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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원 업고 군 현대화 속도 내는 필리핀… ‘소다자 협력’에도 주력

입력 2025. 04. 25   16:01
업데이트 2025. 04.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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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돋보기
‘트럼프 2.0 시대’ 필리핀의 대응전략 전망과 시사점

남중국해서 중국과 충돌 본격화 계기 
국방력 강화 청사진 제시·예산 배정
미군의 자국 군사기지 추가 이용 합의
중국과 갈등 관리할 협의체 운용 주목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필리핀의 대응전략과 관련해 다음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군사력 현대화와 혁신적 작전개념에 기반한 독자적 국방력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 미국과 동맹 관계를 핵심 축으로 역내 소다자 협력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중국과 양자 협의체 운용에 기반한 갈등 관리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 국방장관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지난달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 국방장관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지난달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자적 국방력 구축 노력

중국은 일명 구단선(九段線) 설정을 통해 남중국해 상당 부분을 자국 영해로 규정했다. 이에 필리핀이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필리핀이 주권 행사 차원에서 자국 군함과 해병대원을 주둔시키고, 물자를 보급해 온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Second Thomas Shoal)’를 둘러싸고 재점화됐다. 중국이 필리핀군 보급작전을 방해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양측의 충돌은 인도·태평양 역내 군사·안보적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부상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필리핀은 군사력 현대화를 통한 독자적 국방력 구축에 주력해 왔다. 그 최근 노력으로서 2024년 1월 발표된 ‘리호라이즌(Re-Horizon) 3’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 정부는 향후 10년간 국방력 강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3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다. 해양·공중 방어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둔 전력체계 획득 프로그램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해양력 강화 차원에서는 호위함·초계함 등 함정 능력 확보와 함께 해양영역인식(MDA) 능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감시·정찰 및 정보수집 구축에 주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률 저하에 따른 필리핀의 여건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 제약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작전개념의 혁신 동향도 주목된다. 2024년 1월 발표된 ‘포괄적 군도 방어 개념(CADC)’이 대표적이다. 이 개념을 통해 필리핀 국방 당국은 국가 내부 안보 문제 대응에 중점을 둔 기존 국방전략을 외부 위협 억제 및 대응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지·해·공 능력의 통합운용을 통한 합동성 구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필리핀 해경과 해안경비대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 협력 등 국가안보 담보의 범정부적 접근법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은 국방력 강화 프로그램과 밀접히 연계되면서 독자적 국방력 구축 지침으로 지속 강조될 것이다.


동맹 및 소다자 협력에 적극 


필리핀과 미국은 2014년 4월부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했다. 향후 10년간 미군의 필리핀 군사기지 이용 권한을 부여한 내용이다. 1991년 필리핀 상원의 미군기지조차 기간 연장안 부결에 따라 1992년 미군이 철수한 지 22년 만이다.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이 2023년 2월부로 미군의 필리핀 군기지 4곳의 추가 이용에 합의하면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역내 군사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다.

이러한 기존 협력 양상은 트럼프 2.0 시대 필리핀이 미국과의 동맹 공조에 적극적일 것임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남중국해에서 고조된 중국의 공세적 행위에 맞서는 동맹 연대를 지속 강조할 것이다. 군사적 차원에서의 노력도 한층 배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 상원은 2024년 4월부로 25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올해 3월에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군 현대화 지원 공약을 확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필리핀 국방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지원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주도로 구축된 역내 소다자 협력에서도 필리핀의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2024년 3월 백악관 정상회의에서 결성된 미·일·필 3자 협의체가 대표적이다. 정상회의 직후 발표된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회랑’ 계획을 통해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대응 차원에서 천명한 PGI 구상의 인도·태평양 역내 첫 번째 적용 사례로 필리핀을 지목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필리핀과 일본 간 상호접근협정(RAA)이 체결되면서 군사적 공조 의지를 보여줬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핵심 축인 미·일 동맹과 역내 대중 견제의 선봉으로 부상한 필리핀 간 공조 구축이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해 주는 내용이다.

필리핀의 역내 안보 역할과 맞물려 부상한 미·일·호·필 협의체의 향후 행보도 주목되는 점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미국은 호주, 일본, 인도와의 4자 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중 봉쇄 기제로 인식되는 데 부담을 느낀 인도의 소극성으로 인해 쿼드는 비전통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운용됐다. 반면 일명 스쿼드(S-QUAD)로 명명된 미·일·호·필 협의체는 중국을 명시적으로 견제하는 안보협력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0 시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스쿼드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대중국 갈등 관리 노력


2022년 6월 현 마르코스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하면서 중국 견제 행보를 본격화했다.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간 행보였다. 이러한 행보는 중국의 공세적 행보에 따른 위협인식 고조와 함께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된 국내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대중국 갈등 구도와 필리핀의 국내 정치적 상황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점이다.

다음 두 가지 안보적 측면에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하나는 2024년 4월부로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배치된 신형 중거리미사일 발사체계 이슈다. 미국이 타이폰(Typhon)으로 명명된 체계의 일시 배치 방침 철회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 3월 추가 배치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과의 갈등 고조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필리핀의 대만해협 유사시 개입 방침이다. 올해 4월 초 중국군의 대만해협 포위훈련을 계기로 필리핀군이 유사시 개입을 위한 작전 범위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과의 향후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향후 국면에서 필리핀은 매년 정례적으로 운용 중인 ‘중국·필리핀 양자 협의 메커니즘(BCM)’을 통한 대중국 갈등 관리에 주력할 것이다. 2017년 5월부로 창설된 이 협의체는 남중국에서의 상호 우려 사항을 해소하고, 실질적 협력을 증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양국은 2024년 1·7월 회의와 올해 1월 제10차 회의에서 갈등 고조 상황을 확인하는 동시에 긴장 완화를 위한 소통 방침을 확인했다. 이러한 협의체 운용이 양국 갈등의 전면적 충돌 방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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