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가리지 않는다
헌신의 주인공 / 산불 진압 힘 보탠 공군6전대 장병들
하루 두 번 133명 83회 출동, 2시간 25번 5000L 담아 1014회 방수
꺼도, 꺼도, 꺼지지 않는 불…두려움 있었지만 ‘언제 어디든 우리는 간다’ 군인의 역할 알게 돼
워터버킷에 물 퍼 올리기 위해 제자리 비행
엔진 고장 날까 긴장
연기 가득한 현장 투하 위치 찾고 장애물 없는지 살펴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남 하동,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울산 울주 등으로 확산했다. 화마(火魔)는 서울 면적의 80%와 맞먹는 크기의 상처를 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불길에 전 국민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에 국군은 가용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화재 진압에 힘을 보탰다.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6전대) 장병들도 사력을 다해 불을 껐다. 거대한 불길 앞에서 좌절감이 들기도 했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치솟는 불기둥,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잿빛 연기와 맞서 싸우며 ‘국민의 군대’ 임무를 완수한 6전대 장병들을 지난 1일 만났다. 송시연 기자/사진 제공=장민지 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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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았다. 산불 발생 직후 비상대기하라는 명령에 부대로 복귀하던 CH-47 시누크 헬기 조종사 박시형 소령의 예감은 좋지 않았다. 2022년 3월 강원 동해안 일대를 휩쓴 경북 울진 산불을 경험한 터라 불안은 더욱 커져 갔다.
박 소령은 “일요일 저녁에 투입됐다. 작전 지역은 김해였다.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2022년 울진 산불 때도 진압작전에 투입됐다. 그때의 끔찍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6전대는 대형 산불이 계속된 10여 일 동안 방수를 위해 대형 수송헬기 CH-47 시누크와 탐색구조헬기 HH-60·47·32 등 모든 전력을 투입했다. 조종사 2명, 구조사 2명, 정비사 1명이 한 팀을 이뤄 하루 2회씩 산불 진화 현장으로 출동했다. 총 133명이 83회 출동했고, 방수 횟수는 1014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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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령과 팀원들은 김해에 도착하자마자 합동브리핑에 참석했다.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브리핑에서는 공군과 육군, 산림청, 소방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담수지역과 방수구역을 정했다. 대형 산불 현장에는 군과 관계기관에서 투입하는 항공기만도 20대가 넘기 때문에 충돌 방지를 위한 항적 분리가 필수다.
CH-47 시누크 부조종사 윤희식 대위는 “합동브리핑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연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언제라도 항공기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임무지역과 항적을 분리해야 한다”며 “항공기마다 방수구역과 담수지역을 정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합동브리핑이 끝난 뒤에는 물을 퍼다 뿌리는 담수와 방수가 반복됐다. 담수는 방수구역과 가까운 저수지나 강가 등에서 한다. 통상 2시간 동안 최대 25번의 담수와 방수가 이뤄진다. CH-47 시누크가 한 번에 실어 나르는 물의 양은 5000L에 가깝다. 무게도 상당한 데다 워터버킷에 물을 퍼 담기 위해서는 제자리 비행을 해야 하는데, 박 소령은 이때가 “가장 위험한 작업”이라고 했다.
박 소령은 “대부분의 담수지가 산과 산 사이에 있다. 인근에 민가도 많다. 전신주와 고압전선 등 장애 요소가 많아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며 “무엇보다 워터버킷에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제자리 비행을 해야 하는데, 항공기 파워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순간이다. 자칫하면 엔진에 부하가 걸려 고장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비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비사 김효중 상사는 “제자리에서 비행할 때는 항공기가 공중에 고정된 상태로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엔진이 계속 높은 출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비사로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엔진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세심한 변화 하나까지도 살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방수는 구조사가 담당한다. 기내 앞과 뒤에서 항공기 주변에 장애물은 없는지 살피고, 항공기가 정확한 투하 위치로 갈 수 있게 조종사를 안내한다. 구조사 안대은 상사는 “실제 물이 투하되는 곳은 이미 연기로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항공기가 불쑥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사주경계로 주위를 살피고, 물이 제 위치에 투하될 수 있게 조종사와 지속해서 소통한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가장 두려웠던 순간으로 “꺼도, 꺼도, 꺼지지 않는 불을 봤을 때”라고 꼽았다. 안 상사는 “군에서 복무한 20년 동안 수많은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번처럼 심각했던 현장은 처음이었다”며 “물을 투하하고, 다시 물을 담아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뻘겋게 솟고 있는 불기둥을 보면서 과연 진압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박원서 하사도 “빨갛게 타오르는 불길을 피해 야생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다. 거대한 재난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됐다”며 “그 끔찍한 순간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정말 매 순간 사력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군인의 어깨에 올려진 사명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김 상사는 “결국 군인이 해야 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6전대 구호가 ‘언제 어디든 우리는 간다’이다. 항상 대비하고 훈련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언제 어디든 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위는 “실전 임무를 통해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았다”며 “긴장감을 놓지 않고 군인이 되기 위해 가졌던 마음가짐으로 임무 완수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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