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리포트 -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
지난해 최고선진국 미국의 82% 수준
3년 만에 9위→8위로 한 계단 상승
기동전투·잠수함 등 선진권에 접근
항공엔진·우주무기 상대적으로 취약
범정부 역량 결집, 독자 플랫폼 확보
선진국과 협력해 기술격차 해소해야
첨단 과학기술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은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다층화·다변화될 것이고,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군사력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에 주요 선진국은 우주,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기술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방 연구개발(R&D) 혁신을 바탕으로 국방과학기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방산 리포트 이번 시간에는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들여다본다. 서현우 기자
우리나라 미래 혁신적 기술 개발 박차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지난해 12월 펴낸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 조사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조사 대상 12개국 중 8위였다. 미국이 국방과학기술 최고선진국으로 1위를 차지했다. 최고선진국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기술 수준을 순위를 매겨 프랑스(89%), 러시아(89%), 독일(88%), 영국(87%)이 5위권에 들었다. 중국(86%), 이스라엘(84%), 한국(82%), 일본(82%), 이탈리아(79%)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무기체계 국내 개발과 과감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최근 방산 수출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차·자주포 성능개량, KF-21 전투기 양산, 다양한 유도무기 개발에 따라 기술 수준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방과학기술 수준 조사는 3년 단위로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직전 조사였던 2021년 최고선진국 미국 대비 79%였고, 이번에 3% 상승해 82%를 기록했다. 순위는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우리나라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면 화포는 미국의 89% 수준으로 최고선진권에 도달했다. 기동전투·잠수함·방공무기 등은 선진권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한 자주포·전차·잠수함·방공무기 등은 기존 체계에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신기술을 적용해 차세대 버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게 조사된 회전익·고정익은 첨단 항공엔진과 부품·센서를, 우주무기는 우주 추진과 위성 탑재체 기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주무기체계는 범정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해 핵심 기술 및 독자적인 플랫폼을 확보하고, 우주 분야 선진국과 협력해 기술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방 R&D 예산 투자 확대와 집중 투자 분야 중점 관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방 R&D 예산은 2019년 3조2000억 원에서 2023년 5조1000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 이후 2024년 4조6000억 원으로 일시 감소했다. 국방비 중 국방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9% 안팎으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미래 혁신 기술을 적극 개발할 수 있도록 도전적 국방 R&D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방 R&D 주요 의사결정에 소요군의 참여를 확대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보다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해 민간 참여도 넓히고 있다.
미국 압도적 국방 R&D 투자…격차 더 벌려
조사서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으로 국방력, R&D 투자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국방 선진 주요국마저 미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의 국방 R&D 예산은 약 175조 원이다. 조사 대상 12개국 중 11개 나라의 예산을 모두 합한 금액(약 49조 원)보다 3배 이상 많다. 미국은 지상 무인전투 분야에서 무인체계 통합 로드맵을 수립하고, 개방형·모듈형 아키텍처 표준을 마련했다. 기존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체할 차세대 ICBM을 개발 중이고, 레이저 무기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최고선진국 대비 89% 수준으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회전익 분야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유로콥터 타이거 공격헬기를 개발·운용 중으로, 전자광학장치와 전장관리체계 등에 대한 성능개량을 2029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기체 설계·제작, 로터, 엔진, 소재 등 핵심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공중발사 Kinzhal, 해양발사 Zircon)을 배치·운용 중이다. 2023년 전력화한 Zircon은 스크램제트 기반으로 마하 9 속력까지 가능하다. 초공동어뢰 Shkval-3 성능개량 사업을 지속하는 등 화력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다.
독일은 기동과 화력에서, 영국은 함정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보인다. 독일은 기동전투체계의 자체 설계·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 분야에선 매우 뛰어나다. 특히 레오파드(Leopard) 전차에 대한 성능개량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또 프랑스와 공동으로 지상전투시스템(MGCS)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은 잠수함 선체 건조와 추진계통에서 앞서 있다. 원자력 추진 기술을 보유했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다만 초대형 무인잠수정과 대기뢰전 무인수상정 개발을 통해 해양무인체계는 세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전 분야에서 우위에 있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기반의 인터넷 공격 도구인 ‘만리대포(Great Cannon)’를 운용 중이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도무기 분야에서는 기존 러시아의 기술 모방에서 벗어나 극초음속 활공체 기반의 DF-17 중거리 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추진식 ICBM인 DF-41 등 다양한 타입의 둥펑(DF) 미사일을 개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이스라엘은 국방 R&D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무인기, 우주, 미사일 방어 등에 집중 투자해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등 투자 대비 효과가 우수한 국가로 분류된다. 일본은 이스라엘과 비슷한 수준의 국방 R&D 투자 규모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는 기술 수준 대비 많은 국방 R&D 예산을 투자 중이지만 무기체계 실적으로 반영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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