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주인공
선후임 대 이어 장애인시설 봉사하는 육군수도군단 UAV중대 장병들
2005년 ‘보아스 사랑의 집’ 방문 계기
부대원들 자발적 참여로 이어온 봉사
모임 명칭 없고 정해진 인원도 없어
시설·환경 개선부터 기부금 전달까지
오직 ‘스스로 우러나는 마음’이 동력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유엔총회에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한 데 발맞춰 우리나라도 같은 해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고취하기 위한 의지였다. 우리 군 역시 지속적인 봉사·지원 활동으로 국가적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는 가운데 20년째 장애인시설 봉사활동을 펼치는 부대가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앞둔 16일, 선후임 대를 이어 지역 장애인시설 봉사활동을 하는 육군수도군단 UAV중대 장병들을 만났다. 서현우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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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봉사활동에 시간과 기간이 중요하진 않고요.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간 육군수도군단 정보대대 UAV중대의 봉사활동을 주도해온 김광명 예비역 준위는 오랜 헌신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작은 힘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이어온 활동이 그저 20년이 됐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대는 지역 내 지체·발달 장애인 생활시설인 ‘보아스 사랑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작은 2005년 5월이었다. 반기마다 시행하는 집중정신전력 교육의 하나로 진행된 활동이 계기였다. 장병들이 기대 이상의 호응과 높은 재참여 의지를 보이면서 이후 한 달에 한두 번씩 활동을 이어갔다.
20년간 활동을 펼치는 동안 한 번에 20명 안팎씩 참여했으니, 연인원으로 보면 약 3600명에 이른다. 코로나19가 성행했던 2020~2023년에도 시설 방문 없이 기부 형태로 봉사하며 사랑의 끈을 이어왔다.
봉사동아리·봉사단 등 정해진 명칭도, 인원도 없다. 명칭이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작전, 훈련, 개인 일정 등을 고려해 ‘시간이 허락되는’ 인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펼쳤다. 활동에선 시설 개선과 환경 정화를 중심으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일에 나섰다. 위문품과 기부금도 전달했다. 한 달, 두 달 계속되던 봉사가 1년, 2년이 됐고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이렇게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부대원들의 호응과 재참여 의지가 높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봉사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어, 이름 같은 것은 없어요. 저희는 그냥 봉사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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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김 예비역 준위도 전역했다. 1986년 임관해 38년이 넘는 군 생활을 마치고 지난 1월 명예롭게 군문을 떠난 것. 봉사활동을 주도했던 그의 헌신을 지금은 신대식 준위가 잇고 있다.
신 준위도 봉사에 진심이다. 신 준위 역시 이곳 부대에서 오랜 시간 함께 봉사를 펼쳐왔다. 부대에선 완벽히 임무를 수행하는 선배이자 간부, 시설에선 묵묵히 땀 흘리는 봉사자였다. 따뜻한 마음을 가져서인지, 의지를 전하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지금 하는 봉사활동이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누군가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긴 시간에 걸쳐 인연을 이어가는 봉사활동은 매우 드물다. 우리 사회 전체를 돌아봐도 찾기 어렵다. 부대에선 참여 인원이 전역하거나 전출하면 부득이하게 활동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작전·훈련으로 임무에 매진하다 보면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부대도 마찬가지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전역 병사들과 전출 간부 등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부대원들은 바뀌었다. 하지만 참여자들이 변해도, 부대의 봉사활동은 한결같았다. 선후임이 대를 이으며 봉사활동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다. 어떤 포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봉사단체가 아니기에 그 흔한 봉사단체 표창도 없다. 처음부터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부대의 꾸준한 이웃사랑 실천은 부대원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의지·헌신이 있어 가능했다.
1986년 보아스 사랑의 집을 설립해 지금껏 운영해온 조규식(84) 원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중하게 인연을 맺어온 부대·장병들이 고맙다. 시각장애가 있는 조 원장은 자신보다 다른 이를 먼저 살피며 시설 생활인들을 돌보고 있다.
조 원장은 “한두 번이라도 봉사하겠다고 오는 분들의 마음은 선함으로 가득한 분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봉사활동을 위해 시간을 내어 직접 찾는 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 마음만으로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20년을 이어왔으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합니까?”라며 김 예비역 준위와 신 준위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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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활동은 정확히 10년 전 ‘국방일보’(2015년 4월 28일 자 5면)에 보도된 바 있다. 당시 10년째 꾸준히 봉사를 이어온 부대의 노력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때 김 예비역 준위는 “전역해 부대를 떠나더라도 보아스 사랑의 집과 맺은 인연은 20년, 30년을 넘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 예비역 준위는 앞으로도 봉사에 동참할 생각이다.
이제 다음 달이면 봉사를 시작한 지 정확히 20년이 된다. 특별한 활동을 계획하느냐는 물음에 신 준위는 손사래를 친다. 평소처럼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 20년을 이어온 꾸준한 봉사활동보다 더 특별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들의 말처럼 시간이 아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부대원들도 그 진심을 함께 나누고 있다. 분명 다시 10년이 지나도 또 다른 김 예비역 준위와 신 준위가 국민의 군대로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부대의 헌신을 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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