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군대도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종교에 무관심하거나 무교를 주장하는 장병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스스로 부대 내 종교시설을 찾는 장병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군종장교로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서 군종장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이 현장에 있다고 믿는다. 다양한 훈련 현장에서 장병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신앙의 전력화를 도모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공수 훈련에 뛰어들어 공수기본 881기의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대부분 알다시피 공수훈련이란 생사를 담보로 하는 고난도 훈련이다. 그래서 나는 고된 훈련의 한가운데서 동료끼리 서로 격려토록 해 수료 의지를 북돋우는 데 힘썼다.
다소 늦은 나이로 훈련에 임한 나는 체력적인 부담을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군종장교 소임의 사명감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힘을 줬다. 그 결과 공수교육 성적 1위라는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나에게 이번 훈련은 군종장교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총 없는 군인으로서 장병들의 정신적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나는 장병 개개인이 가진 신앙심의 유무를 떠나 모든 장병에게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해주는 일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장병들의 무형전력 함양을 도모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군대는 몸과 마음을 함께 강화해야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이 글을 통해 다시금 되새기고자 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군의 본질이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만큼은 끝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군이라는 조직에서만큼은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든 장병이 한데 어우러져 커다란 하나의 전력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군종장교가 이뤄야 할 사명 또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마지막으로, 함께 땀 흘리고 고생했던 모든 전우에게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공수기본 881기를 이끌었던 공수교관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교육생들이 안전하게 수료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한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우리 군은 수많은 장병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금도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이자 존중받는 길이 될 것이다. 나 또한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장병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마음에 평화를 선사하고자 오늘도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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