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군인으로서 헌혈을 한다는 것

입력 2025. 04. 08   14:32
업데이트 2025. 04. 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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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현 육군소령 지상군페스티벌기획단
박호현 육군소령 지상군페스티벌기획단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1월 인구 동향에서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65명 늘어난 2만95명으로 집계됐다. 증가율은 14.6%로 2010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이라고 한다. 

합계출산율 또한 2024년 3분기 0.76명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출산율이 드디어 하락을 멈추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육군특수전사령부 모집홍보장교를 지냈던 내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등하는 출산율과 달리 헌혈자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고, 전망도 어둡다는 소식이 들린다. 혈액원 관계자에 따르면 “헌혈자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10~20대 청년층 헌혈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금전적 대가가 목적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자발적으로 헌혈하는 국가의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선 신체 건강한 군인의 관심·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아덴만 여명작전 때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은 가까운 나라인 오만으로 이송됐지만, 혈액이 부족해 도저히 수술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를 치료했던 이국종(현 국군대전병원장) 교수는 현지에서 치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위급한 상황임에도 11시간을 비행해 한국에서의 수술을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춘 배경에는 안정적인 혈액 수급이 뒷받침돼서다. 그 이면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헌혈에 동참한 국민이 있었다.

나의 첫 헌혈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헌혈하기 위해 버스에 누우니 그동안 국가로부터 보호만 받다가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어 어느 순간 장교의 길로 인도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헌혈버스가 보일 때마다 꾸준히 헌혈해 어느덧 30회를 채웠다. 대한적십자사에서 헌혈유공 은장도 주고, 감사패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군인으로서 헌혈을 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헌신할 기회를 얻는 큰 행복이다. 또한 헌혈을 하면 혈액검사 결과가 1~2주 사이에 나오는데, 건강상태도 확인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오랜 기간 저출산을 겪어 온 우리 사회는 앞으로 헌혈 인구가 불가피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청년층에 기대 왔던 헌혈 수급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장년층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전 국민이 올바른 헌혈 정보를 토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가치관이 형성될 때 지금처럼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출산율 반등을 이뤄 낸 것처럼 헌혈자 수도 반등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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