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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주인공] 취약계층 집수리 봉사활동 육군73보병사단 장병들

입력 2025. 04. 21   16:23
업데이트 2025. 04.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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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는 열정으로 쉼 있는 안식처를
국가유공자·장애인 보수 절실한 곳 선정
화장실·지붕·담벼락 하루 10시간 집수리
몸 힘들지만 “감사하다” “고생 많다” 인사에 다시 힘내
부대 전통 계승 헌신 이어갈 것

우리 군은 급변하는 안보환경에도 한 점 흔들림 없이 국토 방위에 매진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 군대’라는 숭고한 사명을 완수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병들의 헌신에 국민은 안도하고, 어제보다 나은 삶을 기대하기도 한다. 육군73보병사단 장병들이 2012년부터 매달 펼치고 있는 취약계층 집수리 봉사활동도 그중 하나다. 최한영 기자/사진=부대 제공

 

육군73보병사단 장교·부사관들이 지난 19일 경기 구리시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집수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육군73보병사단 장교·부사관들이 지난 19일 경기 구리시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집수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 구리시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에 20여 명이 몰려들었다. ‘구리시목민봉사회’ ‘구리새마을금고’ 조끼를 걸친 사람들 옆에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군73보병사단 손창현(중령) 다산대대장과 이민국(상사) 대대 주임원사, 정정균(원사) 사단 주임원사, 이봉재(원사) 포병여단 주임원사, 이종화(상사) 포병여단 백호대대 주임원사, 김경호(예비역 원사) 공병대대 시설근무원은 온종일 계속될 집수리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들은 저녁까지 낡은 창문과 형광등을 교체하고, 내려앉은 천장을 보수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누구 하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사단은 2012년 구리시, 목민봉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매달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수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가구를 선정하고 찾아가 집을 수리한다. 그때마다 사단 장병들도 힘을 보탠다. 

김경호 시설근무원은 협약 체결 때부터 14년째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6월 공병대대 주임원사로 전역해 현 직위에 재임용된 뒤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달 참여한다. 김 근무원은 “전입 간부가 있으면 봉사활동을 소개하는 등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는 사람이 바뀌더라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부대에 전입한 이민국 상사도 그중 하나다. 이 상사는 “평소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며 “모두가 국민에게 헌신하는 ‘국민의 군대’라는 굳은 신념 아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봉사 내용은 매달 다르다. 목민봉사회 관계자들이 봉사활동 대상 가구를 사전 방문해 필요한 지원 항목을 파악한다. 도배, 장판, 싱크대 설치, 창문 교체 등 봉사활동 항목이 정해지면 사단 장병들이 속한 단체채팅방에 날짜와 장소를 공지한다. 이 상사는 “훈련이나 급한 용무가 없으면 대부분이 ‘함께하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은 그날 끝내는 게 원칙이다. 수혜자들이 다른 곳에 머물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화장실 수리, 지붕·담벼락 보수 등이 있을 땐 10시간 넘게 작업하기도 한다.

 

육군73보병사단 이봉재 포병여단 주임원사, 이종화 포병여단 백호대대 주임원사, 김경호 공병대대 시설근무원, 정정균 사단 주임원사, 손창현 다산대대장, 이민국 다산대대 주임원사(왼쪽부터)가 집수리 봉사활동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73보병사단 이봉재 포병여단 주임원사, 이종화 포병여단 백호대대 주임원사, 김경호 공병대대 시설근무원, 정정균 사단 주임원사, 손창현 다산대대장, 이민국 다산대대 주임원사(왼쪽부터)가 집수리 봉사활동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육체적인 부담이 있지만, 봉사활동은 쉼표 없이 진행된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김 근무원은 10여 년 전 소년가장이었던 인접 부대 병사가 여동생과 살던 집을 수리해 준 추억을 소환했다. 그는 “셋방살이 집에 살림살이가 부족해 가전제품까지 바꿔 준 적이 있다”며 “도움을 받은 병사가 ‘나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을 돕겠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네 식구가 살던 다문화가정 집을 수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는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아 덩달아 힘을 냈던 적도 있다. 

특히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 자택을 보수하는 경우에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김 근무원은 “현역 시절엔 선배 전우 가정이 대상이 되면 무조건 전투복을 입고 갔다”며 “‘예전 생각이 나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왜 좀 더 일찍 오지 못했나’라는 자책도 했다”고 말했다.

수혜자 대부분은 집주인이 따로 있는 단칸방이나 월세에 살고 있다. 사단 장병과 목민봉사회는 집을 고치면 3년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약속받는다. 수혜자가 바뀐 집에서 최소 3년을 거주하는 것을 생각하면 단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건네는 감사인사도 큰 힘이 된다. 이 상사는 “한 할머니께서 어려운 형편에도 쌈짓돈을 꺼내 음료수를 사 와 ‘고생이 많다’는 말과 함께 주셨을 때는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단 장병들은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자신들의 노력과 정성이 국민에게 바람직한 군의 모습을 보여 주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김 근무원은 “현역일 때도 그랬지만 항상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육군 장교와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아들·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한 영향을 주는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사도 “부사관에게는 몸담은 부대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며 “선배들이 해 온 활동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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