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다짐, 우리는 영예로운 충무공의 후예다.” 해군 장병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해군의 다짐’은 충무공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선언하며 시작된다. 충무공 정신은 해군 장병들의 정신적 뿌리이자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해군 창설 80주년, 충무공 탄생 480주년인 2025년 충무공 탄신일(4월 28일)을 기념해 해군 속에 살아 있는 충무공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조수연 기자/사진=해군 제공
■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함정 ‘충무공정’
광복 이후 변변한 군함 한 척 없던 해군이 최초로 제작한 충무공정은 1947년 2월 7일 건조됐다. 전장 46m, 배수량 260톤, 항속거리 450마일, 최대 속력 19노트의 소형 군함이었다. 일본 해군이 경비정으로 운용하려고 건조하다 일본 패망으로 중단했던 것을 광복 이후 조함창 기술자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완성했다. 이에 고(故) 손원일 제독은 “이순신 장군의 뒤를 이을 수많은 바다의 용사를 길러내기 위해 그 이름을 충무공이라 한다”고 명명했다. 충무공정은 1949년 8월 17일 국군 최초의 응징·보복 작전인 몽금포 작전에서 부상당한 함명수 소령(제7대 해군참모총장)을 인천으로 이송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강화도 하류지역 경비작전에 투입, 어선으로 남하하는 피난민 중 위장 침투하는 인원을 색출하고 적 연락선을 격침하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 대양작전 핵심전력,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Ⅱ)
2002년 5월 진수된 충무공이순신함(DDH-II, 4400톤급)은 대함·대잠·대공 등 복합전 전투수행능력을 갖췄고, 기존 함정에 비해 원해작전능력을 크게 보강했다. 또한 해군 최초로 스텔스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했으며, 중거리 대공미사일 발사체계인 수직발사체계를 최초 탑재해 ‘점방어’에서 ‘구역방어’로 역할을 확대했다. 최초의 4400톤급 구축함이자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충무공이순신함은 순항훈련과 청해부대 파병,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등에 참가했다. 특히 2004년 림팩에서 우리 해군 최초의 SM-2 함대공 미사일 실사격으로 표적을 명중시켜 우수성을 과시했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최영함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문무대왕함은 ‘2차 리비아 교민 철수 지원’(2015년), ‘가나 해상 피랍 국민 호송’(2018년) 등을 완수해 국제사회에서 한국 해군의 위상을 크게 향상했다.
■ 최초 충무공 이순신 동상…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 동상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있다. 제작은 당시 해군 조함창(현 군수사령부 정비창)이 맡았다. 동상은 6·25가 한창이던 1950년 11월, 국난 극복의 염원을 담아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세우자는 해군 내부 논의에서 시작됐다. 이후 마산시장을 중심으로 동상건립기성회가 결성됐고, 전쟁 중에도 장병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놋그릇 등 기부품과 성금을 모아 힘을 보탰다.
해당 동상은 광화문 동상보다 16년 이른 1952년 완성됐다. 높이 482㎝, 너비 140㎝로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으며 창원시 근대건조물 제1호로 지정됐다. 임진왜란 발발 360주년이던 1952년 4월 13일 제막된 동상 앞에서 지낸 충무공 추모제가 1963년부터 군항제로 변경돼 오늘날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문화관광축제로 자리 잡았다.
■ 실전용 조선 환도 찬 해사 충무공 동상
해군사관학교에는 실전용 조선 환도(環刀)를 찬 충무공 동상이 건립돼 있다. 2015년 탄신 470주년과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건립된 충무공 동상은 미래 해양수호의 주역이 될 해사 생도들이 충무공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사생관을 배울 수 있도록 학업 중심지인 통해관(교육관) 앞 충무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거북선도 우리 해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충무공 상징물인 만큼 해사는 거북선도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2019년 설계에 들어가 약 4년간의 건조과정을 거친 후 2022년 12월 완성했다. 해군은 설계·건조과정에서 관련 분야 교수·연구원과 분야별 외부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구성,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 해군교육사·주한미해군사령부에도 충무공 동상
해군의 출발점인 교육사령부에도 충무공 동상이 있다. 교육사 내 동상은 해사 9기 졸업생들의 성금으로 해사 벽파회관 앞에 건립됐다가 2016년 3월 25일 교육사 정문에 이전 제막됐다. 동상은 현 위치에 설치된 이래 교육사의 새로운 상징이자 교육사를 거쳐 가는 양성·보수교육생들이 충무공 정신을 고양하는 상징물이 됐다. 또한 작전사 영내에 위치한 주한미해군사령부(CNFK)에도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있어 미 해군 장병들도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 계룡대 해군본부 ‘충무실’
해군본부에도 충무공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장소가 있다. 계룡대 해군본부 3층 충무실이다. 귀빈 환담, 주요 보직자 임명장 수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충무실은 판옥선의 선내를 상징한다. 판옥선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의 침략 기도를 저지한 조선의 군함이다. 충무실에는 영자기(令字旗), 귀자기(龜字旗), 장검, 조선수군조련도가 있다. 영자기는 조선시대에 장수의 군령을 전달할 때 사용된 깃발로, 우리 군에서는 장성급 지휘관 휘장에 영(令)자를 새겨 지휘권을 상징한다. 귀자기는 조선 수군의 대장선이었던 거북선(龜船)을 나타내는 깃발이며, 장검은 충무공이 1594년 4월 한산도에서 제작해 늘 벽에 걸어두던 애장품이다. 조선수군조련도는 조선 후기 수군통제영이 있던 통영 앞바다에서 이뤄진 수군의 해상기동훈련을 묘사한 그림이다.
■ 진해기지사령부 ‘운주관’
해군의 모항인 진해기지의 방호와 근무 지원을 담당하는 진해기지사령부에는 충무공의 회의공간이자 집무실이었던 운주당(運籌堂)에서 유래한 운주관(運籌館)이 있다. 운주(運籌)는 사마천 사기의 『고조본기』에 실린 ‘운주유악지중(運籌唯幄之中)’에서 인용한 것으로, ‘장막 안에서 책략을 세운다’는 뜻이다. 충무공과 참모들의 지략을 본받기 위해 해당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책임완수, 희생감내'... 정신전력으로 계승하는 충모공 호국정신
■ 해군 ‘해양수호영웅상(충무공상)’
해군은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선양·계승하기 위해 충성심과 국가관이 투철한 장병에게 2000년부터 ‘해양수호영웅상(충무공상)’을 수여하고 있다. 장교 및 준·부사관 중 3명을 선발해 이 중 해군 2명, 해병대 1명에게 수여한다.
■ 해사 ‘충무공 학술세미나’
해군사관학교는 2015년 ‘충무공 탄신 470주년 기념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해양수호 정신의 표상인 충무공 정신을 확립하고 미래 지향적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충무공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 3함대 ‘충무공 이순신 제독 탄신 기념행사’
해군3함대는 충무공이 명량대첩 이후 8000여 명의 병력과 40여 척의 전선을 재정비한 고하도에서 매년 ‘충무공 이순신 제독 탄신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계승하고자 지난해 최초로 벽파진 일대에서 ‘조선수군재건로 걷기’ 행사를 실시했다. 벽파진은 충무공이 명량대첩을 준비했던 군사적 요충지다.
■ 해군본부 충무공 정신교육교재 ‘충무공 5대 정신’
1983년 해군본부가 제작한 충무공 정신교육 교재에 ‘충무공 5대 정신’이 실렸다. 해군 장병들은 입대하면 누구나 충무공 5대 정신을 학습하며 자연스레 체득한다. 장욱(대령) 해군본부 정훈실장은 “충무공의 호국정신은 해군에게 귀감이자 정신적 지주”라며 “우리 해군은 충무공 정신을 이어받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필승해군’의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해군교육사 교육
교육사는 보수·양성 교육과정에 리더십 교육을 반영해 충무공의 생애와 리더십 관련 일화, 충무공이 참가한 해전 등을 교육하며 충무공 5대 정신을 함양시킴으로써 정예 장병을 육성하고 있다.
■ 가곡 ‘충무공의 노래’
해군본부는 1970년 충무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가곡 ‘충무공의 노래’를 제작했다. 이후 ‘충무공의 노래’는 해군 일상에서 널리 불리며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충무공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제장명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장은 “충무공 정신은 우리 해군에게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며 “그 탁월한 전략·전술은 장차 해군이 미래 해양 안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앞으로도 해군·해병대는 선승구전의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고 대한민국 해양수호라는 사명을 가슴 깊이 새겨 충무공께서 이룩한 승전의 역사를 계승·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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