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이슬람 문화에 대한 아크인의 자세

입력 2025. 04. 14   15:24
업데이트 2025. 04. 14   15:27
0 댓글
이규호 해병소령 UAE 군사훈련협력단
이규호 해병소령 UAE 군사훈련협력단



UAE 군사훈련협력단(아크부대) 24진은 지난 3월 18일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이국땅을 밟는다는 긴장감 속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첫발을 내디뎠다. 군인은 직업적 특성상 적응력과 친화력이 뛰어난 편이다. 해외 파병부대 역시 다르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슬람 문화는 생소했다. 특히 종교, 전통의상, 소통방식은 문화적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다. UAE의 진정한 동행자가 되기 위해 3가지 요소의 경험과 지혜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 번째, 낯선 이슬람 종교다. UAE에서는 하루 5번, 쿠란을 낭송하는 ‘아잔’이라는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년 이슬람력 9월(2025년의 경우 3월)엔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 있다. 금식뿐만 아니라 흡연·부부관계 등 인간의 기본 욕구를 절제하며 신에게 감사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체험하며, 영적인 수양과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종교의식이다. 이 기간에 UAE군과 협조할 때는 음식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외부 흡연을 자제하며, 단축근무하는 그들의 일과를 고려해 업무를 추진하는 등 상대 종교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 전통의상이다. 남성들은 목부터 발목까지 덮는 밝은 색상의 ‘칸두라’, 머리 위에 둘러쓰는 천인 ‘구트라’, 구트라를 고정하는 끈인 ‘아갈’로 등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반면 여성들은 외출 시 어떤 부분도 보여선 안 된다는 이유로 ‘아바야’라는 검은 옷을 걸치고 ‘히잡’ ‘니캅’ ‘부르카’ 등을 이용해 얼굴을 가린다. 이색적인 복장이 흥미로워 마냥 바라보는 건 무례한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니 배려가 필요하다.

세 번째, 아랍 특유의 소통방식이다. 특히 업무 협조 때 불확실하거나 계획된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인샬라는 최선을 다한 뒤 신의 뜻에 따른다는 뜻이지만,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 회피 또는 거절의 수단으로 쓰는 경우도 있어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 신속·정확한 것을 선호하는 ‘한국적 사고방식’과 다르지만 직설적 표현보다 부드러운 화법을 선호하는 그들의 문화적 관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크부대는 UAE와 국방 교류협력을 위해 14년째 임무를 수행 중이지만, UAE 국민 입장에선 한낱 외국군으로 보일 수 있다. 아랍 속담 중 “길보다 동행자가 먼저”라는 말이 있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사막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적과 함께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아크부대가 형제의 나라인 UAE와 진정한 동행자가 되려면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해해야겠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