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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국 리더십… 역내 중견국과 협력 확대로 대응 시사

입력 2025. 04. 04   15:22
업데이트 2025. 04. 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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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돋보기 - ‘트럼프 2.0 시대’ 호주의 대응전략 전망과 시사점 

트럼프 2.0 체제 ‘오커스’ 결속력 주안점
‘핵추진공격잠수함 확보’ 안보전략 핵심
미국의 건조 지원·인수 이행 확약 노력

중국 의존도 낮추는 무역 다각화 추진
한·일·아세안 국가와는 국방외교 강화
총선 후 대미 전략·국방정책 방향 관심


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호주의 군사력 현대화 및 방위력 강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달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호주의 군사력 현대화 및 방위력 강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달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군사력 현대화·방위력 강화 추세 지속


트럼프 1기 당시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2024년 6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미칠 잠재적 영향을 논하는 에세이를 기고했다. 그는 트럼프를 달래려는 ‘순응적 접근(pliant approach)’이 비생산적이며, 원칙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10일 ABC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가 “재선 후 더욱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두 번째 임기 동안 예스맨과 예스우먼에 둘러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후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호주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중동에서의 다중분쟁과 인도·태평양에서 첨예화된 미·중 전략경쟁 등 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호주의 군사력 현대화 및 방위력 강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다윈(Darwin)을 포함한 북호주 지역에서의 군사적 태세 강화는 인·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지역 안정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1월 30일 호주 국방장관이자 부총리인 리처드 말스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2.0 시대의 양국 동맹 관계에 대한 의지와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국방비 대폭 증가 속 군사화 가속

일찍이 호주는 2023년 국방전략검토(DSR)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방위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첨단 미사일 시스템 확보, 호주 방위군(ADF)의 현대화, 그리고 오커스(AUKUS) 협정 아래 해군력 확대의 필요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무엇보다 견고한 방위산업 파트너십 구축이 우선시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우선순위를 반영해 국방비 대폭 증액을 공표했다. 2024년 국방전략(NDS)과 통합투자계획(IIP)을 통해 향후 10년간 국방비 지출을 기존 계획보다 500억 호주달러(약 44조3000억 원)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2033~34년까지 연간 국방 예산은 664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GDP의 약 2.4%에 달한다. 예산은 스텔스 핵추진 잠수함 함대 구축 및 대규모 수상 전투함대 개발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오커스, 핵잠수함 도입 불확실성 여전 

방위력 강화에 대한 호주의 열망은 2021년 9월 출범한 미국·영국·호주의 신안보협의체인 오커스에서 두드러진다. 오커스는 중국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목표로 하며, 세 나라 간 군사 및 기술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다. 특히 핵추진공격잠수함(SSN) 확보는 호주 안보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사이버전 및 인공지능(AI) 기반 방어 역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지난 2월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은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인수하는 협정을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이행하도록 확약받기 위해 방미했다. 호주 정부는 SSN-오커스 잠수함 건조 지원과 관련해 약 3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 중 5억 달러가 이미 지급된 상태다. 오커스 협정에 따른 잠수함 기지 설립, 유도무기 및 폭발물 기업 지원, 신규 프리깃함 도입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트럼프 2.0 체제에서도 오커스의 결속력을 공고히 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부활시키자, 리처드 말스 부총리는 “실망스럽지만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미국과의 동맹 협력을 통해 호주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역내 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주의적 동맹관’에 따라 부상한 경제안보 문제에도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예단할 수 없는 미국의 리더십과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향후 호주의 대응전략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역내 ‘회복력 있는 관여(resilient engagement)’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불확실한 미국 리더십에 좌고우면하지 않기 위해 역내 유사 입장 중견국들과 협력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리처드 말스(가운데)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지난달 호주 애벌론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처드 말스(가운데)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지난달 호주 애벌론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중국해 긴장 고조와 호주의 전략적 입장

이렇듯 호주는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견지하며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하는 가운데,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남중국해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내정 간섭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해 왔으며, 역내 안보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군사·외교 협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한국, 일본, 인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국방외교를 강화하면서 지역 안정을 위한 공조를 모색하고 있으며 탈리스만 세이버, 말라바르 훈련 등 다국적 군사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의 경제·외교적 관계다. 중국이 2023~24년 호주 수출품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하면서 일시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진 바 있으나, 양국 관계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호주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무역 다각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특히, 미국과 협력해 반도체·AI·희토류 등 전략적 기술 확보를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 국내 안보 전략 흔들 변수 

연방 총선을 앞둔 호주의 국내 정치적 상황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호주의 연방정부 임기는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으며,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오는 5월 17일까지 연방 선거를 해야 한다. 호주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ALP)은 의료 및 에너지 보조금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대미 관계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 방식 아래 국익을 우선시한다. 반면 야당인 피터 더튼이 이끄는 보수연립(the Coalition)은 경제 성장, 에너지 가격 하락,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강력한 국방전략을 강조한다.

양당은 미국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을 공감하며 오커스를 지지하지만, 노동당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강을 강조하면서 전략적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보수연립은 미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양당의 정책 기조는 총선 결과가 호주의 향후 대미 전략과 국방정책 방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호관계와 전략적 협력 전망 

호주는 우리가 국방·외교(2+2) 장관급회의를 정례적으로 가지는, 미국을 제외한 유일한 국가다. 양국은 지난해 포괄적전략파트너십(CSP)을 체결한 바 있다. 긴밀한 한·호관계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데 필수조건이다. 불확실한 리더십과 이의 장기화하는 다중분쟁으로 특징되는 작금의 상황이 오히려 한·호관계의 협력과 성장이 기대되는 적기일 수 있다.

오은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오은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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