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바다 위의 전초기지, 해군의 GOP를 가다

입력 2025. 04. 23   15:30
업데이트 2025. 04. 23   15:33
0 댓글
정명신 상병 해군1함대 1기지방호전대
정명신 상병 해군1함대 1기지방호전대

 


육상에서 근무하는 해군 수송병이다.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고, 막연히 동경해 왔으나 사회에서 버스 운전을 했던 터라 해군에 입대하면서 수송직별을 선택했다. 얼마 전 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육상 근무자들에게 함정 체험 기회를 부여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에 전대장님의 제안으로 함정에 승조할 기회를 얻었다.

해군1함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에 편승해 1박2일간 항해에 참여했다. 처음 함정에 승선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승조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질서정연하게 출항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각 업무의 세부 내용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뛰어난 전문성과 숙련도를 직감할 수 있었다.

함정이 출항하며 육지에서 점점 멀어질 때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느꼈다. 바다로 나가는 게 마냥 낭만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적과 마주하며 우리 바다를 지키러 나가는 길이기도 했다. 현실을 마주하니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긴장도 잠시, 거센 파도가 몰아치며 배가 크게 흔들렸다. 익숙지 않은 환경이어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멀미까지 겹쳐 몸이 금세 지쳐 갔다. 비좁은 함정에서 생활하며 신체·정신적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감하니 ‘아,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전투배치훈련에서는 승조원들이 실제 전투상황처럼 각자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눈빛과 태도에서 적과 맞서 싸우겠다는 강한 전투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승조원들의 긴장감과 결연한 각오를 공유하는 듯했다.

다음 날 새벽에는 항해당직 견시 근무에 참여했다. 겨울 바다의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쳤고,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며 함정 근무의 고된 현실을 체감했다. 또한 이곳이 언제든 적의 도발이 발생할 수 있는 작전구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몸과 마음이 한층 더 긴장됐다.

1박2일간의 함정 체험을 마치고 나니 그동안 막연한 동경과 환상으로 바라보던 함정 근무에 관한 시각이 달라졌다. 물론 함정 근무는 보람찰 뿐만 아니라 승조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전우애를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동시에 작은 공간에서의 생활, 거친 파도와 싸워야 하는 육체·정신적 부담, 적과 마주한다는 긴장감 속에서의 하루하루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적의 도발과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잊고 살았다. 이번 체험을 하면서 접적 해역에서 우리나라를 지키는 함정이야말로 ‘해군의 GOP’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 승조원들은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싸우고 있는 전사였다.

이번 함정 근무 체험은 안보의식을 다시금 고취시키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육상 근무자가 함정 근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라며, 바다 위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함정 승조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