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외국어 영어로 읽는 손자병법

거인이 될 시간을 주지 말라

입력 2025. 04. 22   16:18
업데이트 2025. 04. 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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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읽는 손자병법 - 적의 결집과 외교를 무력화하라


속도는 적 군대를 분산시키고
위세는 적의 동맹을 와해시켜
AI 기반 전장 ‘시간 우위’ 좌우
금융 제재 등 ‘위세’ 정교해져
싸우기 전 이기는 전략이 최고

 

夫?王之兵, 伐大國則其衆不得聚, 威加於敵, 則其交不得合.
부패왕지병, 벌대국즉기중부득취, 위가어적, 즉기교부득합. 

패왕의 군대가 대국을 칠 때는 그 대국의 군대가 미처 집결할 여유가 없도록 신속하게 공격한다.
패왕의 위세가 적에게 미치면 적의 외교적 노력이 효과가 없게 된다. 

When the hegemon’s army seeks to attack a major state, it swiftly strikes to prevent the major state from having time to assemble its forces.
When the hegemon’s dominance is established, the diplomatic efforts of the enemy become ineffective. 

 

미래 전장의 다영역전을 형상화한 이미지. 필자 제공
미래 전장의 다영역전을 형상화한 이미지. 필자 제공



‘속도’로 적의 집결부터 막는다

손자는 패왕의 군대(the hegemon’s army)는 대국(a major state)을 칠 때 그 대국이 군을 집결할 겨를도 없이(without time to gather the troops) 선제적으로 타격하고(preemptively strike), 그 위세(strategic dominance)가 적국에 미치면 그들의 외교적 결속(diplomatic solidarity)은 무력화된다고(不得合) 말한다.

이 짧은 문장은 전쟁의 선제성(preemption)과 심리적 위압(psychological pressure)이 어떻게 외교(diplomacy) 기능을 무너뜨리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전쟁은 단순한 군사력의 충돌이 아니라 누가 시간을 먼저 장악하고(take control of time first), 흐름을 먼저 잡느냐의 싸움이다. 적이 군대를 ‘집결하려는 순간(the moment to gather)’을 타격하고, 외교적 동맹(diplomatic alliance)을 ‘결성하려는 시점’을 분쇄하는 쪽이 전장을 지배한다(dominate the battlefield). 그렇다면 어떻게 대국의 강점을 단점으로 바꿀 것인가?


대국의 집결을 무너뜨리는 자가 이긴다 

대국은 병력은 많지만, 그 방대함은 오히려 취약점(vulnerability)이 될 수 있다. 병참선(logistics line)은 길고 지휘체계(chain of command)는 복잡하며, 의사결정(decision-making)은 느리다. 이 지연의 간극(gap of delay)을 정확히 찌르는 것이 손자의 전략이다.

속도(speed)는 결정을 강요하는 힘(power to force decision)이며, 상대가 준비하기도 전에 몰아붙이는 ‘시간의 장악(seizure of time)’이다. 손자가 말한 ‘其衆不得聚(기중부득취)’는 물리적 집결의 실패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 혼란(strategic disarray)과 내부 동요(internal turmoil)를 함께 의미한다.


위세가 닿는 순간, 외교를 무너뜨린다

전쟁은 외교의 연장(extension of diplomacy)이지만 동시에 외교를 차단하는 수단(means of blocking diplomacy)이기도 하다. 손자가 말한 ‘威加於敵(위가어적)’은 단순한 위협(threatening)이 아니라 실질적 위세(practical dominance)가 적의 정치적 계산(political calculation)을 무력화하는 순간을 뜻한다.

‘其交不得合(기교부득합)’은 더 이상 적이 동맹을 결성(form an alliance)하거나 외교적 돌파구(diplomatic breakthrough)를 찾을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손자는 이 순간을 동맹의 붕괴(collapse of the alliance)로 해석했다. 아무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연합(strategically advantageous alliance)이라도 그 한 축이 공포(fear)와 절망(despair)에 잠식되면 지속될 수 없다. 위세는 상대 내부의 이탈(internal separation)을 부추기고, 동맹국 사이의 불신(distrust between allies)을 증폭시키며, 외교라는 도구 자체를 무력화한다.


전략의 두 축: 속도와 위세

손자의 이 구절은 전쟁의 두 축을 동시에 드러낸다. 하나는 ‘속도(speed)’, 다른 하나는 ‘위세(strategic dominance)’다.

속도는 작전의 리듬(operational rhythm)을 선점하는 능력(ability to preempt)이며, 위세는 전장을 넘어 적의 의지를 분쇄(crush the enemy’s will)하는 힘이다.

속도는 적의 군대를 분산시키고 (disperse forces), 위세는 적의 동맹을 와해시킨다(disintegrate alliances). 이 둘을 동시에 구사하는 자만이 진정한 패권(hegemony)을 거머쥘 수 있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속도와 위세

현대의 전장도 예외가 아니다. 사이버전(cyber warfare)에서 ‘선제 사이버 공격(preemptive cyber strike)’, 드론전(drone warfare)에서 ‘즉시 타격(immediate kill chain)’, 인공지능(AI) 기반 전장에서 ‘자동 판단 루프(auto-decision loop)’가 시간 우위(time superiority)를 좌우한다.

반면 위세는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 금융 제재(financial sanctions), 기술 통제(technology restrictions), 정보 확산(informational influence)은 모두 적의 외교는 물론 경제적 선택지를 줄이고, 적의 잠재적 동맹국(potential allies of the enemy) 신뢰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전략적 압박(invisible strategic pressure)이다.

손자의 통찰은 이제 군사 영역을 넘어 다영역전(Multi-domain warfare)의 핵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속도는 기술로, 위세는 시스템으로 점점 더 넓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무력화하는 군대가 패왕의 군대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Winning without fighting is the best strategy)”이라고 말했다. 그 승리는 적이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무너뜨리고, 외교적인 접촉(diplomatic contact)을 하기도 전에 적을 굴복시키는(subduing the enemy) 것이다.

패왕의 군대는 병력 규모를 능가하는 속도를 발휘하고, 전투의 승패를 위세로 결정짓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리를 확정 짓는 패왕의 전략이다. 손자는 오늘날의 군인들에게 “적을 무너뜨리는 것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압도적인 위세”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필자 이용재 예비역 육군대령은 유엔본부 군사부 현행작전팀장 등을 지내고 주한미군사령부 선임전략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손자병법』 등이 있다.
필자 이용재 예비역 육군대령은 유엔본부 군사부 현행작전팀장 등을 지내고 주한미군사령부 선임전략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손자병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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