통제와 자국 보호를 강화하려는 AI 민족주의(AI Nationalism)가 부상한다. 이는 세계 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중요한 흐름이다.

UNCTAD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며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촉구했다.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AI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글로벌 공동시설을 설립하고, 기존의 ESG 기준처럼 AI 개발과 사용과정의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는 공개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핵무기처럼 AI 기술도 억제체계(deterrence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AI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인프라다. 그 혜택이 소수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위한 글로벌 연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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