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외국어 영어로 읽는 손자병법

중심이 되고 질서가 된다… 압도적 존재감

입력 2025. 04. 29   16:25
업데이트 2025. 04. 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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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읽는 손자병법
존재로 지휘하고, 위세로 적을 무너뜨린다

진정한 강국은 군사력 이상의 힘이며 전략적 존재감의 결정체
수만 명 병력 한 사람이 지휘하듯…심리적 통합·전략적 일체감 이룬 ‘통제의 완성형’
싸움의 승패, 병력·무기의 위력 아닌 리더 ‘존재감’이 정한

 

是故, 不爭天下之交, 不養天下之權, 信己之私, 威加於敵, 故其城可拔, 其國可?. 시고, 부쟁천하지교, 불양천하지권, 신기지사, 위가어적, 고기성가발, 기국가휴.
施無法之賞, 懸無政之令, 犯三軍之衆, 若使一人. 시무법지상, 현무정지령, 범삼군지중, 약사일인. 

그러므로 패왕은 천하의 외교에 휘말리지 않고, 천하의 권세를 키우려 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자신의 판단과 위세만으로 적을 제압한다. 그 위세가 적에게 미치면, 
그 성은 함락되고 그 나라는 무너진다. 정해진 법이 없어도 상을 내리고 기존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명령을 내리며, 삼군을 지휘함에 있어 마치 한 사람을 부리듯 통제한다. 

Therefore, the hegemon does not involve himself in global diplomacy, nor does he seek to build formal power or status. He trusts his own judgment and commands through the force of his presence. When that presence reaches the enemy, their cities fall and their nations collapse. He gives rewards without fixed rules, issues orders outside convention, and leads his armies as if commanding a single man.

 

탁월한 존재감으로 병력과 무기의 열세를 극복했던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탁월한 존재감으로 병력과 무기의 열세를 극복했던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외교와 권세 없이 제압한다

손자는 국제정치(international politics)의 겉모습 뒤에 숨은 본질(the essence behind the appearance)을 꿰뚫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국력 자체와 ‘존재 자체가 지니는 억지(the deterrence of existence itself)’다. 진정한 강국은 동맹을 유지하고 조약으로 상호 도움을 주고받지만 거기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국들(neighboring countries)이 반응하고, 적국의 전략이 무너진다. 손자는 그런 위세가 도시를 함락시키고, 나라를 무너뜨린다(其城可拔, 其國可?)고 본다. 이는 군사력 이상의 힘(power beyond military strength)이며, 전략적 존재감(strategic presence)의 결정체다.


규범 밖에서 상을 내리고, 법을 넘어 명령한다 

패왕은 정해진 규율(established rules)에 얽매이지 않는다. 손자는 말한다. 법 없이도 상을 내리고(rewards without fixed rules), 사례에 얽매이지 않고 명령을 내린다. 이 구절은 단순히 무규범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패왕은 규율을 넘어서는 리더십(leadership beyond regulations)을 가진 존재라는 뜻이다.

그가 상(賞)을 내리는 기준은 법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직관(intuition about the situation)이며, 명령을 내리는 방식은 정해진 틀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대한 감각과 판단(sense and judgment)에 근거한다. 그렇다고 해서 통제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통제는 더 단단하고, 유연하며, 정확하다.

패왕은 ‘규칙을 따르는 자(rule follower)’가 아니라 규칙을 설계하고, 필요하면 그 규칙조차 초월할 수 있는 자다. 그러나 이 절대적 권위(absolute authority)는 권력으로 강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백성, 병사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나누며 쌓은 신뢰(trust through shared hardship)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수만 명의 군대를 한 사람처럼 다스린다

‘若使一人(약사일인)’이란 표현은 손자 리더십의 핵심을 압축한다. 수만 명의 병력을 마치 한 사람을 지휘하듯(as if leading a person) 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시와 복종(order and obedience)이 아니라 지휘관과 병력 간 인식 통합(cognitive integration)을 의미한다.

이는 손자의 또 다른 핵심 구절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즉 위·아래가 같은 목적을 지니는 자가 승리한다는 원칙이 구현된 상태다.

그 지휘관의 판단(commander’s judgment)이 곧 부대원 전체의 행동(behavior of the entire unit)이 되고, 그의 결심이 말없이도 집단적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는 기술적 통제(technical control)가 아니라 심리적 통합(psychological integration)이며, 전략적 일체감(strategic unity)이다.

이런 부대는 명령 없이도 움직이고(move without orders),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리더의 존재 하나가 전체 전장을 조율하는 중심축(central axis)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손자가 말한 통제의 완성형(perfected form of control)이다.


지휘는 기술이 아니라 존재다

손자가 말하는 리더십의 정수는 단지 병력을 명령으로 움직이는 기술(command technique)이 아니다. 그것은 지휘관의 존재 자체가 곧 질서가 되는 경지를 말한다. 법과 규범 없이도 움직이고, 복잡한 명령 없이도 반응하는 조직은 단지 훈련된 부대(just a trained unit)가 아니라 전장의 인식 구조가 한 사람을 중심으로 통합된 조직이다.

그 중심이 되는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지휘관 내면에 축적된(Accumulated within the commander’s mind) 판단력, 감각, 신뢰다. 그래서 손자는 싸움의 승패가 병력의 수나 무기의 위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 한 사람이 전장 전체에 미치는 존재감(presence that extends throughout the battlefield)에서 갈린다고 본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 원리는 유효하다. 기술과 자동화(technology and automation), 복합 시스템(complex system)이 전장을 채운 시대에도, 전장의 리듬을 통제하는 힘은 결국 지휘관의 감각(commander’s sense)에 달려 있다. 결국 전쟁을 지휘하는 자의 내면이 흔들리면 어떤 체계도, 군도 오래가지 못한다. 손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위세는 외교나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왕과 장수 병사가 하나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필자 이용재 예비역 육군대령은 유엔본부 군사부 현행작전팀장 등을 지내고 주한미군사령부 선임전략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손자병법』 등이 있다.
필자 이용재 예비역 육군대령은 유엔본부 군사부 현행작전팀장 등을 지내고 주한미군사령부 선임전략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손자병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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