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국력집합 동맹’과 ‘GDP 4% 국방비 시대’의 개막

입력 2025. 04. 23   15:29
업데이트 2025. 04. 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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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 3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 내부에 돌린 ‘임시 국방전략지침’은 9쪽짜리 메모에 불과했지만, 향후 발행될 제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나 국방전략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지침을 통해 헤그세스는 중국의 도전 저지, 유럽 방위를 위한 미국 개입 축소, 동맹국들의 안보비용 자체 부담 증가, 미 본토 방어 중시 등 4가지 방향을 밝혔다.

지침은 중국을 ‘추격해 오는 위협(pacing threat)’으로 적시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다. 또 동맹국들은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더 큰 비용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을 넘어 반입되는 펜타닐로 인해 매년 10만여 명의 미국인이 사망하는 현실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엉클 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한정된 국력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라고 변호한다. 그럼에도 줄어든 국력과 영향력을 고려한 미국의 ‘패권국으로 살아남기 전략’으로 꼬집는 분석도 있고 ‘고립주의 회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선 짧은 경륜의 44세 국방장관이 대통령만 쳐다보면서 실행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즉흥적으로 파격 제안을 내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보인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헤그세스 팀이 쏟아 내는 제안의 실행력이나 지속가능성을 놓고 왈가왈부하기보다 이런 상황을 ‘국력집합(capability aggregation) 동맹으로의 전환’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국방비 시대 개막’을 위한 전기로 삼는 게 현명한 선택일 듯싶다.

1953년 10월 1일 출범한 한미동맹은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최빈국 한국과 최강국 미국 사이의 ‘자치-안보 교환(security-autonomy trade-off)’ 동맹, 즉 미국이 한국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신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위탁하는 ‘시혜자-수혜자’ 관계의 비대칭 동맹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호호혜 원칙으로 구성국들이 각자의 의무와 역할을 다함으로써 공동 이익을 키우는 ‘국력집합 동맹’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 기여해야 하고, 주한미군 운용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해서도 신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GDP 대비 4% 국방비 시대 개막으로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자강’에서 탈피해 ‘자강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지 않는다면 유사시 도움을 줄 동맹도 없다는 생각으로 국방력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혁명적 발상 전환으로 한국은 더 많은 재원을 방위력 개선비에 투입하면서 국방의 과학화·정예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병력 규모, 소요장비, 복무기간, 군 가산점 등부터 예비군 정예화, 무형전력 강화 등에 이르는 국방 전반을 정치논리가 아닌 안보수요에 근거해 조정해 나가야 한다.

요컨대 국력집합 동맹으로의 전환, GDP 대비 4% 국방비, 자강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 안보수요와 안보정론에 입각한 국방력 건설 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있든 없든 한국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동시에 조만간 한국에 상륙할 ‘워싱턴발 충격과 공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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