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고생 많으셨습니다)’가 세대와 국경을 넘어 호응을 얻고 있다. “모두가 공감할 인생 이야기” “내가 금명인가, 우리 아빠가 관식인가”라며 인생 드라마를 만났다고 극찬한다. 세대와 성별 간 보이지 않는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고 싶었던 감독의 기획 의도가 적중한 작품이다.
아기 금명을 가운데 놓고 환한 웃음을 짓는 어린 부모의 모습이 나오며 “그들의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니라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고 할 때부터 벌써 눈물이 났고, 해녀 엄마가 ‘아꼬운 자식’을 위해 깊은 바다에 오래 잠수했다가 나오는 장면에선 펑펑 울었다. 태풍이 어린 자식을 앗아 간 뒤 ‘아비의 울음이 파도를 덮을 때’ 무쇠 같던 관식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며 눈이 퉁퉁 부었다.
이젠 떠나고 안 계시는 부모님과 성인이 돼 제 삶에 바쁜 아이들 모습이 겹쳐 생각났다.
‘폭싹 속았수다’는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애순과 관식’의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이자 40여 년의 역사와 개인의 이야기를 결합한 시대극이다. 공감과 감동을 넘어 세대와 젠더, 사회 변화에 관해 우리에게 중요한 2가지 질문을 건넨다.
첫째, 세대 간 이해와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가? 기성세대는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았다”고 이야기하고, 젊은 세대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진정한 공존을 위해선 과거의 삶이 어떤 까닭으로 그렇게 흘러갔는지, 현재의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여성과 남성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젠더, 사회·문화적으로 작용하는 성별체계는 빠르게 변화해 왔다. 드라마에 ‘숭늉 대첩’이란 댓글이 달리기도 했던 금명과 영범의 상견례 장면은 가부장제에서의 전통적 성 역할, 세대 간 인식 차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기도 했다.
오늘 우리의 일상은 일터와 가정,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서로의 입장과 가치가 공존하며 충돌한다.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 불협화음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떻게 바라보고 조절할 것인지에 따라 갈등은 변화와 성장의 기회라는 순기능을 품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에서 배울 수 있다. “갈등이 시난 풍요로와지는 거우다”는 갈등이 있어 척박한 돌땅에 흙이 생겨 숲이 풍요로워진다는 뜻의 제주어다.
화산 용암의 암석지대에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신기한 숲을 제주어로 “곶자왈”이라고 한다. 얼키설키 엮이던 칡과 등나무가 번갈아 양보하며 떨군 잎들이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돌무더기(자왈)에 숲(곶)을 이룬 자연의 지혜가 생태계의 보물창고를 이뤘다. 이처럼 세대와 성별 간 갈등에도 역지사지의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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