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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주인공] “하늘 닿은 간절함” 만우절에 캐낸 거짓말 같은 기적

입력 2025. 04. 23   16:35
업데이트 2025. 04. 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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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주인공
올해 첫 유해 발굴한 육군39보병사단 창녕·밀양대대 김대은 병장


“한 번 하는 군 생활 의미 있게” 사회복무요원서 현역병으로 전환 
선발대로 자원해 오봉능선 투입…75년간 잠들어 있던 유해발굴
너무 늦은 죄송함·보람 동시에 밀려와 “더 많은 영웅 돌아오길”

6·25전쟁 초기 국군과 유엔군은 북한군 공세에 밀려 낙동강 방어선까지 후퇴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일대를 피로 물들이며 사투를 벌였다. 경남 창녕군 남지읍 오봉능선 일대도 격전지 중 하나다. 수많은 군인이 꿈도 피워 보지 못하고 전투 중 전사했다. 급박한 전장 상황으로 수습하지 못한 전사자도 부지기수. 육군39보병사단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이곳에서 유해발굴작전을 펼친 이유다. 지난 1일 75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호국영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군의 올해 첫 유해발굴은 창녕·밀양대대 김대은 병장의 손으로 이뤄졌다. 최한영 기자/사진=부대 제공

 

육군39보병사단 창녕·밀양대대 김대은 병장이 경남 창녕군 남지읍 오봉능선 유해발굴 현장에서 전우들과 함께 호국영웅의 유해를 찾고 있다.
육군39보병사단 창녕·밀양대대 김대은 병장이 경남 창녕군 남지읍 오봉능선 유해발굴 현장에서 전우들과 함께 호국영웅의 유해를 찾고 있다.



발굴 3주 차에 종아리뼈 찾아 

김 병장은 지금도 유해발굴 당시의 느낌이 생생하다. 여느 때처럼 삽질과 호미질을 하던 유해발굴 3주 차. 그날따라 소총탄이 많이 발견됐다. “계속 주의 깊게 파 보라”는 국유단 감식관의 조언에 따라 계속 땅을 파 내려가자 작은 바위 밑에 버클이, 그 밑에 사람 종아리뼈가 드러났다. 만우절에 거둔 ‘거짓말 같은 결실’이었다.

김 병장은 “75년 동안 땅속에 잠들어 있던 유해는 나무뿌리와 엉켜 언뜻 보기엔 평범한 나뭇조각 같았다”며 그날을 떠올렸다. 잠시 후, 유해를 발견한 순간 기쁨과 감동이 몰려왔다. 선배 전우를 너무 늦게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는 죄송함, 이제라도 밝은 빛을 볼 수 있게 했다는 보람도 겹쳤다.

김 병장이 선발대로 자원할 만큼 유해발굴작전에 적극 나서 거둔 성과여서 뜻깊었다. 그는 입대 전 건국대 지리학과에 재학하며 여러 차례 현장 발굴 경험을 한 게 작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작전 투입 전 일주일간 집체교육을 받으며 흙에 묻힌 유해·유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웠다. 지휘관 정신교육에서는 6·25전쟁 창녕·박진전투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아직도 많은 유가족이 선배 전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각종 난관 극복하고 수확한 성과 

작전은 쉽지 않았다. 오전 9시까지 오봉능선으로 가야 했기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오전 7시30분 주둔지를 떠났다. 환절기다 보니 아침에는 추웠지만, 능선에 올라 삽질·호미질을 몇 번 하면 온몸에 금세 땀이 났다. 흙먼지 속에서 유품을 발견하면 몸을 굽혀 세심하게 유해를 찾는 시간이 계속됐다.

각종 난관을 극복하며 작전에 ‘개근’하던 중 유해발굴이라는 성과를 낸 것이다. 김 병장은 “대대원들의 열정과 간절함을 하늘이 알아주신 듯했다. 작전을 함께했던 전우들도 모두 놀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작전 마지막 날까지 발굴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추가 성과는 없었다. 김 병장은 지난 11일 작전 종료 후에도 일주일간 여름철 폭우 등에 대비한 복토작업까지 마치며 맡은 소임을 다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재신검 받아 현역으로 


김 병장은 애초에 현역 병사가 아니었다.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고 2023년 10월부터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던 중 현역으로 입대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해 재신검을 거쳐 올 1월 신분을 전환했다.

김 병장은 “한 번 하는 군 생활을 기왕이면 현역병이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 없이 임무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고, 유해발굴작전에 투입되는 영광을 누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유해발굴작전 경험이 남은 군 생활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김 병장은 “정신교육 시간에 ‘군인은 언제라도 죽음과 마주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선배 전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사시 가족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부여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선배 전우의 헌신에 감사하는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올해 전국 각지에서 계속될 유해발굴작전에서 추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병장은 “유해발굴 개토식에 참석한 6·25전쟁 참전용사께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신 게 잊히지 않는다”며 “장병들의 정성과 노력, 땀이 모여 더 많은 호국영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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