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눈이 오네?”
10여 년 전 5월 5일,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였다. 어린이날 선물처럼 눈이 내렸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었지만, 이미 내 앞에 놓여 있었다. 5월에 눈이라니! 10월 말부터 눈을 봤으니 1년의 절반을 눈 속에서 보낸 셈이었다.
경남에서 근무할 때는 1년 내내 눈을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한겨울에도 집 앞 쓰레기장을 나갈 때 반팔과 반바지를 입었다. 간부로 복무하다 보면 왕왕 겪는 일이다.
간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자대 분류가 된 생도들이 그러하고, 장교·부사관 후보생들이 그러하다. 민간에서 군으로, 양성기관에서 병과학교로, 다시 자대로 가며 숱한 딴 세상을 경험한다. 용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분명 잠을 자야 하는데 왜 불을 다 끄지 않는지, ‘취침등’이 있는 딴 세상에서의 첫날 밤을 잊지 못하는 용사가 많다.
어디 그뿐인가? 저녁식사는 석식이 되고, 오후 1시는 13시로 바뀌며, ‘보통’ 대신 ‘통상’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분명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어휘부터 다르다. 군대라는 딴 세상의 두 번째 문화충격이다. 군 생활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딴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과정인 듯하다.
이런 도전과 역경에 꼭 필요한 게 있다.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은 역경을 딛고 더 추진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군은 많은 장병에게 회복탄력성 강화훈련을 하고 있다.
긍정적 해석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할 희망과 용기를 주지만, 부정적 해석은 방어적이 되고 상황을 회피하게 만든다. 또한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해석은 효과적으로 문제 해결을 돕지만, 추론과 선입견에 근거한 주관적 해석은 수많은 오해를 낳을 뿐이다.
온 세상을 배움의 교실로 삼는 것은 삶을 긍정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예기치 못한 딴 세상을 자신을 성장시킬 ‘교실’로 삼음으로써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게 된다.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사람에게 한 걸음 다가가 보라. 내가 원하지 않던 임무에서 의미를 찾아보라. 돌발 상황을 긍정적·객관적으로 해석해 보라. 그렇게 딴 세상을 교실로 삼으라. 시행착오도, 어려움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실패는 아니다. 교실에서는 실패마저 배움의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강한 군대는 강한 정신력에서 나온다. 강한 정신력은 변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오늘도 군 생활이라는 끝없는 딴 세상 속에서 고민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말하고 싶다.
“온 세상을 내 교실로 삼아라.”
그렇게 배움을 선택하는 순간, 눈앞의 낯선 딴 세상은 곧 더 넓은 ‘내 세상’이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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