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한 실제 전투경험은 그 어떤 전투력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갖는다. 실전장의 전투경험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전투 실상을 체험하기 위해 마일즈를 착용해 실제와 유사하게 전장 환경을 조성하고 전투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전군 유일무이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의 임무와 역할은 중요하다.
KCTC는 지난 1일 창설 23주년을 맞았다. 필자는 약 8년간 KCTC에서 근무하며 KCTC 훈련장 속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을 알리고자 한다.
KCTC 훈련장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42배에 달한다. 훈련장과 지역 명칭을 살펴보면 신라와 연관된 것이 많다. 우선 도시지역 훈련장이 있는 ‘김부리’는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김부)을 기린다. 김부가 누구냐에 대해서는 ‘경순왕이다’ ‘마의태자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는 전설보다 한국민족대백과를 근거로 삼았다. 실제 이 지역에는 김부대왕비가 있으며, 김부대왕을 위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훈련장의 중심인 갑둔리는 풍경이 빼어나다. 봄·가을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아 일반인들에게는 비밀의 정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신라의 군대가 이곳에서 나라를 되찾고자 비밀리에 훈련했다는 전설은 갑둔리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마의태자는 “나라가 존속하고 망함에는 반드시 하늘의 명이 있습니다. 충성스러운 신하와 의로운 선비,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한데 모아 나라를 지킴에도 불구하고 힘이 다하면 그때 그만둘 일이지 어찌 천년사직을 하루아침에 순순히 내어줄 수 있겠습니까”란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록에 근거해 마의태자가 이곳에서 신라부흥운동을 하며 고려에 대항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옷을 입은 군사를 주둔시키고 양병했다는 뜻의 ‘갑둔리’, 나라를 망친 죄인들을 처단했다고 알려진 ‘단지골’, 군량비를 보관했다는 ‘군량리’,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항병골’ 등의 훈련장 지명들이 필자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유적과 전설들을 찾아가다 보면 결사항전을 부르짖으며 신라를 재건하고자 했던 마의태자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천년의 시간이 흘러 신라부흥운동의 정신이 깃든 이곳 KCTC에서 우리 장병들은 호국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KCTC 구성원은 적의 어떠한 도발도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전투형 강군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오늘도 KCTC 전투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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