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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있다, 곱게 입은 세월 새 옷 입은 낭만

입력 2025. 04. 24   17:23
업데이트 2025. 04. 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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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두 가지 매력


철길 따라 옛 시간 속으로 걸어가자…그 시절 영화 주인공처럼

팥소 듬뿍 빵·옛날식 짜장면, 입안 가득 차오르는 복고풍 매력

감성 가득 이국적인 곳도 걸어보자…외국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쿨버스·선창가서 햄버거·수제맥주와 함께 서해 노을도 만끽

전북 군산이 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으로 이름났던 도시가 ‘머물고 싶은 감성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낡은 창고와 버려진 공장, 섬마을의 버스 한 대까지 새 옷을 갈아입고 여행자를 초대한다.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발길을 붙잡는 클래식한 장소도 여전히 곳곳에 자리한다. 꾸준히 사랑받은 장소와 최근 새롭게 태어난 공간이 공존하는 군산의 매력을 ‘올드 & 뉴(OLD & NEW)’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살펴보자.

 

OLD : 시간을 품은 골목
군산의 ‘올드’는 시간을 품은 골목이다. 오래된 수협 창고와 일본식 목조 가옥, 철길 옆 다닥다닥 붙은 주택들이  근현대 생활사를 추억한다. 골목길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진을 남기고, 역사를 품은 단팥빵과 짜장면에 숨겨진 이야기도 들어 보자.

 

NEW : 세월에 감성 더해
군산의 ‘뉴’는 세월에 감성을 덧칠한 무대다. 버려졌던 주택·창고·스쿨버스가 브런치 카페, 갤러리, 브루어리로 변신하며 오늘의 DNA를 새로 쓴다. 과거의 외관과 현대적 콘텐츠가 뒤섞인 풍경 속에서 여행자는 시간의 앞뒤를 동시에 마주한다.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은 군산을 전북 서해안권의 대표적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장소 중 하나다. 코레일의 자유여행 철도 패스인 ‘내일로’ 출시와 맞물려 필수 여행지로 유명해진 덕분이다. 군산역과 공장을 잇는 철길을 따라 주택이 바짝 붙어 있는 독특한 풍경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 열차가 오간 적이 있기도 해 대만 스펀의 기찻길이나 태국 방콕 인근의 매끌렁 기찻길 시장과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현재는 폐선된 노선으로 공원화가 이뤄졌다. 선로를 따라 이어지는 주택가는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 등으로 변신했다. 여전히 이색적인 사진을 남기기에 좋은 곳이다. 군산여행이 처음이라면 꼭 한 번 들러 보자.


초원사진관
초원사진관

 

신흥동 일본식
신흥동 일본식


초원사진관과 신흥동 일본식 가옥

군산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다. 영화 속 주요 배경이 군산의 구도심인데, 주인공이 운영했던 사진관이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실제 사진관은 아니지만, 영화의 인기로 군산시가 매입해 관광지로 보존하고 있다. 영화 속 명장면과 명대사를 전시 중이며,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인근에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도 자리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지은 주택으로, 일본 전통가옥의 면모가 남아 있어 등록문화유산이 된 건축물이다.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주로 누아르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06년 개봉한 ‘타짜’를 비롯해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여러 작품에서 이 가옥이 등장한다.


이성당
이성당


이성당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군산에는 ‘이성당’이 있다. 이성당은 현재까지 영업 중인 빵집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무려 115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운영했던 ‘이즈모야’를 광복 후 한국인이 인수해 이성당이 됐다.

단팥빵과 야채빵, 소보로빵을 중심으로 옛날 빵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빵을 주로 취급한다. 팥소를 듬뿍 넣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배추와 양파, 당근 등을 채 썰고 마요네즈와 후추로 만든 소스를 버무려 넣은 야채빵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성심당의 위세만큼은 아니지만, 이성당에도 상당한 인파가 몰린다. 대기시간이 길 수 있으니 여유롭게 방문하는 게 좋다.

 

빈해원
빈해원


빈해원

군산은 인천과 더불어 중화요리가 발달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개항 이후 청나라인이 다수 들어와 살았기 때문이다.

‘빈해원’은 군산 내에 현존하는 중식당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다. 6·25전쟁 중인 1952년에 창업했다. 창업주 왕조석 씨는 인천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떠나다가 배가 고장 난 탓에 이곳에 자리 잡게 됐단다.

내부 구조가 독특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흔한 스타일이었다. 현재 입구에 해당하는 건물을 두고, 그 뒤에 2층 건물을 추가로 지어 지금의 형태를 만들었다. 중앙에 대형 홀이 있으며, 2층에 예스러운 중화요릿집 스타일의 방이 이어진다.

빈해원의 이국적이면서도 복고풍의 분위기 덕분인지 영화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옛날 스타일의 짜장면과 탕수육을 맛보며 복고풍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음미당
음미당


음미당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겨 보고 싶다면 ‘음미당’이 제격이다. 평범한 주택가 사이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다. 내부 공간은 화덕, 벽난로가 놓인 서재, 예술가의 작업실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미당의 본업은 브런치 카페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세트, 아널드 베넷 세트 등 양식 위주의 브런치 메뉴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저렴한 ‘에그모닝 세트’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만 주문할 수 있는 이 세트 메뉴는 스페셜티 커피와 수프까지 포함해 8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브런치를 제공한다.


공감선유
공감선유


공감선유

옥구읍 외곽에 자리한 갤러리 카페 ‘공감선유’는 자연 속에서의 휴식, 미술품 전시 관람 등을 좋아한다면 꼭 가 봐야 할 곳이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려 5동의 건물을 배치했고, 동선 사이사이에 산책로를 깔아 전시와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 특징. 공간마다 콘셉트가 달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분위기가 변주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시를 내세우고 있어 입장료 격의 ‘문화이용료’를 받는다. 성인 기준 1만 원이며, 티켓에 기본 음료 1잔이 포함돼 있다. 입장 후 5개로 나뉜 공간을 둘러보거나 음료를 받아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 잡으면 된다.

공간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이뤄져 있어 숨은 매력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곳에서는 수면 위 햇살이 반짝이는 장면이 거울처럼 번지는 모습을, 또 다른 곳에선 대나무숲이 창을 가득 채우며 그림 같은 프레임을 만드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무녀2구마을버스
무녀2구마을버스


무녀2구마을버스 

잠시 시내를 벗어나 볼까. 새만금방조제 한가운데서 이어지는 고군산군도 무녀도에서는 ‘무녀2구마을버스’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미국식 스쿨버스를 들여와 카페로 개조했고, 잔디밭 위에 여러 대를 배치해 포토존을 겸한다. 버스마다 인테리어가 달라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대표 메뉴는 수제버거 세트로, 신선한 재료를 가득 넣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제버거를 주문한 뒤 마음에 드는 버스를 골라 타자. 버스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지는 무녀도항과 서해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힐링이 여기에 있다.


군산비어포트
군산비어포트


군산비어포트 

옛 수협 창고를 개조해 만든 ‘째보선창’에는 군산의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모인 ‘군산비어포트’가 들어서 있다. 크래프트월명, 메인쿤브루잉 등 군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맥주를 만드는 소규모 브루어리와 여러 음식점이 입점해 푸드코트 형태로 운영된다. 원하는 부스에서 맥주와 안주를 주문한 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즐기기만 하면 된다. 포구 쪽으로 통유리창이 설치돼 있다. 해 질 녘에 방문해 보자. 서쪽 바다로 떨어지는 노을이 비추는 순간, 이 공간의 진가가 드러난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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