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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그림이 된다 그것도 디테일 있게…

입력 2025. 04. 04   17:02
업데이트 2025. 04. 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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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트렌드 - 지브리 열풍, ‘AI 팬 픽션’의 미래

마블·DC·디즈니 등 굵직한 스튜디오 
새 시리즈 나오기 전 팬들이 2차 창작
팬 아트·팬 소설 수준 넘어 손맛 더해

무작정 막으면 불법 플랫폼 판칠 위험
로열티·협업 플랫폼…수익모델 창출
지적재산권·기술·팬 상생 땐 새 ‘기회’

 

지브리 GPT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AI 열풍은 일시적인 놀이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 여성이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생성한 이미지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브리 GPT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AI 열풍은 일시적인 놀이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 여성이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생성한 이미지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브리 GPT 열풍, AI 팬 픽션의 문을 열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선 ‘지브리 GPT’가 뜨겁다. 오픈AI가 내놓은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을 통해 내 사진을 단 몇 초 만에 지브리(스튜디오 지브리)풍 애니메이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환호하고 있는 것. 디즈니, 픽사, 마블 등 다양한 스튜디오 지식재산권(IP)을 지브리풍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쏟아지며 폭발적인 ‘2차 창작’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는 단지 ‘재미’로 끝날 일이 아니다. 지브리 GPT 열풍은 지금 거세게 불고 있는 ‘AI 팬 픽션(AI Fan fiction)’ 시대의 신호탄이다. 마치 1980년대 VCR(비디오 녹화기)이 처음 나왔을 때 스튜디오들이 “광고가 사라진다”며 걱정하다가 결국 ‘홈 비디오 시장’이라는 신세계를 만나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번에도 할리우드와 글로벌 IP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회의 문턱에 서 있다.


팬들이 직접 그리는 ‘나만의 마블’ 

‘지브리 GPT’처럼 캐릭터 이미지를 변환해주는 AI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제 누구나 쉽게 IP 세계관을 재창작할 수 있게 됐다. ‘호그와트에서 솔 굿맨(브레이킹 배드)이 법률상담을 한다면 어땠을까?’ 같은 황당무계한 상상조차 금방 시각화되고, 심지어 팬이 직접 대본을 써 ‘만화·영상’ 형태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마블, DC, 디즈니, 워너브러더스처럼 굵직한 스튜디오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로운 공식 시리즈’를 준비하기 전에 이미 전 세계 팬들이 스스로 만든 ‘2차 창작물’이 여기저기서 확산하는 상황이다. 과거엔 그냥 팬아트나 팬 소설 수준에 그쳤지만 AI 기술 덕분에 ‘손맛’이 전혀 다른 창작물이 쏟아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어떻게 살릴까? 

문제는 저작권이다. 팬들이 만든 콘텐츠가 한두 개면 그냥 ‘팬 활동’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만들어지고, 심지어 일부 플랫폼이 이를 통해 투자까지 받고 성장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IP의 원소유자 입장에선 “우리가 기른 황금알 낳는 거위가 잘못하면 질식해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실제로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IP가 AI에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걸 막기 위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팬들의 창작 열기를 그대로 두면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렇다고 무조건 막으면 팬덤이 등을 돌릴까 걱정이다.


VCR이 남긴 교훈: 완전 봉쇄? 함께 성장? 

비슷한 상황이 40여 년 전에 이미 있었다. 1970년대 말 VCR이 나오자 할리우드는 ‘TV 광고 스킵과 불법 복제’ 문제를 두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1984년 미국 대법원에서 “VCR은 합법적인 용도가 충분히 있다”며 인정해준 뒤 VHS(비디오홈시스템)와 DVD를 통한 ‘홈 비디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스튜디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이제 AI가 그 두 번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팬들의 창작 열기를 무작정 막기만 하다가는 해적판·불법플랫폼이 득세할 위험이 커지고, 그럴수록 정식 판권을 가진 스튜디오는 이익을 얻지 못한다. 차라리 ‘지브리 GPT’를 비롯한 팬 창작 도구들이 자발적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면서 스튜디오가 일정 부분 로열티를 받거나, 협업 플랫폼을 만들어 수익 모델을 확립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AI판 유튜브, 언제 나오나? 

유튜브가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 되기까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고 즐길 수 있는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 마찬가지로 AI로 만든 영상·애니·음악 등을 손쉽게 공유하는 ‘AI판 유튜브’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분명 엄청난 창작 열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문제는 저작권·수익 배분·명예 보호 등 기존 규칙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다. 스튜디오와 기술 기업, 그리고


팬들이 상생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Sandbox)’를 만들려면 지금부터 법적·사업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결국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지브리 GPT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AI 열풍은 분명 일시적인 놀이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 ‘지브리풍 해리포터’ ‘마블풍 나루토’ 같은 크로스오버 팬픽 영상을 시험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팬들 반응 또한 폭발적이다. 이 흐름을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사그라지지는 않을 터.

VCR이 ‘TV 광고를 스킵하는 악몽’에서 ‘홈 비디오 시장’이란 새로운 기회로 자리 잡았듯, AI 팬 픽션 시장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팬들은 이미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이야기는 누가 써나갈 것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우리가 모두 함께 쓸 수 있게 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지브리 GPT, 그리고 이어질 다양한 AI 팬 픽션은 이제 막 시작이다. 스튜디오와 팬덤, 그리고 AI 스타트업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충돌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지,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없이 펼쳐질 예정이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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