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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이상철 한반도위기관리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중장

입력 2025. 04. 30   17:04
업데이트 2025. 04.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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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지 못한 영웅들…찾고 싶은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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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는 눈물과 땀방울의 좌표입니다

유해발굴 작전 생생하게…비무장지대 첫 사례, 성공적 완수 과정 담아 
군인으로의 삶 진솔하게…국가 위해 헌신한 이들 존중하는 사회되길

 

이상철 한반도위기관리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중장
이상철 한반도위기관리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중장

 

3817219 / 이상철 지음 / 시공사 펴냄
3817219 / 이상철 지음 / 시공사 펴냄



“19-17번 유해,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비무장지대(DMZ) 최초로 이뤄진 화살머리 고지 유해 발굴 과정을 담은 『38°17’21.9”』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19-17번은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한 2019년에 17번째로 찾은 유해라는 뜻이다. 또한 책 제목은 이 유해가 발견된 좌표(38°17’21.9”N 127°06’34.2”E) 중 위도를 의미한다.

“원래 제목은 ‘유해 발굴 작전’ 같은 직접적인 표현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 현재의 제목으로 바꿨죠. 19-17번은 발굴된 유해 중 가장 먼저 신원 확인이 된 국군 전사자(남궁선 이등중사)입니다. 아직도 6·25전쟁 당시 전사한 분 가운데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한 이가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제목을 정하게 됐습니다.”

저자인 이상철(예비역 육군중장) 한반도위기관리연구소장이 설명하는 독특한 책 제목의 탄생 배경이다. 화살머리고지는 2019년 4월 시작해 2021년 6월 종료한 사상 첫 DMZ 내 유해발굴작전이 이뤄진 지역이다.

이 소장은 2019년 5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해당 지역을 관활하는 사단장으로 재직했다. 거의 사업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현장 책임자이자 산증인인 셈. 그 덕분에 DMZ 내 전사자 유해 발굴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까지의 궤적이 생생하게 책 속에 담겨 있다.

“3개년 동안 매해 그 과정과 성과를 모은 백서를 작성했는데 마음 한쪽에는 이런 경과를 우리 국민한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전역 후 더 이상 늦으면 기억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책을 쓰게 됐습니다. 5개월여간 사람도 잘 만나지 않고 집중해 썼는데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유해 발굴 작전에 참여한 모든 장병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다는 자부심으로 발굴에 임했다고 한다. 방탄복에 방탄헬멧, 개인적으로 지참하는 화기와 장비 등 30㎏이 넘는 장구를 둘러쓰고 매일 현장을 오가면서 작업해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이 없었다.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스트레스가 높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기간 내내 단 한 건의 안전사고와 악성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 총 3092점(잠정유해 424구)의 유해를 발굴하고, 국군 전사자 유해 중 9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금도 눈감으면 그때 장병들의 모습이, 출정식 등의 각종 행사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이 소장은 특히 2021년 6월 5일 화살머리고지에서 열린 국군 전사자 유가족 초청행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초청행사는 안전문제로 반대가 많아 무산될 뻔했지만 이 소장은 국방부와 합참을 설득해 끝내 성사시켰다. 단, 전사자들이 묻힌 현장은 군사분계선에 너무 근접해 있어 직접 들어가 보지 못했다.

“고지를 둘러보다가 유가족 중 한 분이 아버지가 마지막 전투를 치른 곳이 어디냐고 물어 가르쳐 드렸더니 옷에 지니고 온 소주 한 병과 포를 꺼내 제사를 지내더군요. 울컥했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도 굉장히 숙연해졌고 한편으로는 매우 큰 보람을 느낀 일이었습니다.”

책은 1, 2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1부가 유해 발굴에 대한 씨줄이라면 2부는 직업이 ‘군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오롯이 살아 온 세월을 정리하며 풀어낸 날줄로 엮었다.

707특공여단 소대장부터 시작해 3사관학교 교수요원, 최전방 일반전초(GOP) 중대장, 소령·중령·대령을 거쳐 장군이 되고 난 후의 사연까지 각각의 일화와 보람,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 군인으로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 그대로 진솔하게 소개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작년 12·3 비상계엄은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지만 특히 군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합니다. 군의 명예와 사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직업군인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여줘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군인들을 존중해 주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감 없이 썼습니다.”

현재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 군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생활했으면 하는 게 이 소장의 바람이다. 나아가 이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책이나 기고문 집필, 군부대·학교·기업 강연 등을 통해 우리 안보 상황과 유해발굴 관련 사실 등도 알려 군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글=이주형/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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