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홍보’라고 말머리를 단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발신자 차단을 하는 나를 어느 순간 발견하고 흠칫했다. 홍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홍보를 귀찮아한다, 직업정신이 투철하지 않은 걸까?
광고나 홍보를 차단하려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선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침범당한다고 느끼는 데서 거부감이 생기는 듯하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받는다고 느끼게 되는 것 말이다. 팝업이나 자동재생 영상처럼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는 형태일수록 거부감은 커진다. 과장된 메시지의 피로감도 한몫한다. ‘이 제품만 쓰면…’ ‘관심을 끈다’ ‘이목이 집중된다’고 외치는 홍보 메시지는 반감마저 부르고, 사실이 아닐 경우 신뢰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설프게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내려 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한다. 2017년 펩시의 켄달 제너 광고가 그러했다. 펩시는 광고에 제너를 등장시킨다. 화보를 찍던 제너는 시위하고 있는 군중을 보더니 홀연히 그 대열에 낀다. 그러더니 지켜보던 경찰에게 콜라를 건네는데, 갑자기 모든 시위 참가자와 경찰까지 화기애애해지며 상황이 종료된다.
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콜라 하나면 해결되는 거냐” “광고 의도를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소비자들의 반발은 사실 이 광고가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서 우아한 자세로 경찰에 맞섰던 한 흑인 여성을 오마주한 것임을 알기에 더 컸다. 시위가 진지하고 엄중한 결론을 추구하는 데 반해 ‘겨우’ 콜라 하나로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식의 ‘가벼운’ 인식을 마주하게 됐으니 불편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펩시는 결국 광고를 철회하고 공식 사과까지 하며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어설프지 않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메시지 만들기. 쉽지 않은 목표다. 그러나 ‘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경우는 늘 있다. “무엇을 알려 줄 테니 좋게 봐 달라”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으로 느껴지게 만들 때, 또한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것에 집중하며 설득보다는 이해를 우선할 때 가능하다.
2014년 시작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ALS)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펼쳐진 홍보 캠페인이다. 얼음물을 자신의 머리에 끼얹는 영상을 촬영해 ‘#IceBucketChallenge’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고 다음 참가자 3명을 태그하면 태그된 사람이 24시간 내에 도전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택하도록 했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걸 선택한 건 ALS 환자가 겪는 근육 경직의 고통을 체험하자는 의미에서였다. ‘도전→태그→참여→ 확산’이라는 자발적인 참여는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낳았고, 캠페인의 결실은 놀라웠다. ALS 협회엔 전년의 40배가 넘는 1억1500만 달러의 기부금이 모였다. 또 이후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 공익단체들이 비슷한 방식의 챌린지 캠페인을 적극 활용하게 되는 등 역사상 가장 효과적이었던 홍보사례로 남았다.
결국 좋은 홍보는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게 만들 때 시작된다. 그리고 “더 나은 가치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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